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그 혜택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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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김재성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3) 성만찬은 영적인 양식이며, 이것을 주시는 분은 모든 선한 것의 근원이신 하나님이시다.

성만찬은 선하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모든 갖가지 좋은 것들은 빛들의 하나님에게서부터 나온다. “각양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서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그가 그 조물 중에 우리로 한 첫 열매가 되게 하시려고 자기의 뜻을 좇아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느니라”(약 1:17-18). 성만찬은 그저 선물 주심에 대해서 기억하는 예식이 아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풍성하게 부어주시는 선물”을 특별하게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친절하심에 감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성만찬에서 주님께서는 자신의 선하심을 풍성하게 우리들의 기억 속에
부어주셔서,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도록 자극을 주신다. ..
찬양과 감사를 돌려드리도록 선포하신다. ...
우리는 이 주님의 거룩한 빵이 영적인 양식이요,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임을 보게
되는데, 그리스도께서 자기 생명을 주신 자들에게 보여주시는 것이다.
복음의 감격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떡과 포도주라는 상징물로써 그리스도의 실재 임재가 참으로 성도들에게 그가 십자가에서 성취하신 것의 혜택들을 강력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상징물 그 자체는 그것이 상징하는 대상과 결코 혼동돼서는 안 된다. 떡과 포도주라는 상징물로써 그리스도의 실재적 임재가 성도에게 주어지는 것은 오직 성령의 역사를 통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성례는 다른 방향으로 이해돼서 완전히 그 의미를 왜곡해 버리게 된다.

4) 선물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다.

성만찬에서 그리스도의 총체적인 인격을 모두 다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성만찬에 임하는 성도들에게 주시는 선물은 피와 몸을 주신 그리스도 자신이다. 그리스도의 총체적인 것을 모두 다 주신다. 이에 대해서 성도들의 반응이 감사로 가득해야만 한다고 칼빈은 강조했다. 화채설에서 나오는 빵과 포도주의 변환이나, 공재설에서 주장하는 내재적인 요소들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빵과 포도주는 상징이자 확증으로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칼빈은 성례의 영적인 효과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성례야말로, 오직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나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모든 영적인 효과는 오직 한 분 중보자 되시는 그리스도에게만 근거하는 것이며, 우리가 믿음을 통해서 그리스도와 생명의 관계를 맺고 있을 때어야만 비로소 우리에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칼빈이 강조하는 바는 주의 만찬에서 성령의 외적 사역을 우리의 육체적 연약에 맞춰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스도는 육체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인 동시에 부활하신 분이며, 성찬 때 우리는 그 육체에 참여한다. 그리스도의 육체가 반복해서 강조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추어 주신 것이고, 내어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육체의 방법을 통해서 그리스도는 우리 곁에 계시기 위해서 오셨다. 즉, 최후의 부활 때에 우리는 육체의 온전한 성화가 있을 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연약하고, 무능력하여 오직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육체로 보내신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얻는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그 자체 속에 생명의 풍성함이 들어있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정작 여러분의 속에서나 주위에서는 만나는 것이나 앞에서 움직이는 것에서는
오직 죽음뿐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지닐 확신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이겠는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이다는 말은 세상을 위해서 주시는 그리스도의 육체이다 (요 6:48, 51). 이런 말씀들로 인해서 그분은 하늘로부터 우리에게로 내려오신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이신 까닭에, 그분이 생명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내려오심으로 해서 그분이 자신도 취하셨고, 그로부터 [성육신] 우리들에게까지
생명에 참여하기 위해서 그 권능을 육체 위에 부어주셨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분의 육체는 진정한 양식이요, 그분의 보혈은 참된 음료이며 (요 6:55-56),
이런 음식들로 인해서 믿는 자들이 영원한 생명으로 공급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경건한 자들에게 주시는 특별한 위로이니, 그들은 이제 그들 자신들의
육체 속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것이다.”

5) 이 선물은 성령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다.

칼빈이 “그리스도가 영적으로 임재하신다” (spiritually present)고 표현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성령의 신비로운 권능에 의해서 현재 임재하도록 만드신다는 의미이다. 이것을 거절하는 자는 복음의 선포를 불신하는 자이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그가 택하신 믿은 자들에게 주어진다. 츠빙글리와는 달리, 칼빈은 이 확실한 은혜의 방편을 통해서 그리스도와 그의 혜택들을 참되게 공유하신다고 주장했다. 성례에 대해서 주신 약속의 말씀과 함께, 성령의 감동을 통해서 이를 달성한다. 루터와는 달리, 어느 한 장소에 그리스도의 육체가 공재하는 빵과 포도주를 먹는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영적 임재를 체험하고 확신하게 하기 위해서 성령의 역사는 매우 결정적이다. 우리와 그리스도와의 간격이 너무나 멀고 넓지만 성령이 끈이 되어서 우리를 그리스도의 승천하신 높은 경지로 이끌어 올리신다.

