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다원주의 신학의 공통점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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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성 칼럼] 종교다원주의 신학자들의 핵심이론 (1)

학술지 <선교와 교회(Vol. 11, 2023 Spring)>에 게재된 최덕성 총장님의 논문을 소개합니다. 해당 내용은 지난 6월 29일 ‘종교다원주의 평가와 선교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지구촌선교연구원·중동성서신학원 주최 2023 선교포럼에서 공개됐습니다. -편집자 주

▲종교다원주의 논란을 겪고 있는 WCC가 지난 2013년 제10차 부산 총회 개회예배에 &lsquo;특이한 물건들&rsquo;을 강단에 놓은 모습. ⓒ크투 DB

▲종교다원주의 논란을 겪고 있는 WCC가 지난 2013년 제10차 부산 총회 개회예배에 ‘특이한 물건들’을 강단에 놓은 모습. ⓒ크투 DB

1. 역사적 종교들, 각자 ‘구원의 길’
2. 예수, 유일한 구원의 길 아니다
3. 각 종교 배후에 신적 실재 있다
4. 모든 종교는 다 구원의 길이다
5. 각 종교, 타종교 인정해야 한다
6. 타종교, 자신 잣대로 평가 잘못
7. 인간, 신적 실재 완전 인식 못해

A. 들어가는 말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는 현대판 자유주의 신학의 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탈구조주의, 혼합주의, 민족문화 그리고 종교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진리상대주의와 민족주의 성향과 맞물려 폭넓게 파급되고 있다. 종교다원주의는 진보계 에큐메니칼 운동, 특히 세계교회협의회(WCC) 신학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에도 강력하게 침투하고 있다.

종교다원주의자들의 주장이 똑같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적인 종교들은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형성된 ‘구원의 길’이다.

각 종교인들은 각각 다른 길을 거쳐 구원을 받는다. 구원을 받은 사람은 자기 중심의 존재에서 실재 중심 또는 생명 중심의 존재로 삶의 지향성이 변한다. 이러한 사람은 이기심과 자기 중심 생각에서 벗어나 전체 생명과 더 높은 진리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두려움을 극복하여 삶과 죽음, 차안과 피안을 하나로 꿰뚫어본다. 사랑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며, 하나님 나라(神國), 불국(佛國), 대동세계 실현에 힘쓴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고 함은 옳지 않다.

기독교라는 하나의 종교가 다양한 문화와 종교 전통을 가진 인류를 위한 유일한 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근거 없다. 하나님의 은혜는 모든 종교와 문화 속에 차별 없이 관대하게 역사하고 있으므로, 특정 종교가 인류 하나 됨의 구심점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 없다.

셋째, 각 종교의 배후에는 궁극적 신적 실재(Ultimate Divine Reality)가 있다.

모든 종교는 같은 신적 실재에 바탕을 두고 있고, 동등한 가치의 종교 경험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도교, 힌두교 등은 인간이 각 문화 조건 하에서 신적 실재를 그린 서로 다른 그림이다. 진정한 진리는 각 종교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 가운데서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 하나님은 모든 종교들 안에 자신을 계시한다. 각 종교의 신앙인들은 자기들의 신앙전통을 따라 신과 관계하고 구원을 받는다.

넷째, 따라서 모든 종교는 다 구원의 길이다.

선교는 더 이상 비기독교 신자를 기독교로 회심시키려 하지 않아야 한다. 신실한 타종교인을 교회 안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은 잘못이다. 기독교만이 구원의 종교라고 보는 서구 제국주의 발상과 그러한 류의 종교 이데올로기를 과감히 버리고, 모든 종교가 ‘보편적 구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종교 간 대화로 서로를 존중하고 세계 평화와 사회정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한다.

다섯째, 각 종교는 자기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타종교를 인정해야 한다.

기독교는 기독교답고, 불교는 불교답고, 이슬람교는 이슬람교답게 각각의 고유한 색깔과 독특한 향기를 발해야 한다. 각자 자기가 귀의(歸依)하는 종교에 헌신하면서, 종교 간 대화와 협동을 모색하여 세계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여섯째, 다른 종교를 자기가 믿는 종교의 잣대로 평가함은 잘못이다.

특정 종교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불멸의 진리 체계를 독점할 수 없다. 수백만, 수천만, 수억 명의 경건한 신도를 가진 종교를 어찌 참 종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진리 담론(談論)은 역사, 문화, 사회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됐으므로, 특정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일곱째, 인간이 궁극의 신적 실재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실재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인간의 제한된 이성으로 그것을 완전히 아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종교의 가치는 경험에 있고, 그 경험은 다양할 수 있다.

인간 역사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계시란 항상 현재적이다. 성경에 담겨 있는 계시는 진리를 보여주기에 불충분하다. 기독교의 계시는 다른 종교가 가진 계시와 동동한 차원에 있다.

종교다원주의자들은 기독교와 타종교와 관계에 대한 대응 유형을 ‘배타주의(Exclusivism)’, ‘포용주의(Inclusivism)’, ‘다원주의(Pluralism)’로 구분한다. 타종교의 구원 가능성을 인정하는 여부에 따라 나눈다.

배타주의는 역사적 인물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으며, 그분 외에는 세상의 구원자가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종교다원주의자들이 말하는 ‘포용주의’는 기독교의 정당성을 기정사실로 보면서, 기독교 밖에도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시각을 뜻한다.

모든 종교가 궁극적 진리에 이르는 부분 혹은 과정의 진리를 갖고 있다고 보면서, 타종교 안에 있는 모든 진리는 본래 기독교의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고등종교는 하나의 궁극의 신적 실재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라고 한다.

기독교인들이 다른 종교와 더불어 서로 배우며 이해하고 상호 보충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고 본다. ‘다원주의’는 이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종교를 동등한 선상에 두고서 상호 인정하고 협조하고 대화하는 태도이다.

진정한 진리는 배타적이다. 참과 거짓은 배타적일 때 드러난다. ‘배타주의’는 일면 자랑스러운 명칭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일반 정서는 이 용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종교적 관용(tolerance)이 우상이 되어 버린 시대에 포용주의나 다원주의가 겸손하고 긍정적이며 도량이 넓은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 배타주의는 절대 진리에 연연하거나 한 가지 진리에만 몰두하는 광신성(being fanatical)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우리 사회는 ‘포용’이라는 개념을 환영하며 ‘배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 구원 유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사적 기독교, 유서 깊은 기독교, 정통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이며, 참 사람이며, 구원의 유일의 길이라고 믿고 고백한다. 그리고 구원은 오직 그의 대속 사역으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 믿음의 기초는 다음과 같다.

예수 그리스도는 말한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예수의 제자 베드로는 외친다.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행 4:12)”. 예수의 사도 바울은 선언한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딤전 2:5)”.

▲웨슬리 아리아라자 박사(왼쪽)가 2013년 WCC 부산총회에 참석해 &lsquo;마당&rsquo;에서 최덕성 박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종교다원주의자 아리아라자는 WCC 유급 신학자로, 십여 년 동안 제네바 WCC 본부에 근무하면서 종교다원주의를 발전시켰고 &lsquo;바아르 선언문&rsquo; 초안을 작성했다고 한다. ⓒ크투 DB

▲웨슬리 아리아라자 박사(왼쪽)가 2013년 WCC 부산총회에 참석해 ‘마당’에서 최덕성 박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종교다원주의자 아리아라자는 WCC 유급 신학자로, 십여 년 동안 제네바 WCC 본부에 근무하면서 종교다원주의를 발전시켰고 ‘바아르 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한다. ⓒ크투 DB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고신대 전 역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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