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없애는 게 아닌,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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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통을 다루는 법

ⓒPe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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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해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진리다. …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면 삶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위 글귀는 <아직도 가야 할 길> 저자 스캇 펙이 쓴 책에 나오는 말이다. 삶이 고통이라는 것은 누구가 인정할 수 있는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고통 없는 삶을 살아가려 부단히 애쓰곤 한다. 전쟁과 가난의 고통을 겪었던 우리 부모님들은 가난과 배고픔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눈코뜰새 없이 일을 하면서 살았고, 그 덕택에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a 좋아졌다.

이것만 보면 노력하고 애쓸 때, 고통이 사라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은 가난에서 벗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놀라운 성장을 경험하게 됐지만, 그것이 인간의 고통을 다 가져다주진 못했다.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모양의 고통이 존재한다. 경쟁으로 인한 고통,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상실로 인한 고통, 이러한 고통은 예전이나 동일하게 존재하는 고통이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경제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공부시키느라 허드렛일을 하시면서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하셔야 했다. 그래서 그러신지 자녀들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고 살길 바라셨다.

그래서 필자가 결혼한 후 여전히 고생을 하면서 사는 것을 보고는 힘들어하셨다. 딸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게 사는 것을 보고 고생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어릴 때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사는 여자의 삶이 마치 고생이 없는 성공한 삶인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나중에 나이 먹고 철 들어 알게된 사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에 물을 묻히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삶의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엄마의 말을 계속 들었던 필자가 엄마의 말을 진리로 믿고, 손에 물을 묻히고 적당한 삶의 고통을 경험하는 내 삶을 비참하게 생각했다면, 정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만약 상담을 공부하지 않고 신앙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바로 배우지 못했다면, 필자는 엄마의 삶을 반복해서 살아가면서 어떻게든 삶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소위 ‘부자’로 사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을지 모른다. 부요해졌을지는 모르나 끊임없는 목마름과 허덕임 속에 여전히 다른 고통을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고통 없는 삶이 좋은 삶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삶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의 고통을 없애고 피하는 삶이 아니라, 내 삶에 있는 고통을 이해하고 그 고통과 함께 건강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 믿고 살아간다.

고통을 이해하고 수용하면 더 이상 삶은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한 스캇 펙의 말처럼, 이미 일어난 일이나 삶에서 없앨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미래를 향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럴 때 괜찮은 삶이 될 수 있다.

한 여성이 젊은 시절 집에 돌아오던 중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그 이후 모든 남자들을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됐다.

사건이 일어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여성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런 사건을 경험한 자신으로 인해 피해의식을 느끼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고립적으로 살고 있었다.

그 분은 과거의 상처로 인한 고통으로 인해 오늘의 삶을 살지 못했고, 그녀의 현재는 미래로 이어져 수십 년의 삶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이 여성처럼 자신에게 일어난 고통의 사건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면, 그 고통은 계속 해결되지 않은 지속적인 고통을 가져다주어 계속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생각 외로 상담 현장에는 이런 분들이 많다. 과거에 일어난 일로 인해 오늘과 미래를 살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고통을 주었던 과거라 할지라도 우리는 과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과거는 성장의 의미를 가져다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과거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용서’하고 나를 ‘수용’하며, 비록 힘든 여정을 거쳤지만 오늘날 내가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아갈 때, 과거의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성장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 중 회복이 잘 되지 않고 성장을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용서하지 못한다. 그렇다 해서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용서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를 먼저 토해내고 표현하는 과정들을 꼭 거쳐서, 죽을 만큼 고통과 어려움을 준 사람들이 아픔과 고통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꼭 용서의 과정을 거칠 때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하면 그 사람과 다시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용서는 내가 그의 심판자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미움의 마음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다. 더 이상 그 사람의 삶에 간섭해 복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신께 복수를 맡기겠다는 의미이다.

고통에서 자꾸 벗어나려 하기보다, 그 고통을 잘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용 전념 치료에서는 고통을 없애버리라고 하지 않는다. 고통을 없애려 하다, 그 고통이 더 크게 경험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괴로운 생각을 하지 않고 싶지만 불안하거나 강박증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 괴로운 생각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예로 ‘잠을 자야지’라고 하면 할수록 잠이 더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고통을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 이런 고통이 있구나 하면서 고통을 인정하고, ‘그 고통이 있음에도 나는 내 삶의 가치를 향해 살아갈 수 있어’라고 할 때 고통스러운 삶에서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우리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

EFT라는 상담 기법이 있다. 그 기법은 많은 정서적 고통을 다루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거기서 자주 쓰는 문구가 이렇게 묘사된다. “비록 내 삶에 어려움이 있고 괴로움이 있어도 나는 내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용납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합니다.”

이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우리 삶에 고통이 있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통해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으며, 그 고통과 함께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고통은 회피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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