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과학, 종교와 신학이 말하는 ‘행복(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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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조근호의 행복론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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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변호사는 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중견 법조인이다. 스페인 유학을 했고 대학교수나 전문 연구원 이상의 학구파로 유명하다.

대전지검장을 하고 있을 때 그의 사무실을 가보니 검찰청 전 직원의 위계도를 탁자 유리 밑에 넣어 놓았는데, 말단 직원 이름들이 제일 위에 써있고 검사장의 이름이 맨 아래에 써 있었다. 통상 일반적인 직원 명단의 상하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검찰청 내 모든 사람은 내가 섬기고 돌봐야 할 사람들이기에, 완전 실천은 못해도 각오나 자세만이라도 그렇게 해보려고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이게 어디 흔한 일인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에게는 이렇게 남다른 면이 많이 있었다.

그가 SNS를 통해 ‘행복론 강의’를 보내왔다. 간추려서 함께 나누고 싶다. 옛날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는 최하층 천민이었다. 그래서 감각의 세계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당시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당했고, 그의 제자 플라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이론은 극단적으로 흘렀고, 당시 부유층이 누리는 감각적 쾌락에 대해선 극도로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인류의 보편적 생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가 행복의 개념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지역에서 태어난 예수는 행복과 무관하게 살았다.

당시 예수의 제자들도 고달픈 삶을 살았다. 소크라테스의 ‘관념세계’에 대해선 생각할 겨를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배우지도 못했고,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Eudaimonia(행복)에 신경 쓸 만큼 인생이 한가롭지 못했다.

예수는 산상수훈에서 8가지 복을 이야기했다. 여기서의 복(Beautitude)은 ‘지복(至福)’이나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번역된다. 심령이 가난한 자(마 5:3)는 지상 행복이 아니라 ‘천상 행복’을 누린다고 말했다.

인류에게 행복이라는 개념은 <지상에서의 행복>에서 <천상에서의 행복>으로 멀어졌다가, 기독교에 와서 <천상에서의 행복>은 살아있는 동안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 영향으로 인해 인류는 지금도 <천국에서의 행복>이 가장 높은 수준의 행복이고, 그 다음이 <천상에서의 행복>이고, 이어 <지상에서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좋은 음식과 옷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다가도 갑자기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소크라테스와 예수에 의해 만들어진 ‘행복’의 개념은 1776년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에 의해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는 “자연은 인간을 고통과 즐거움이라는 가장 높은 두 주인의 지배 아래 두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옮고 그름의 원칙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선언했다. 공리주의자들은 행복이란 ‘즐거움의 극대화와 고통의 최소화’라고 정의하고, 행복의 양(量)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벤담은 삶의 기준으로 행복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정책이 더 유용한가를 따지기 위해 행복을 사용했고, 행복의 양이 많은 정책을 채택하라고 했던 것이다. 벤담은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행복의 개념인 ‘Virtue’를 대척할 개념으로 ‘Pleasure’를 말했다. 이로써 그리스인들이 추구했던 <지상에서의 행복>이 부활하게 됐다. 이제 행복은 ‘Virtue’와 ‘Pleasure’의 두 개념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철학이나 정치학의 전유물이었다.

이것을 과학의 영역으로 옮긴 사람이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었다. 그는 1998년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이면서 미국심리학회 회장이었는데, 심리학은 비정상적인 사람을 정상인으로 회복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정상적인 사람들을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데 관심을 갖자고 주장했다.

그 이후 행복은 심리학의 주제가 되었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2007년 행복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해피어(Happier)>가 나왔다. 하버드대 교수 탈 벤 샤하르(Tal Ben-Shahar)의 저서다. 그는 행복을 ‘Combination of Meaning and Pleasure’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Meaning은 소크라테스의 Eudaimonia와 같은 개념이고, Pleasure는 벤담이 제안한 Pleasure와 같은 개념이다.

이제 행복에서 <지상>과 <천상>은 같은 비중을 갖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행복할 권리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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