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그 혜택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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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김재성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칼빈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전가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와 지체들이 서로 연합되는 일이나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에 거하시는 일이나, 간단히 말해서, 그 신비한 연합의 문제가 우리에게는 최고로 중요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것이 되시면, 그가 받으신 선물들을 그 연합을 통해서 우리와 함께 나누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를 우리 바깥에 계시는 분으로 멀리서
바라보면서 그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리스도로 옷을 입고 있으며, 그의 몸에 접붙인 바 되었으며, 간단히 말해서
황송하게도 그가 우리를 자기와 하나로 만드셨으므로, 우리는 그와 함께 의의 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귀하게 여기고 자랑하는 것이다.”

칼빈은 우리에게 이뤄진 구원에 대해서 이처럼 그리스도와의 연합교리를 근간으로 설명했는데, 이것이 매우 특별하다. 또한 그의 영적 임재설이라는 성만찬 교리를 파악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세례와 성만찬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모든 생명의 근원이시며, 그로부터 모든 영적인 생명력이 믿음으로 연합된 성도들에게 공급된다. “우리의 유일하고도 영원한 하나님이 모든 생명의 원천이요, 근원이다”라고 칼빈은 강조했다. 아담이 죄를 범한 결과로 인해서 사람에게 주어진 영적인 축복들을 모두 다 잃어버렸다. 사망의 선고를 받은 인간들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원래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주시고자 했던 영생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 이후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죄로 인해서 하나님과 분리되었기 때문에, 영생에 참여하도록 하나님께서 조처를 취해주셔야만 가능하다. 하나님 자신 안에서 모든 좋은 것들을 나누는 방법이 나와야만 한다.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는 그와 연합된 자로서 영생의 혜택들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대해서 칼빈이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개념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여기서 칼빈은 믿는 자들이 “하나님 안에서 실제적인 참여”를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하기 이전에도 즐거워하도록 하였지만,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후에는 하나님과의 연합이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뤄지도록 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인해서 보다 더 선명하게 이뤄지는 연합은 삼중적이다고 칼빈은 풀이했다. 그가 제시한 연합의 개념은 “성육신적인 연합, 신비적인 연합, 영적인 연합”이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연합의 차원들, 즉 그리스도와의 교통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칼빈의 해석에 주목하고자 한다. 칼빈은 이런 내용을 당대 최고의 개혁주의 신학자의 한 사람으로 스위스에서 활약하고 있던 피터 마터 버미글리에게 보낸 서신에 적어놓았다. 1555년 3월 8일, 피터 마터 버미글리가 칼빈과 베자에게 그리스도와의 연합 교리에 대한 서신을 보내왔는데, 자신이 풀이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확인하는 차원에서 편지를 보내왔었다. 이에 대한 칼빈의 답장이 1555년 8월 8일자로 보내졌는데, 바로 그 서신 속에 칼빈이 생각하는 세 가지 연합의 개념들을 정확히 제시했던 것이다.

합성적 성육신적 교통(resultant incarnational communion)과 결합적 연합(hypostatic union)은 사람이신 예수님과 관련되는데, 그 분은 자신의 인간성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과 동일하지만, 죄는 없으시다.
신비적 교통(mystic communion)은 믿음에 기초한 성령의 작용에 의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에 결정적으로 거룩하게 접붙힘되는 것이다.
영적인 교통(spiritual communion) 은 신비한 연합에서 나오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축복과 성령의 점진적 즐거움이다.

칼빈은 당대 여러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성만찬에 관한 바른 해석을 찾고자 논쟁할 때에, 자신의 견해를 제시할 때에 이런 내용들을 결정적으로 사용했다. 칼빈이 성만찬의 유효성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개념을 풀어놓았다. 앞에 인용한 내용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면서, 칼빈이 설명한 삼중적 연합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보자.

첫 번째,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차원은 성육신적인 연합(incarnational communion)이다.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오셔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영원한 말씀이 인간 본성과 연합하여서 보통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 이 성육신적인 연합이 필수적인 이유는 타락으로 인해서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칼빈은 이러한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으로 오셔서 땅 위에서 우리를 위해서 구원 사역을 성취하게 되었음을 항상 잊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런 관점은 그의 『기독교 강요』 1536년 초판에서부터 1559년 최종판까지 일관되게 강조되어 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에서 두 번째 차원은 그리스도와 성도들 사이에 신비적 연합(mystic communion)이다.

칼빈은 다음과 같이 버미글리에게 풀이했다. “그리스도께서 복음 안에서 자신을 제시하여 주시듯이, 우리가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받음과 동시에, 생명이 주님으로부터 우리에게로 흘러오는데, 마치 머리로부터 온 몸으로 퍼지는 것과 같다.” 앞에서 맨 처음 설명한 성육신적 연합이 있으므로서, 그리스도와 성도들 사이에 신비적 연합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신비적 연합은 택함을 받은 자들의 생애 가운데서 일어나는 결정적인 사건이다.

