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경과 우리의 대응 (2)
표면적 이유
이스라엘 통제 정책 깊은 반발심
통제와 장벽, 분노 가득한 상태
내치 실패 불만, 전쟁으로 무마
심층적 이유
좁고 긴 회랑, 시가전 쉽지 않아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 지원 희망
갈수록 악화되는 외교 고립 타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위상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를 대상으로 엄격한 통제정책을 시행해 왔다. 좁은 땅에 230만 명(2022년 기준)이 넘는 인구를 가진 가자지구는 남북으로 40km, 동서로 10km의 크기를 가진 좁고 긴 형태이다.
365㎢ 넓이의 이 땅은 서울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크기인데, 서쪽으로 지중해와 맞닿아 있으며 남쪽으로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고립된 형태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이곳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 일명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중해를 통한 접근도, 육로를 통한 접근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하마스의 존재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지나친 통제로 인해 적잖은 인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생필품 공급과 자유로운 왕래에 제한을 받아 상당한 불편을 겪어왔으며, 언제나 좌절과 분노가 쌓인 상태에서 불안한 형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하마스는 이러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무장단체에서 일약 집권당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나 호전적인 하마스는 전통적인 정당이나 정치집단이 아니었고 태생이 무장단체이기 때문에, 가자지구를 지배함에 있어 융통성이 떨어졌다.
정책 역량도 부족하여 물가는 천정부지였고 주민들의 자유를 억압함은 물론, 정치적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인기가 급전직하했고, 2014년 보도된 가자지구 여론동향에 보면 인구의 약 60% 이상이 하마스의 통치에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언제나 협상보다 강경한 대응이, 대화보다는 테러 공격이 앞서는 호전적 자세를 견지하는 하마스는 2014년 이스라엘과 다시 전쟁을 치렀다.
하마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주민들이지만 그래도 결국 자신들을 대변해 지배자인 이스라엘과 싸우는 것은 하마스뿐이므로, 내심 싫은 마음이 있어도 대놓고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는 정도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관계를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마스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표면적 이유
그렇다면 왜 하마스는 먼저 공격을 해온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누적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 정책에 대한 뿌리 깊은 반발심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해변을 조업통제 지역으로 지정해, 지중해 바다를 통한 가자지구로의 출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육지에서도 높이 8m에 달하는 일명 ‘스마트 장벽’을 장장 65km에 이르도록 콘크리트로 쌓아, 가자지구의 육로 통행을 원천적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이처럼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감정은 언제나 ‘억눌린 분노’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 수시로 통제되는 전기와 수도공급, 부족한 생필품을 지하터널을 몰래 파서 이집트로부터 들여오는 데서 오는 피로감, 그나마 터널이 발견될 때마다 공들인 터널을 지체 없이 폭파해버리는 이스라엘의 강경한 조치, 멀리 서안지구에서 들리는 이스라엘 주민들의 정착촌 확대 소식과 이에 대해 미온적인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보여주는 무능함까지.
결국 피해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통제를 가하는 이스라엘인들 모두에게 돌아간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우울한 전망 가득한 전쟁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내부의 불만은 외부를 향한 강경기조를 통해 무마되곤 한다. 내치에 실패한 세력이 전쟁을 일으키거나 주민들의 분노를 외적에게 돌리는 고전적 수법을 이번에 하마스도 구사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마스가 먼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 배경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가자지구 내 생활환경이 빠른 속도로 악화한 것에 대해, 통치에 실패한 하마스가 주민들의 불만을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형태로 표출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 하나만으로 승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근거가 부족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게릴라전 및 테러를 전문으로 하는 무장단체와 규모를 제대로 갖춘 국가의 정규군의 싸움은 결과를 예상하고 말 것도 없다. 완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왜 하마스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시피 한 무모한 도발을 일으킨 것일까?
◈장기전을 각오하고 도발한 하마스
그동안 하마스는 국제적으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이렇게 잔혹한 테러 공격으로 싸움을 걸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안팎에서 시가전을 중심으로 한 장기전이 펼쳐질 것을 각오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무릅쓰면서도 하마스가 전격적으로 공격을 개시한 배경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하마스의 기반이 되는 가자지구는 좁고 긴 회랑 형태의 도시지역이다. 건물들이 상당히 빼곡하게 자리한 높은 인구밀도의 시가지로 구성돼 있다. 넓은 개활지에서 병력 대 병력이 맞부딪히는 회전(會戰)과 달리, 이스라엘 정규군에게도 좁은 시가지는 작전상 많은 어려움을 안긴다.
실제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에도 이스라엘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공격과 작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좁은 시가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게릴라성 활동을 펼치면서 치고 빠지는 전술의 하마스와 그들에게 동조하는 주민들로 인해, 시원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둘째, 장기전을 펼치며 하마스가 버텨낸다면 이슬람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같은 아랍어권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일정한 지원과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도 입지가 위축된 상태에서 워낙 경제적으로 고립되고 빈곤에 시달려 왔기에 이판사판으로 저지르고 보자 하는 심산이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모한 테러공격으로 달려들어 병력과 무장에 있어서도 비교할 수 없이 부족하고 모든 면에서 승전 가능성이 없다시피한 전쟁을 일으킨 하마스는 정말 무지하고 대책 없는 집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전멸의 길 외에 선택의 여지가 남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우호세력 확보를 위해 쫓기듯 작전을 준비했을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갈수록 악화되는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한 도발로 볼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2020년 추진했던 일명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수니파 이슬람 국가 중 바레인과 UAE가 함께 이스라엘과 협약을 맺었을 때, 하마스 같은 수니파 계열의 무장단체는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같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오만과 수단마저 이스라엘과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불구대천의 원수인 이스라엘과 수니파의 국가들이 협약을 맺거나 추진하는 상황이었고, 나아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정치적으로 이스라엘과 상호 접근을 이루어가던 상황은 그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종교적, 외교적 재앙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루어진 전격적인 공격에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측면 지원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것만 봐도 상당 부분 밝혀지는 것이다. 즉 하마스 같은 군소 무장단체가 존재감이 지워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발버둥을 친 군사적 몸부림으로 해석 가능하다. <계속>
김도흔 전 중동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