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휴가, 떠나기 직전이 더 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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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에게 ‘희망’이 필요한 이유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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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뉴스에서 물가는 더 상승하고 그에 따라 이자율은 오른다는 소식과 더불어, 큰 회사들이 경영난을 못이기고 파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런 이야기 속에 몇천 년 만에 유럽에는 기후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폭설로 집 안에서 얼어 죽는 사람들 이야기까지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걱정과 불안, 염려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필자는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생명의전화에서 상담 봉사를 도맡았는데, 글쎄 어찌나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함께 왠지 우울해지는 것만 같다.

암투병을 하는 사람도 많고, 그 중에는 가족이 없으신 분도 계시고, 가족이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지원을 잘 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분들도 계셨다. 병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으로 인한 사별의 아픔으로 몹시 힘들어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은 병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조현병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까지, 너무 많은 사연들과 아픔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중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심한 절망감 가운데 있지만 소망이 많지 않은 경우다. 상담자로서 많은 도움을 주기 어렵고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위로밖에 없을 때, 마음이 착찹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은 작은 소망이라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꿈을 꿀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에게 더 살아낼 힘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꿈과 희망이 있을 때 살아갈 수 있다. 배우자를 잃고 빨리 세상을 함께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기 때문임을 보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어떻게 든 힘을 낼 수 있게 희망을 갖게 하려 한다. 물론 어떤 분에게는 이 세상의 소망이 아니라 죽은 이후 삶에 대한 소망을 가지도록 도와야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소망은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된다.

가끔 상담을 하다 현재의 너무 큰 어려움 때문에 심한 절망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변화에 대한 희망과 꿈을 전해주고 나서, 그 사람의 눈빛이 변하고 감정과 태도가 변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 힘이 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가끔 만나는 무기력한 사람들 중 자신은 너무나도 무기력함을 느끼지만, 실제 그 사람의 조건이나 환경을 보면 무기력하지 않으며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의 자유,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있음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살지만, 보이지 않는 쇠창살 속에 마치 자신이 갇혀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이상의 변화에 대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되고 피해자로, 때로는 무능한 사람으로 살면서 타인과 세상을 탓할 뿐 아니라 자신도 끊임없이 원망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 분들에게 잃어버린 자신의 내면의 힘을 되찾으라고 격려하며, 그 사람 안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있고 시도하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음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것이 필자의 작업이다.

조금씩 내면의 손상된 자아를 바라보며,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그 자아가 타인에게만 원망을 돌리지 않고 자신 안에 있는 스스로의 힘을 발견하고 스스로 힘을 내 자신이 성장하도록 존중하는 일을 시작하면, 마치 물을 먹지 못한 화분 속 한없이 쳐진 나뭇잎이 물을 먹고 되살아나듯 무기력함에서 조금씩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물론 우리가 꿈을 꾸고 희망을 갖는다 해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고 모든 것이 좋아지진 않는다. 꿈을 꾸고 희망을 갖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삶을 바꾸는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희망을 갖기 때문에 오늘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에 더 노력할 수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고 인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는 당연히 경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희망을 붙잡아야 한다.

언젠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를 정서적으로 도와주었는데, 쉽지 않았다. 환자는 완치를 원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완치는커녕 없던 증상들이 하나씩 더 생기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기만 했기 때문이다.

증상 악화와 더불어 환자의 희망은 더 사라지고 절망은 점점 깊어졌기 때문에, 그 분에게 회복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환자의 고충을 들으면서 그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없는 내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날 그 환자가 변하게 되었다. 나의 훌륭한 상담 솜씨로 환자가 개선이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환자는 나아지지 않는 병의 증상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고, 아프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적인 삶에 의미를 두고 그 안에서 소망을 가지면서 회복이 될 수 있었다.

환경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 환자는 분명 기뻐하고 있었고, 삶의 충만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었으며, 이전의 절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긍정심리학에서는 ‘희망’을 한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라 보고, 그것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절망하기 쉬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과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딛고 더 성숙하게 되는 개인과 사회를 바라보며 희망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도 지나갈 것이라 믿으며, 환자들은 회복의 삶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붙잡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특히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 어떨 때는 더 신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여행 직전이 가장 여행에 대한 기대와 꿈을 많이 느끼고 있는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분은 한 번의 긴 휴가 보다 작은 휴가들이 더 행복을 많이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 사람처럼 작은 휴가를 앞두고 그 휴가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지 모른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믿음과 사랑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강조하는 편이나, 소망을 가지는 것에 대해 오늘날 많은 강조가 있진 않았던 것 같다.

이제 그 무엇보다 소망을 붙잡는 시간들이 될 때, 지금 닥친 삶의 위기와 어려움들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소망의 끈을 붙잡자. 현재만 바라보지 말고, 미래를 꿈꾸자.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생각하자.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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