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번씩만 감사 표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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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탈무드의 지혜

▲율법 해석을 기록한 바빌로니아 탈무드 내지 모습.

▲율법 해석을 기록한 바빌로니아 탈무드 내지 모습.

탈무드는 지혜의 보물창고다. 때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처럼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글(지혜)들도 있다. 한 토막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①엄마가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있는데 어린아이가 물었다. “나쁜 사람들이 들어올까봐 잠그는 거지요?” 엄마의 대답은 이러했다. “아니다. 정직한 사람을 위해서 잠그는 거란다. 문이 열려있으면 정직한 사람이라도 유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 선한 사람도 길에서 지갑을 주웠고 그 속에 5만 원권 지폐가 한 묶음 들어있다면 순간적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이 스칠 것이다. 이렇게 돈, 이성(sex), 명예에 관한 일들은 착한 사람에게도 유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②“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學費)봉투를 받아// 대학(大學)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詩)).

윤동주 시인은 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삶의 힘겨움과 엄숙함에 대해 자신의 시가 정직하지 못한 것은 아닌 지, 반성적으로 되묻고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정직하게 시를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같이 느껴진다. 정직한 사람은 정직하지 못한 것들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을 받는다.

이 세상은 아직 천국이 아니다. 온갖 불의의 요소들이 다스리고 있다. 이것들을 다 이기면 시인처럼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희망은 저 먼 곳 신기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극히 평범 해보이는 일상생활 속에 있는 것이다.

③유대인이 철저히 지키는 모세 율법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돼지고기가 매우 먹고 싶은 한 유대인이 정육점을 찾아가 “썰어놓은 돼지고기는 얼마입니까?”라고 묻자마자 천둥소리가 무섭게 들려왔다. 그러자 그 유대인이 하늘에다 대고 말했다. “값만 물어보았는데(메뉴판만 보았는데) 뭘 그러십니까?”

④쾌락은 한순간이지만 그 결과는 일평생 후회하게 만든다. 성(sex)이나 마약이나 도박의 중독이 그러하다.

이솝 우화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 파리떼들이 창고 안에 있는 꿀단지를 발견하고 그 꿀을 핥아먹기 시작했다. 떠날 줄 모르고 먹다 보니 날개와 다리가 꿀에 묻어 헤어나올 수 없게 됐다. 그들은 외쳤다. “작은 쾌락 때문에 결국 이렇게 목숨을 잃는구나!”

⑤지나가는 행인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던 마차꾼이 이를 딱하게 여겨 마차에 태워주었다. 가다 보니 그 행인은 마차 위에서도 여전히 짐을 지고 있었다. “여보시오, 무거운 데 그 짐을 내려놓으시오” 하자 “아닙니다. 나를 태워준 것만도 고마운데 어찌 짐까지 싣고 가겠습니까?”

하루에 10번씩만 감사를 표하며 살자. 그러면 하루종일 감사를 주고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주위를 자세히 쳐다보면 감사할 대상들이 너무 많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우리 옆을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 직장의 동료들, 출석 교회의 여러 교인들, 쓰레기를 치워주는 청소미화원들, 출퇴근을 도와주는 시내버스 기사들, 명절 때 모두 쉴 때도 전후방을 지켜주는 국군장병들, 교통과 치안을 맡아주는 경찰관들, 기차나 항공기의 운전팀들, 신문을 만들고 방송을 진행하는 언론인들….

생각하면 수많은 사람들과 자연환경의 도움 속에 ‘나’라는 한 존재가 잠 자고, 밥 먹고, 할 일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런 고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우리는 생각한다”로 바꾸어야 될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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