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과 잊는 사람”

|  

9월 넷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고 박정하 장로 묘소 앞에서.

▲고 박정하 장로 묘소 앞에서.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과 잊는 사람”.

요즘 저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아쉬울 때는 그렇게 도와달라고 하고 살려달라고 하다가, 나중에 일이 끝나고 나면 확 돌아버리는 사람을 볼 때 말이죠.

저는 원래 빚을 한 번 지면 10배로 갚는 사람이고 절대 받은 은혜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그렇게 자기를 키워주고 은혜를 베풀어준 스승을 나 몰라라 하고 배은망덕한 일도 보지 않습니까? 그런 일을 겪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 박정하 장로 묘소 앞에서.

▲고 박정하 장로 묘소 앞에서.

저도 총회와 교계를 섬기면서 제게 힘이 있을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왔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생매장이 되어갈 사람들이 와서 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얼마나 통사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럴 때면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도와 드렸지요.

그런데 그런 일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돌아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구나 세월이 흘러 교권을 가진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옛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참 마음이 씁쓸합니다. 하긴 제 자신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총회 기간 중에 저를 총회장으로 만들고 천국에 가신 고 박정하 장로님 묘소를 한 번 찾아가려고 했습니다. 한동안 우리 총회가 너무 어수선할 때 저는 교단을 옮겨버릴까도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랬는데 그때 그분이 나서서 교단법을 고쳐서 57세에 저를 부총회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57세에 부총회장이 되고 만 58세에 총회장이 되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그리고 천국을 가셨습니다.

▲고 문정남 장로 묘소 앞에서.

▲고 문정남 장로 묘소 앞에서.

저는 여러번 그분이 잠들어 있는 묘소를 찾아가 꽃다발을 헌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묘소를 한 번 찾아갈까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제가 아쉬워하자 옆에 있는 분들이 “그러지 말고 차라리 그 분 기일 때 찾아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마음은 잊지 않았지만 가지를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똑같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언젠가는 한 번 꽃다발을 들고 묘소에 찾아가려고 합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기억을 해야 합니다. 받은 은혜를 기억할 뿐 아니라 잘못을 기억하고 뉘우쳐야 합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면 유대인들보다 독일인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지난 과거를 잊지 않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고 문정남 장로 묘소 앞에서.

▲고 문정남 장로 묘소 앞에서.

이번에도 대통령께서 추석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이걸 저는 먼저 김현숙 권사님께 보내 드렸습니다. 저를 그렇게 사랑해 주신 고 문정남 장로님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대전에 갔을 때 대전 현충원에 잠들어 계신 문 장로님 묘소라도 찾아갔어야 되는데 가지를 못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한 번은 날을 잡아서 문 장로님 묘소도 찾아가고 박정하 장로님 묘소도 찾아가야 되겠습니다. 그것이 저다운 삶이고 소 목사다운 삶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 힘을 가질수록 목에 힘을 빼고 더 겸손하고 더 많이 안고 품겠습니다. 그리고 은혜를 베푼 사람을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108회 총회에서 소강석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108회 총회에서 소강석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비판 왕따 아이 눈물 울음 비난 손가락 손가락질

성찰, 남 비판 앞서 자신 돌아보고 살피는 것

비판 싫어하면서, 비판 즐겨해 거듭난 성도들, 비판 못 버리나 사탄의 열매, 암의 뿌리 될 뿐 당사자 없을 땐 이야기 말아야 4. 비판의 후유증 생각 없이 그저 재미 삼아 비판을 즐기는…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기총 정서영-미즈시마 대사 환담

정서영 한기총 대표회장, 미즈시마 日 대사 만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부모 권고로 유년 시절 천주교 종립학교 다녀 이스라엘 대사 거치며 성경에 대해 많이 생각 해결할 문제 있지만 경제·안보 등 윈윈 가능 한·일 공통 과제 협력 위해 한기총 역할 부탁 정 대표회장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중요해 자유민주주의 양국, 이해하며 …

임신 중절 수술 홍보

“‘36주 낙태 브이로그’에 ‘낙태 잘하는 곳 광고’까지…”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법 입법 공백이 4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명윤리·학부모·프로라이프 단체들이 일제히 조속한 관련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6월 ‘36주차 임신 중단(낙태)’ 브이로그가 국민…

다큐 인사이트

KBS <다큐 인사이트>, 동성애 일방적 미화·권장 방송

‘아빠만 2명’인 女 4세 쌍둥이 등장시켜 ‘특별한 가족’ 주장 엄마 없는데 ‘조금’만 다르다? 10.27 연합예배 이후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대법원의 동성 파트너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등에 대한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조명되고 있지만, 각종 미디어에서…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유신진화론, 하나님 직접 창조 부인… 과학의 성경 지배”

유신진화론 개념 7가지와 비판 1. 초자연적 개입 제한, 간접 창조 → 하나님 무로부터의 창조 확고 2. 방향성 있는, 우연/인도된 진화 →설명 불가능 문제 해결 딜레마 3. 진화론 이어 그릇된 자연신학 →기독교의 하나님과 다른 신 돼 4. 특별계시 제한하는 창조…

열혈사제 2

<열혈사제 2>: 교회 이미지 희화화와 자정능력 상실

천주교 신부들이 주인공인 SBS 드라마 가 시작됐습니다. 김남길(김해일) 신부와 박경선(이하늬)를 비롯해 김성균(구대영), 백지원(김인경) 등 1편 출연진들 외에 성준(김홍식), 서현우(남두헌), 김형서(구자영), 김원해(고독성), 고규필(오요한), 안창환(쏭삭), 한성규(…

김기창 예수의 생애

전쟁 당한 국민들에 위로와 희망 준 김기창 화백

성경 테마 역사적 회화 완성 조선 풍속화 양식 예수 생애 제한된 색조, 엄숙함 증폭해 ‘집단적 기억의 형태’로 계승 사회봉사, 더 깊은 예술세계 예술 탁월성 의미 있게 사용 김기창(1914-2001)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아내 박래현의 처가집이 있는 군산 인근의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