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레드와 그린 사이에 있지만…”.
지난 수요일 우리 교회 김미화 집사님이 개소한 하은상담소에 심방을 갔습니다. 김미화 집사님은 ‘내 마음의 별똥별’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데요. 4년간 우리 교회 상담실에서도 봉사를 했고, 학교에서 아동 상담교사로 근무를 하신 분입니다.
가서 예배를 드리고 축복 기도를 해 주었는데, 김미화 집사님께서 갑자기 “CPTI라고 하는 비채 컬러 성격 유형 검사가 있는데 검사 좀 받아보고 싶지 않으시냐”는 것입니다. “받아보면 뻔할 텐데요.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그랬더니 얼마 안 걸린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검사지를 받고 체크를 했습니다. 검사하는 시간보다 해설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더라고요. 비채 컬러, 성격 유형 검사는 색깔을 통해 성격을 나타내는 것인데, MBTI의 축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가 하면, 레드(빨간색)가 64점으로 제일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린(초록색)이 56점으로 두 번째 많이 나왔습니다. 레드는 적극적이며 진취적이고 실행력을 갖고 활기차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뿐 아니라 통솔력과 결단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개방적이고 외향적이며, 현실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역작용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충동적이며 단순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중심적일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솔직하여 상대방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색깔이 그린이었습니다. 그린의 특징은 모범적이며 원칙에 공정하고 책임감과 충성심이 높은 성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주변과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며 배려심과 관대함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린이 반대급부로 나타날 때는 이따금씩 인색하거나 냉담하며 관망의 성향을 갖고 보수적일 뿐 아니라 감정을 억압하여 잘 드러내지 않는 특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미화 집사님에 의하면 제가 검사지에 체크하는 모습이나 태도, 중얼거리는 모습을 볼 때 타고난 기질은 오히려 그린이라는 것입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은 그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삶의 환경과 상황이 레드를 만들어 냈다고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린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고 레드는 후천적으로 길러진 성격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기복의 차이가 큰 사람도 많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색깔도 거의 원만하게 나온 것입니다.
옐로우(노란색)도 54점, 퍼플(자주색)도 54점이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블루(청색)도 50점이 나왔습니다.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레드가 주도적이긴 하지만 다 비슷하게 나온 것입니다. 옐로우는 명랑하고 낙관적이고 호기심이 강하며 관찰력이 높습니다. 사교적으로 수용하며 친절하고 희망과 기대로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입니다.
퍼플은 창의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천성적으로 높은 직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창적 사고와 예술적 재능을 보입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품위로 격을 높이는 사람입니다. 옐로우와 퍼플은 같고 가장 적게 나온 게 블루였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 성격은 주도적이긴 하지만 모나지 않고, 또 충돌하지 않으며 원만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심과 배려심도 많고 창의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또 높은 직관력도 갖고 있습니다.
대체로 검사 결과에 저는 동의를 했습니다. 나름 성실하게 기록을 한 결과라고 믿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떤 색깔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나쁜 것이 있으니까요. 가령 보라색이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천성적으로 높은 직관력을 갖는 반면, 현실도피 내지 개인적인 우울감과 교만함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블루 같은 경우는 안정적이며 신뢰감을 갖고 인내심이 깊고 강한 의지력이 있지만, 반면 엄격한 자신이 부동의 상태를 만들고 비사교적이며 내향적 관계의 도피를 갖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름 제 자신을 돌아보는 데 유익하였지만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성격과 기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격과 기질이 성령에 의해 다스림을 받고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의 소신이기도 하지만, 일찍이 팀 라헤이가 ‘성령과 기질’이라는 책을 통해 그런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질과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성령의 지배를 받지 않고, 성령의 다스림을 받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부정적 감정으로 표출되고 행위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레드와 그린 사이에 있고, 또 다른 색깔도 대부분 원만한 균형을 이룬다고 하지만, 성령의 지배를 받고 다스림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