[김훈 칼럼] 마음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왔지만,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을 들여다 보면 낙관적일 수만은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은 더 많은 불안감과 우울감,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이고 체격도 좋아보이고 잘 생긴 외모를 가진 젊은이의 내면이 어린아이와 같고, 자신의 감정이나 사고를 전혀 통제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볼 때, 마치 불균형한 인류의 현재 모습을 보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외적 성공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진정한 성공을 이끄는 ‘마음’을 잘 가꾸고 돌보는 일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처들을 주고 받고, 그 가운데 정신질환이 더 많이 생겨나기도 한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개인의 삶을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성경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여기에서 남이니라”.
성경은 마음이 병들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음을 잘 설명한다. 옥스퍼드 사전상 의미를 보면, 마음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생각, 인지, 기억, 감정, 의지, 그리고 상상력의 복합체로 드러나는 지능과 의식의 단면을 가리키는데, 모든 뇌의 인지 과정을 포함하는 것일 수 있다.
최근 개인적인 삶에서 큰 상실을 경험하는 가운데 가족들 안에 일어나는 반응들을 보면서, 마음의 영역 중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겪는 후회의 생각들이 얼마나 개인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보았다.
충격적 사건을 경험했을 때 뇌의 인지가 통제가 되지 않으면서 과거 일어난 모든 나쁜 사건들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괴로워하는 모습, 일반적인 경우 생각하지 못하는 기괴한 생각까지 할 수 있음을 보면서, 생각을 훈련하고 건강하게 가지는 것이 정신질환 예방과 치료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사람은 살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처리되지 않은 부정적 사건으로 인한 상처와 감정이 조금씩 쌓여가고 그것이 긍정적 경험으로 처리가 되지 않은 경우, 또 다른 삶의 사건이나 상처가 밀려왔을 때 과거 처리되지 않은 상처가 함께 올라오면서 큰 정신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라도, 작은 상처일 때 다루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상처가 가져다 준 자신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 사고와 감정을 적절히 치유하며 그때 그때 돌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아이가 학교에서 여러가지 상처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부모는 평소 밝은 아이였기에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크면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조금 과도하게 힘들어하면서 부모님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가 보기에 오랫동안 사귀었던 친구도 아니고 단순한 친구와의 어려움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든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 없어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 나중에 심각한 결과를 경험하고, 엄마는 아이를 정신과에 데려갔다. 이 경우 엄마에게는 현재의 문제만 보여서 작은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제로 이 아이는 과거 해결되지 않은 상처들이 있는 상태에서 또 상처를 받았기에 큰 상처가 된 것이다.
공황장애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갑자기 공황장애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 스트레스와 과도한 각성 상태의 노출들이 공황장애와 같은 큰 불안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정신적 질환으로부터 보호받으려면, 평소 작은 상처나 마음의 어려움이 있었을 때 감기 증상이 있으면 약을 먹고 치료하는 것처럼 마음을 자주 쉬게 하고 돌보고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마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생각을 잘 훈련하는 것은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 중 너무 중요하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많이 경험하는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신경증이나 조현병, 양극성 장애와 같은 정신증 관련 질병, 기타 수많은 정신질환 증상들은 왜곡된 사고와 관련돼 있다. 인지행동 치료가 대부분의 정신질환에 효과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생각만 잘 해도 많은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생각의 많은 부분들은 과거의 삶에서 우리에게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메시지로부터 왔다. 특히 자아상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를 가장 사랑했으나 한쪽으로 치우쳐 우리를 사랑했던 부모님으로부터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로부터 늘 야단을 많이 맞던 청년은 자신이 문제 있는 존재라 여기고 있었고, 어릴 때부터 칭찬을 못받았던 아가씨는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이며 쓸모없는 존재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부모님이 준 메세지는 우리에게 왜곡된 자아상을 갖게 하는데,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마치 진리인 것처럼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 경험들을 통해 왜곡된 사고를 갖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 버터 치킨을 먹고 체한 적이 있는 데 그 이후 버터 치킨은 자신이 절대로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처럼 어떤 부정적 경험을 하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 경험이 주는 왜곡된 생각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부정적 경험으로 특정인이나 대상에게 갖게 되는 편견 같은 것들이다. 한 여성은 어머니가 고양이를 끔찍히 싫어했는데, 그 경험들을 딸에게 나누자 자신도 모르게 간접경험만 했음에도 고양이를 끔찍히 싫어하고 고양이는 사람에게 해로운 동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마음을 건강하게 잘 돌보기 위해 생각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에 부모로부터 또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온 잘못된 생각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발견하고, 부정적 경험과 메시지를 긍정적 경험과 메시지로 만들며, 바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왜곡된 생각을 바꾸어갈 수 있도록 성령님께 생각의 뿌리를 보여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독교인들이 아닌 경우 평소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부정적 감정 안에 어떤 부정적 생각들이 숨어 있는지 찾아보고, 그 생각과 감정이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지를 찾아보기 시작하면 조금씩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감정과 행동과 신념과 다 연결되어서 우리 마음을 지키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므로, 하루를 살아서 부정적이며 평안을 깨뜨리는 생각들은 과감하게 버리자. 대신 긍정적이며 사실에 기반한 생각들, 그리고 미래에 소망을 주는 생각들, 내 마음을 건강하고 평안하게 해주는 생각들로 채워보자.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