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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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짓는 이는 시인이고, 시를 읽는 이는 철학자라고 한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 4. 7 - 1850. 4. 23)는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와 함께 <서정담시집>으로 영문학에 있어 낭만주의를 개창(開創)하는 데 크게 기여한 영국 시인이요 왕립 계관시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애송되고 있는 그의 시를 읽어보자. 삶의 낭만을 전해주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선한 사람의 생애 최고의 모습은 이름 없는, 기억되지 않는 친절과 사랑의 행동이다”(That best portion of a good Man’s life is his little, nameless, unremembered acts of kindness and of love)란 말도 남겼다.

① “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 내 삶이 시작되었을 때도 그러했고/ 어른인 지금도 그러하고/ 나이가 들어가도 그러하리/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내 생의 나날이/ 자연의 숭고함 속에 고이 있기를”(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워즈워스/ 내 가슴은 설레고).

이 시는 매년 어린이날을 전후해 많은 문필가(글쟁이)들에 의해 인용되고 소개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구절의 난해함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점이 과학과 문학의 차이일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기 전에 어린이어야 하고 그 어린이가 자라나 어른이 되기 때문에 그냥 막말은 아니다. 다만 이 구절이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많은 것들을 더 알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② “한때는 그렇게도 밝았던 광채가/ 이제 내 눈 앞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초원의 빛과 꽃의 영광의/ 그 시절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해도/ 우린 슬퍼하기보다/ 차라리/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위안을 주는 마음에서/ 죽음을 관찰하는 신념과/ 사색을 가져오는 세월에서”(워즈워스/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

매일 일상의 고민에 시달리고 세상사에 지칠 때 읽는 시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망도 하고 마음 상하는 일도 겪겠지만, 사람들과 함께 나눈 지난 날의 추억을 통해 새 힘을 얻는 게 좋다.

수수했던 어린 시절, 첫사랑의 기억을 통해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에도 감탄할 수 있는 원기를 회복하도록 하자.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③ “산골짜기와 언덕 위 높은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 한 무리 모여있는 황금 수선화/ 호숫가 옆 수목들 아래로/ 미풍에 나부끼며 춤을 추었네//

은하수에서 반짝이며/ 바치는 별들처럼/ 물가따라 끝없이/ 줄지어 뻗쳐있는 수선화/ 나는 한 눈에 보았네 천만송이 꽃들을/ 머리를 흔들면서 춤을 추었소//

수선화 주위의 물결도 춤을 추었지만/ 그 반짝이는 물결은 수선화의 기쁨을 따를 수 없었네/ 어찌 시인이 즐겁지 않으리/ 이토록 흥겨운 무리 속에서/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보았지만/ 이러한 장관이 어떤 보배를 가져다 주었는지 알지 못했네//

이따금 내 침상에 누웠을 때/ 멍하니 아니면 사색에 잠기어/ 고독의 축복인 내 마음의 눈에/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럴 때면 내 마음은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노라”(워즈워스/ 수선화(The Daffodils).

대학 시절 영시 강독 시간에 채 뜻도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외웠던 시들이라 그리워, 다시 한 번 읊어보았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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