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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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넷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순천만 갈대숲 속 소강석 목사.

▲순천만 갈대숲 속 소강석 목사.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한 것입니다”.

지난주에 CBS가 주최한 순천 전도 부흥회를 다녀오는 길에 순천만 갈대숲을 갔다 왔습니다. 문득 제가 쓴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라는 시 구절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린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나니 / 풀잎으로 만나 낙엽 되어 이별하나니 / 산은 눈을 감고 / 강물은 귀를 막고 / 달은 소리 없이 걷고 있나니 / 새 한 마리 울어 청산이 울리고 / 꽃송이 하나로 봄이 오고 / 별 하나 떠서 온 밤이 환해지나니 / 바람이 스쳐가는 갈대 사이로 / 내가 서 있어요 / 갈대로 헤어진 우리 / 다시 꽃으로 만날 순 없을까.”

지금은 은갈색의 갈대꽃이 춤을 추고 있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름다운 은갈색 꽃으로 만났지만, 이제 12월이 되고 혹한의 겨울 추위가 오면 갈대들이 부러지고 상하게 될 것입니다. 더더구나 폭설이 내리면 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모두가 다 쓰러져버리고 아쉽게 헤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또 봄이 되면 그 속에서 다시 싹이 나고 또 여름이 되면 푸른 잎사귀가 돋고 가을이 되면 은갈색의 꽃이 피잖아요. 이런 걸 생각하면서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가을 들판에서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는 억새도, 산기슭의 구절초도, 어두운 구석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도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존귀한 생명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생명이라고 발음할 때마다 저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느낍니다.

생명은 언제나 신비롭고 눈부시며, 그 신비스러움과 눈부심 앞에 때로는 울컥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중동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발단은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과 민간인 학살로 시작이 되었지요. 또 이스라엘은 응징을 하게 되고요. 이것이 또 민족과 인종, 종교 간의 갈등으로 확전되고 중동 전쟁으로 확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망자만 해도 수 천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서로 간의 앙금이 있어서 군 시설은 파괴할 수 있고 공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민간인을 학살하고 병원을 공격하느냔 말입니다. 그것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독교 병원을 말이죠. 누구의 공격으로 시설이 파괴되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겠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하마스의 공격이라고 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군사시설도 아닌 병원을 공격할 수 있습니까? 생명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지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순천만 갈대숲 속 소강석 목사.

▲순천만 갈대숲 속 소강석 목사.

종교란 무엇입니까? 특별히 종교는 생명에 대한 궁극적 질문에 해답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내세에 대한 궁극적인 길을 안내하는 게 종교입니다. 그리고 이 땅의 평화를 지켜내고 생명을 존중해야 되는 것입니다.

종교는 어떤 경우에도 살인을 조장하거나 전쟁을 조장해서 평화를 깨면 안 됩니다. 어떻든지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꽃으로 만나 갈대 헤어져서는 안 됩니다. 헤어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듬해 다시 태어날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소망을 가져야 됩니다. 그리고 다시 갈대꽃들이 피는 꿈을 꿔야 합니다.

순천만의 갈대숲을 거닐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무리 혹한의 겨울에 갈대가 부러져 있고 쓰러져 있더라도 우리는 다시 새 생명의 꿈을 꾸고 은갈색 갈대꽃의 꿈을 꿔야 한다”고 말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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