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마음 가꾸기
어떤 분이 이야기한다. “제가 평소에는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데, 무엇인가 기한이 있는 일들을 할 때는 스트레스가 있어서인지 짜증이나 화를 내게 돼요.”
또 다른 분은 이렇게 말한다. “아내가 하는 말을 듣고 화를 조금만 내도 되는데, 이전에 받았던 상처가 있어 그런지 작은 일에도 갑자기 아주 흥분하게 돼요.”
우리 마음은 참 신기하다. 같은 사건이지만 어떤 때는 화가 전혀 나지 않는데 어떤 때는 화가 많이 나고, 똑같은 부탁이지만 누가 부탁을 하느냐에 따라 잘 들어주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한다. 우리 마음은 아주 오래전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기도 하고, 바로 경험한 일을 지우개처럼 금방 잊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대인관계와 행동에 큰 영향을 주곤 한다.
마음이 편안한 사람은 얼굴 표정부터 달라진다. 그에 비해 마음이 불안한 사람은 눈동자가 불안하거나 어깨가 위축되어 있거. 다리를 떨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보인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된 사람은 타인을 대할 때 예민하지 않고, 타인을 편안하게 수용하며, 타인을 돕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다.
가끔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 중 외모가 출중하게 예쁜데다 키도 크고 괜찮은데, 마음의 상처로 인해 표정이 삐뚤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말투나 모습에서 자신감과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고 소극적이며 불안감이 확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외모가 아름다워도 내면 이슈가 있어 그 외모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내면의 상처입은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얼른 마음이 회복돼 겉모습도 (여기에서 말하는 겉모습은 표정이나 말하는 어투 혹은 포즈 같은 것을 말함) 아름다워지기를 기도하게 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비록 지금 아이의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아도 자신감이 있고 안정된 아이는 무엇이든 시도하면 잘 할 것 같고 어려움도 이겨내 삶의 방식을 반드시 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 이유는 아이의 내면 즉 마음이 단단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마음이 불안한 아이가 있다. 지금 잘 지내고 있다 해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를 하게 되는 아이다. 아이의 마음이 여려서 작은 일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히는 일들을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람들 겉모양이 다 다른 것처럼, 마음도 다 다른 모양이다. 태어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으로 경험한 일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사람의 마음 모양이 형성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마음은 누군가의 표현처럼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좁고 작아서 타인을 잘 용납하지 못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라는 표현처럼 잔잔하고 평화롭고 요동이 없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기 위해 평생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노력이 평생 필요한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신을 때로 없는 것처럼 무시한다. 마음에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마음을 돌보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부부 갈등이 조금 있을 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돌보지 않다 나중에 정말 힘들어지고 어려워져 이혼까지 고려할 때에야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담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
다른 예를 들면 아이가 힘들다고 엄마·아빠에게 신호를 보낼 때는 아이의 욕구와 바람을 계속 무시하다, 아이에게 심각한 정신질환 문제가 왔을 때에야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너무 중요한 우리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잘 가꾸는 것은, 모든 삶의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세안을 하고 에센스 마스크를 얼굴에 붙이고 마사지를 하는 시간만큼이라도 마음을 돌보는데 시간을 쓰는 사람은 훨씬 더 풍성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마음을 돌봐야 할까? 사람들은 건강하고 예쁜 피부를 위해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사용해 보고, 다양한 방법의 피부 관리도 받는다. 과감하게 안면거상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장품으로 젊었을 때부터 얼굴을 잘 관리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우리 마음도 한 가지로만 돌볼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것은 ‘일기 쓰기’다. 일기를 쓰며 삶을 반성해 보는 것은 마음의 평안과 성장을 위해 큰 유익이 된다.
글 쓰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꼭 글로 쓸 필요는 없다. 때로는 시로, 때로는 그림으로 채울 수도 있고, 때로는 감사, 또는 감정을 기간을 정해 놓고 쓸 수도 있다. 일터에서 일어난 스트레스를 정리하기 위해 반성 일기를 쓰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일기 쓰기를 하다 보면, 마음에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와 감정과 생각이 정리가 되고 객관화되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잠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10분 정도라도 갖는 것이다. 눈을 감고 조용한 곳에 앉아 조용한 음악을 틀어도 괜찮고, 잠깐 창문을 열어서 바깥의 자연의 소리를 들어도 좋다.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마음에 지금 어떤 생각, 어떤 감정이 있는지 살펴보고, “내 안에 이런 생각이 있었구나, 내 안에는 이런 감정이 있었구나” 하면서 시냇물에 나뭇잎이 둥둥 떠내려 가듯 생각과 감정이 흘러가는 것을 관찰하면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오늘 그 일을 겪고 나서 자꾸 그 일만 생각하고 있구나” 등도 깨닫고, 사로잡힌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그 생각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다. “평안~ 평안~”.
필자는 매일 아침 성경 구절을 보면서 내용을 깊이 생각해 보고 내 삶에 적용하면서 짧게 기도할 때, 마음의 평안과 힘을 얻게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차이가 있다.
어떤 분은 마음이 정리가 안 돼 힘들 때 기도를 깊이 하면, 바른 생각이 떠오르고 평안을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것이든 내 마음을 돌보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그 마음이 상처로 얼룩진 곳이 아니라 누구든 쉬어갈 수 있을 정도의 평안과 정리된 힘이 있는 곳이 될 때, 우리는 삶에서 건강하고 열매 맺는 삶을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살 수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사람들에게 평안과 기쁨을 주는 것처럼, 마음의 샘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 가꾸고 돌보는 일을 성실하게 함으로써, 마음이 주는 평안과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