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를 ‘영적 아버지’로 불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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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 알의 밀알이 되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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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태복음 23:11-12)”.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태복음 25:40)”.

온몸이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올 여름은 참으로 고달픈 계절이었습니다. 게다가 긴 장마로 곳곳에서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계절은 벌써 가을의 자리를 차지하며 언제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도 잊은 채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 말씀 앞, 23장 8-10절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 땅에 있는 자를 아버지라 하지 말라 너희의 아버지는 한 분 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이시니라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의 지도자는 한 분이시니 곧 그리스도시니라(마태복음 23:8-10)”.

문자 그대로 ‘랍비’, 아비나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경고는 교만한 마음에서 그러한 칭호를 추구해서는 안 되며, 신자들의 마음 속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 계시는 하나님의 자리를 인간인 종교 지도자들이 차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랍비, 아비, 지도자’는 종교 지도자에 대한 칭호였고, 이러한 칭호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바리새인들 사이에 행해지던 종교적인 특권 계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해 주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5장 40절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내 형제’란 도움이 필요한 자를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 계명인 ‘하나님 사랑’에 이어, 두 번째 계명으로 ‘이웃 사랑’을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 표현은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예수님 당신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특히 “땅에 있는 자를 아버지라 하지 말라 너희의 아버지는 한 분이시니 곧 그리스도시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때로는 교회 내 담임목사나 위임목사를 ‘영적 아버지’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목사에게 아첨이나 아부를 떤답시고 성도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장로들이 있는가 하면, 목사 자신이 대놓고 설교 시간에 자신을 ‘영적 아버지’라고 지칭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천국의 상속은 자신의 선행을 내세우거나 기억하지 않은 채 드러내지 않고 봉사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이 자신의 공로에 의해 구원을 받게 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권한이며, 하나님의 은혜에 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참된 의인들은 정작 여태 자기들이 행한 많은 선행들을 다 잊어버렸을 것입니다. 참된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사람을 향한 선행을 해야 하고, 이는 사소한 일부일 뿐입니다. 그것을 행했다 해서 특별히 큰 일을 한 것처럼 오랫동안 기억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태복음 6:3-4)”.

오늘 제목처럼 ‘한 알의 밀알’이 되기 위해서는 순교자들이 겪었던 고난과 고통을 먼저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신앙심이 강하더라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 어쩜 이렇게 담담하고 당당할 수 있었을까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24)”. 한 알의 밀알이란, 희생의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실 예수님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남인들 중심의 양반 계급에서 시작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상 제사 문제로 박해가 시작됩니다. 양반들은 잃을 게 많았기 때문에 거의 다 떨어져 나갔고, 상민들과 천민들이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심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죽음을 무릅쓴 채 신자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더구나 제사 문제는 현 시대에도 복음을 전파하는데 많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색당파로 나라는 어지럽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었으며, 양반 상놈의 엄격한 계급 질서 아래 남녀노소의 차별마저 극심했던 그 시대, 서로를 형제자매로 부르면서 가진 것을 나눈 당시 초기 교회야말로 엄격한 계급사회에서 맛보지 못한 천국과 같은 세상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 심판 때 “너희가 가장 작은 이들에게 베푼 선행이 바로 나에게 한 것과 같다”고 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너희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육강식과 물질만능이 판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자랑스러운 순교 선열들의 행함을 본받아, 차별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하나님의 신실하신 한 알의 밀알이 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습니까? 우리를 대적하는 무리들이 우리를 괴롭히더라도, 우리 곁에 계신 하나님께서 늘 우리 편이신데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

처음 시작된 교회 안에서 신자들이 서로 사랑하며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를 나눔을 주며 베풀었음을 떠올리며, 지금은 더 뜨거운 열정으로 이웃을 섬기며 도와야 할 때입니다. 그럼에도 더 심한 학대와 처절한 이기심으로 말미암아 세상은 갈수록 혼탁하게 물들어갑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편 가르기는 물론,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를 심판하는 등 온통 주님의 뜻과 전혀 무관한 언어와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십자가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한 알의 밀알이라는 뜻을 알고나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행동 없이 어떤 모임이나 예식에서 늘 십자가를 말하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다가는 곧 지옥 문이 열린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지신 십자가의 처절한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십자가를 지겠다고 ‘표’ 장사를 하는 신앙인들이나 불신자들 모두, 십자가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쉽게 내뱉고 있습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들에게는 곧 지옥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통곡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으며, 사람마다 불로써 소금 치듯 함을 받게 될 것임을 깊이 깨닫고 하루 속히 돌아오시기를 간구합니다.

한 알의 밀알은 썩어져야 많은 열매를 맺는데 자신은 죽지 않고 요행으로 영화만 누리려 한다면, 알곡과 쭉정이를 가릴 그때는 이미 늦었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준비하신 그 나라는 자신을 죽이고 오롯이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한 알의 밀알 같은 사람, 그리고 정직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것임을 의심치 말고 믿음으로 확신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호화로운 음식이나 의복, 명예와 권력을 누리지 못한 채, 한쪽 구석에서 고요한 인내심으로 주님 말씀을 묵상하고 이웃의 아픔을 늘 안타깝게 여기며 도와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곳이 저 천국입니다. 그 천국을 그리워하면서, 오늘 이 시간에도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는 한 알의 밀알들이 되시길 간절히 축복합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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