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그것은 편지였고, 시와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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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셋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그것은 편지였고, 시와 노래였다”.

지난 월요일 우리 교회 몇 목사님들과 산행을 하던 중 천국에 가신 조용기 목사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조용기 목사님이라는 말씀에 갑자기 조 목사님이 보고 싶고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당장 다음 날 모든 일정을 미루고 조용기 목사님 묘소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그때가 2주기 즈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의전하는 장로님들에게 꽃다발을 준비해서 미리 도착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했더니 장로님들이 안 계시는 것입니다. 알고 봤더니 오산리기도원으로 내비게이션을 쳤는데 원주로 가버렸다는 것입니다. “왜 원주로 갔냐” 했더니 “오산리를 오살리로 쳐서 원주로 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시간이 넘게 차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제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혼자 묘소를 찾아갈 수도 있지만 어떻게 빈손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꽃다발을 들고 가야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차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장로님들이 도착을 하자 꽃다발을 들고 갔습니다.

▲조용기 목사가 소강석 목사의 손을 잡고 있다.

▲조용기 목사가 소강석 목사의 손을 잡고 있다.

아직 가을이지만 한낮이라 땡볕이 이마를 찡그리게 했습니다. 그 땡볕 아래서 묘소 앞에 꽃다발을 드리고 잠시 묵념을 하며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제가 장례위원장으로 목사님의 장례식을 섬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기가 되었네요. … 목사님이야 하나님의 품에 안식하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목사님이 그리워서 왔습니다. 그리워서 꽃다발 하나 들고 왔습니다.” 그 순간 조 목사님과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특별히 국민일보 31주년 기념예배 때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영훈 목사님께서 통성기도를 인도하셨고 저도 강단에 서서 손을 들고 기도하는데, 누가 제 손을 잡는 것입니다. 눈을 뜨고 보니까, 조용기 목사님이 제 손을 목사님의 머리에다 얹으며 안수기도를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소 목사님 같은 패기와 용기 그리고 영력을 다시 회복하고 싶어요. 소 목사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주세요.”

▲소강석 목사 등이 조 목사 묘소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 등이 조 목사 묘소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저는 순간적으로 조 목사님을 꽉 끌어안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조 목사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저는 조 목사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하나님, 조 목사님이 젊은 날 얼마나 체력을 소진하셨습니까?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계 최대 교회로 키우고 5대양 6대주를 다니며 주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얼마나 온 몸의 진액을 짜내며 희생하셨습니까? 또한 위태로울 한국교회 수십 년 후를 바라보시며 공적 교회를 지키고 보호하는 대변지 국민일보를 창간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 목사님은 몸을 축내고 축내셨습니다. 부디, 조 목사님의 수고를 보상해 주시고 건강을 회복시켜 주옵소서. 청년의 몸과 두뇌와 혀와 기백을 주시옵소서.”

조 목사님께서도 기도하는 내내 어린아이처럼 제 품에 안겨서 “아멘, 아멘” 하시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동안 정말 제 몸과 마음이 불덩이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저를 사랑하고 또 저의 젊음이 부러웠으면 그러셨을까. … 그런 분이 흙으로 돌아가 땅속에 누워 계시니 제 자신도 흙이 되는 것 같았고, 흙과 제가 동일체라는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추모의 꽃다발.

▲추모의 꽃다발.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흙 속에 묻히게 될 터인데, 흙이 그냥 흙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흙의 원소가 내 몸 안에 있고 나도 언젠가 저 흙 속에 묻힌다는 걸 생각하니까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 주신 사명에 더 충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그날 저녁에 빗소리가 나서 창문을 열어봤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문득 시상이 떠올라 펜을 들어 ‘가을’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문득 / 가을비가 내리고 / 바람이 불고 / 나뭇잎들이 허공 위로 날아가다 / 나의 발 앞에 떨어졌을 때 / 그건 / 나뭇잎이 아니라 / 편지였다 / 쓰고 싶은 시였다 / 불 꺼진 창문 아래서 / 혼자 부르고 싶은 노래였다 / 눈을 감아도 보이고 / 귀를 막아도 들리고 / 숨을 참아도 부르게 되는 / 사랑이었다.”

그날 내린 비는 그냥 비가 아니었습니다. 그 가을비는 아직은 초가을이지만 바람을 몰고 왔고 나뭇잎들을 떨어지게 하는 비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떨어진 나뭇잎은 그냥 나뭇잎이 아니라 편지였고 시였고 노래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눈을 감아도 보이고 아무리 귀를 막아도 들리고 아무리 숨을 참아도 부르게 되는 가을 사랑이었습니다.

늘 그렇겠지만, 매년 가을이 오면 저는 천국에 가신 조용기 목사님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생각하며 묘소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분을 그리워하는 편지를 쓰고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를 겁니다.

▲소강석 목사가 조 목사 묘소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조 목사 묘소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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