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행복의 비결, ‘용서’ 잘하는 것… 격하게 싸웠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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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부부 간 ‘용서’의 자리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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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부부들의 관계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올슨(Davide Olson) 박사의 ‘Prepare, Enrich’라는 검사 도구가 있다.

이 도구는 1977년도에 처음 개발되어 지금까지도 사용 중이다. 필자도 부부 상담을 할 때 대부분 이 검사도구를 사용한다. 검사를 실시하면 커플의 관계 상태에 대해 정확한 그림을 제시할 뿐 아니라 성격적 면에서도 다양한 설명을 해주는데, 다양한 범주 중 하나가 ‘용서’이다.

여기서 용서는 갈등이나 배신 또는 상처를 주는 일들이 생긴 후 서로를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부분의 점수에 따라 부부 관계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관계가 많이 어렵고 힘든 커플일수록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잊어버리거나, 잘못을 인정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일들을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오랜 동안 일어난 사건을 잊어버리지 않고 가슴에 깊이 간직한다. 또한 갈등이 일어난 후 오랫동안 긴장된 관계를 계속 갖고 있으며, 갈등을 풀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행복한 부부는 ‘용서’를 잘한다. 아주 격하게 싸웠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가 화해의 손을 내밀 때 쉽게 화해를 받아주고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해준다. 그래서 화해와 긍정적 감정의 교환을 통해 이전의 상처와 아픔을 잊어버리거나 그것에 큰 부정적 의미를 많이 두지 않고 긍정적으로 다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어제 싸웠는데 어떻게 오늘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지요?”라면서, 용서와 화해를 마치 위선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쉽게 용서하거나 화해를 하지 않으려 한다.

존 가트만 박사가 소개한 ‘행복한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의 특성에는 여러 목록들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행복한 부부는 ‘화해의 시도’를 할 때 서로 잘 받아준다는 항목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오랫동안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데 갈등은 당연한 부분이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없을 수는 없는데, 그런 다툼 후 용서를 구하고 받아주는 화해 과정을 잘 갖는 것이 부부 관계에 있어 중요한 팁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는 말씀을 믿고 실천하려는 사람이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배우자와의 갈등을 하루를 넘기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또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예수님 말씀도 함께 결혼 생활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배우자와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용서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돌아보면, 이틀 정도 갈등이 있었던 한두 번을 제외하면 늘 하루 안에 갈등을 해결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그때 그때 해결하면서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필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분은 이렇게 이야기할지 모른다. “큰 사건을 안 겪어서 그렇지요. 저 같은 일을 겪었으면 용서 못할 겁니다.”

그렇다. 사실 큰 상처를 경험하면 용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녀를 낳은 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고 산후 우울증까지 겪은 분, 결혼 직전에 상대 배우자 부모의 반대로 큰 거절을 경험한 분, 약간의 신체적 다툼이 있었는데 경찰에 신고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분, 배우자가 주식을 해서 너무 큰 돈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분, 배우자가 그렇게 쫓아다녀 결혼했는데 결혼 후 바람을 맞은 분 등 다양하고 큰 상처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배우자를 용서하지 못해 결국 부부 사이가 예전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은 결국 이혼을 생각하거나 상담실을 두드린다.

이 분들이 상담소를 찾게 되면, 상담실에서는 치료를 위해 두 가지 과정을 거치게 한다. 하나는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을 충분히 표현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감정의 정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상처를 준 대상을 용서하도록 돕는 것이다.

결국은 ‘용서’를 통해서만 과거의 상처를 해결할 수 있고 관계가 다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자신의 아픔과 감정을 다 털어놓아도, 용서할 마음이 없으면 깊은 회복은 어렵다.

용서하지 않은 과거의 상처는 또 누군가에 의해 건드려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용서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과거 상처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배우자에게 받은 큰 상처가 있는 경우 혼자서 용서하기 너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치유를 받고 용서의 과정을 거쳐 부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좋다. 그 상처가 또 다른 상처들과 만나면, 회복 불가능한 고통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상담 현장에서 만났던 한 커플도 결혼 생활 중 큰 사건으로 배우자와의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내에게 너무 큰 상처여서 배우자를 용서하기 힘들었지만, 아내가 남편을 용서하기로 결정하면서 회복이 시작됐다.

세월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아내는 남편을 용서한 것이 너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편도 옛날에 비해 너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기질적으로 용서가 쉽지 않은 분들도 있다. 융통성이 적고 평소 자신의 삶이 주도면밀해 실수를 잘 하지 않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인 경우, 상대방이 저지른 일에 대해 용서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변화가 많고 융통성이 많은 사람을 잘못됐다고 탓하며 자신의 의로움을 정당화할 수 있다. 완벽을 추구하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인 경우, 내면 안에서 타인에 대해 쉽게 판단하는 마음과 융통성 없는 태도 역시 변화가 필요한 부분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의 모든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내키든 내키지 않든 용서하기를 훈련하는 것이 행복한 부부 생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상대방 배우자가 화해를 요청하면 용서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하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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