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하버드 대학교 공부벌레들의 30계명 중에는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어떤 이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었다”란 항목이 있다.
사람의 일생을 숫자로 환산하다 보면, 때때로 섬뜩한 느낌이 든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의 수명이 80년이라고 볼 때, 잠자는 시간과 먹고 살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시간을 빼면 상당 시간이 제외될 것이기에 나만의 빈 시간은 조금 남을 것이다.
80년을 산다 해도 약 20-25년 정도는 학업 연수기간으로 보내야 한다(유치원부터 대학 졸업까지 16년 이상). 이 시간은 내가 조정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러면 60여 년이 남는다.
여기에서 밥먹고 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길어야 20여 년이 남는다. 여기서 70세 이후 덤으로 사는 시간을 빼내면 겨우 10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이 남게 된다. 여기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보내는 시간과 잡동사니 시간을 제하고 나면 한 5년 정도가 남게 된다.
여기에서 다시 감기약 먹고 몽롱하게 지내는 시간과 대인관계에서 섭섭하고 분해서 하늘 보며 호흡 조절하는 시간을 빼고 나면, 기껏 해야 한 3년 정도가 남게 된다.
결국 인생은 짧다는 것이다. 찰나의 시간. 불교에서는 손뼉 소리만큼의 한 순간이라고 하고, 기독교에서도 도적같이 몰래 들어와 가로채 간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아무리 대단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결국 태풍 앞에서 홀로 버티는 호롱불 같은 것이다. 언제든지 하나님이 부르시면 하던 일 놔두고 떠나야 하는 이슬 같고, 눈물 같고, 숨결 같은 존재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사람의 하루 일과를 면밀히 관찰해 보면, 그 짧디 짧은 시간이나마 의미 있게 써야 할텐데, 대개 하루 일과 중 자투리 시간을 그냥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벗 삼아 사는 사람은 아무리 바빠도 담배를 피워야 산다. 화장을 해야 하는 여인은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화장하는 시간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사람은 틈만 나면 먹을 것들을 찾아 먹는다.
산을 오르는 나무꾼처럼 늘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무엇을 찾기도 하고, 괜한 잡념 때문에 일손을 놓고 뜬금없이 헛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시험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우연히 책상 서랍을 열게 되고, 서랍 정리하다 하룻밤을 다 소비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는 것을 여유로운 삶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남의 일에 콩 놔라 팥 놔라 하며 간섭하는 오지랖 넓은 사람도 있다. 더러는 이런 간섭을 어른 역할이나 리더십 발휘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신문, 잡지를 읽느라 몇십 분을 소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잠깐 통화하고 오겠다고 나가서 10-20분을 쓰는 사람도 있다. 시간은 항상 두 얼굴로 나타난다. 어떤 때는 한가롭게, 다른 때는 긴박하게 다가온다.
저녁식사 후 TV 앞에 앉으면 시간이 많게 느껴지지만,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서두를 땐 단 1분이 금쪽같다. 1-2분 사이로 예매한 기차를 놓치기도 한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이들의 소원은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성경은 “세월을 아끼라, 시대가 악하니라(엡 5:16/ Watch your step. Use your head. Make the most of every chance you get. These are desperate times)”고 가르치고 있다. 성경 원어로 보면 돈을 주고 시간을 사라는 뜻이다.
허송세월 하는 것만큼 허망하고 잘못된 일이 또 있을까. 매 순간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아야 한다. 우리 일생을 다른 것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그러나 사용하기에 따라 역사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행악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도연명(陶淵明)의 명시 한 구절을 소개한다.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일생에 청년의 때가 두 번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도 두 번 있지 않다/ 항상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근면하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책상 위에 세월을 아끼자는 표어를 써놓고 살았다(Time and tide waits for no man).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