여기서 우리 성도들에게 그리스도와의 신비로운 연합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들 속에 영원한 생명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생의 근원은 하나님이시요, 이 생명은 그리스도로부터 우리에게로 흘러나온다. 칼빈은 이런 신비적 연합에 대하여 요한복음 6장 35절 주석에서도 언급하였다. “우리들의 영혼은 내적으로 갖춰진 능력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즉 우리들 내부에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로부터 생명을 얻어와야 한다.”

칼빈이 그리스도와의 신비로운 연합(mystical communion)을 언급하는 부분이 가장 오해를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칼빈은 전통적으로 중세시대부터 사용해온 버나드와 같은 신비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동방 신학에서 상호임재적인 삼위일체론에서 근거하여 하나님의 에너지가 우리에게로 전이되어져서 존재의 “신성화”(theosis)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 “신성화”라는 개념은 인간이 하나님의 영역으로 고양되는 것, 하나님의 영역으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두 가지 연합, 즉 신비주의적인 연합이나, 신성화하는 연합이나 모두 다 칼빈이 말하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담겨져 있는 본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존 맥클린 교수는 이들 두 가지, 신비주의와 신성화라는 개념들은 칼빈의 “신비적 교통”을 바르게 해석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저명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칼빈에 대하여 새롭게 해석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들 두 용어들과는 전혀 칼빈의 연합교리가 다르다는 점을 정확하게 비판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새로운 칼빈 신학의 해석들이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하나는 칼빈을 중세시대의 신비주의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동방신학의 후계자로 만들어 버리는 오류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오히려 칼빈이 말하는 신비적 연합은 성도들이 구원을 어떻게 받느냐를 설명하는 용어이다.

그리스도와의 교통 [연합]은 정신적인 것을 훨씬 능가는 것이지만, 드러내놓고 물체적이라거나 본질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적이고 참된 것이다. 존재론적 하나 됨의 기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하심에 의해서 오는 축복으로 말미암는 것이다.

칼빈은 우리가 구원을 받아서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우리의 지식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차원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세 번째, 칼빈이 설명하는 그리스도와 성도들 사이에 연합은 지속적으로 “영적인 연합”(spiritual communion)을 통해서 교통하신다. “영적인 연합”이 지속되는 것은 그보다 먼저 이뤄진 신비적 연합의 효과이자, 열매라고 칼빈은 설명했다.

그리스도가 승천하신 이후에, 성령에 내적인 사역에 의해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며, 그리스도는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은사들을 풍성하게 채워주신다. 앞에 나왔던 신비적 연합이 단번에 이뤄지는 결정적인 사건이라면, 영적인 연합은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관계성이다. 이러한 교통은 성도의 신앙생활을 통해서 성장하며, 점점 더 강화된다. 특별히 성만찬을 통해서 영적인 영양을 공급받으며, 힘을 얻는다. 복음을 통해서도, 물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칼빈은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생명에 있어서 근원이요, 원천이며, 샘물이라고 하였다. 그리스도는 삼위일체의 두 번째 위격으로서, 이 생명을 우리와 나눠주시는데, 그의 성육신의 미덕으로 인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생명을 우리에게로 전달해 주신다. 이것을 묶어주는 끈은 성령이시다. 성령이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결시키며, 그리스도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로 전달해 주어서 소유하게 하신다. 이 생명을 물에 비유해서 설명하면서, 칼빈은 하나님은 샘물이요, 근원이며,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는 솟아 올라와서 표면까지 넘치는 물이요, 우리가 다가갈 수 있으며, 성령은 그 어느 곳에 떨어져 있더라도 우리에게로 가져오는 연결통로이다.

성만찬은 바로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의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특히, 칼빈은 신비적 연합과 영적인 교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것이 버미글리가 자주 강조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성만찬의 중심 개념이라고 규정한 부분이다. 훗날 출판된 버미글리의 주석에는 세 종류의 연합개념이 그대로 나오는데, 칼빈이 제시한 내용들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버미글리는 칼빈의 편지에 담긴 두 번 째와 세 번 째 내용을 순서만 바꿔놓았다. 버미글리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설명하면서, 첫째는 그리스도가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시면서, 성육신에서 연합이 실현되었다. 둘째는 성도가 그리스도와 점진적으로 교제하여 나가는 성화의 전과정에서 일어난다. 성령은 거룩한 열심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어 주시고, 성도는 영적으로 변화한다. 셋째가 성례에서 일어나는 “신비적인 교통”인데, 그리스도의 몸에 영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친밀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성만찬에 참여하게 되면, 성도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나누는 깊고도 신비적인 교통을 통해서 영적으로 변화를 받게 된다. 이것이 성례가 은혜의 수단이 되는 이유이며, 성례를 거행하는 목적이라고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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