“그러므로 이 관계를 맺어주는 끈은 그리스도의 영으로서, 그분은 우리를 그리스도께 연결시키며, 일종의 통로가 되어 그리스도와 그분의 소유에 관계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성경은 우리가 그리스도께 참여한 일을 말할 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능력을 성령과 관련짓는다. ...
그리스도는 오직 성령을 통해서 우리 안에 거하신다.”

여기서 칼빈은 로마서 8장 9절,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라는 한 절의 말씀이 이를 충분히 입증한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신비적인 영적인 방법에 의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의 살아 계신 실재에 참여하는 자가 된다.

칼빈은 우리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마치 체인처럼, 접착제처럼, 성령의 비밀스러운 작동을 통해서 이뤄지는 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의 몸은 일반적인 제약의 대상이므로, 그 빵이나 포도주 속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성령은 공간을 초월하시며, 그리스도에게 우리를 묶어놓는다. 성령은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된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이 땅으로 다시 오시도록 끌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성령은 우리를 하늘나라로 끌어 올려서 그리스도의 임재하심 가운데서 즐거워하게 하신다. 상징하는 것들에 의해서, 초대를 받은 우리 성도들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하늘로 들어 올리도록 만드신다. 이것은 칼빈 자신도 충분히 다 이해할수 없는 신비로움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는 어리 아이들처럼 미련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호하다거나 불명확하다거나 의구심을 가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먹고 마시는 것은 음식의 일종에 불과하지만,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참되게 받으라는 것이다. 실제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빵과 포도주 속에 있어서, 그것들을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부활 후에 승천하여 하늘에 계시기 때문에, 우리들이 입으로 받아서 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6) 부활하신 날에 거행할 것이며, 부활의 감사와 찬양의 예식이다.

칼빈은 성찬이 가져다주는 확신과 기쁨을 부활과 승천의 소망에서 나온다고 풀이한다. “우리를 위해서” (pro nobis)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이기 때문에, 성례는 죽으시고 부활하사 승천하셨으며, 장차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소망과 놀라운 확신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부활과 승천의 소망을 가지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시고 승천하시며,
터툴리안의 말처럼, 우리의 부활에 대한 보증을 가지고 하늘로 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의 몸이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으로 살리심을 얻지 못했다면,
그리고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이 소망은 얼마나 약하고 취약한 것인가!”

칼빈은 수난절이 아닌 부활절 분위기에서 성찬식을 거행하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칼빈이 주일날 성찬을 갖기를 원했던 이유는 모든 주일은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성찬을 통해서 우리가 연합하고 사귀는 주님은 부활하신 분이시오, 승천하신 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상당수 개신교 교회들이 소위 “성 금요일” (Good Friday) 오후에 교회에 모여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예식으로서 성만찬을 나누고 있다. 로마 가톨릭의 영향이라고 본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전적으로 성만찬을 부활의 권능과 재림의 소망 가운데서 거행해야 한다는 칼빈의 견해에 동의하였다. “주의 만찬을 죽음을 당하신 우리 주님께 바치는 일종의 기념식으로 여겨 수난일에 거행하는 어리석음을 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신약의 식탁에 다가갈 용기를 주는 것이 십자가가 아니라 부활이라는 점에서, 주의 만찬을 부활절 아침에 거행한다. 예수님의 죽으심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죽으심만으로는 어떻게 여러분의 영혼을 대속하실 수 있었겠는가? 죽으심이 전부였다면 여러분은 그분과 함께 장사되었을 것이고, 그곳에 장사된 채 남아 있었을 것이다. 부활절 아침이 될 때까지는 즐거워할 수 없다. 그때야 비로소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무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칼빈의 성례론에는 경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마땅한 본분을 다하기를 갈구하는 칼빈의 생각이 깊이 스며 있다. 특히 칼빈은 성찬을 말씀과 떼어놓지 않으므로 해서, 주일에 선포하는 말씀을 통해서 영적인 양식이 공급되게 하고, 성찬을 통해서 그리스도와 연합되며 사귐을 갖게 하고자 했다. 마땅히 그리스도인들은 듣고 배우려는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한 성령으로 한 피를 나눈 성도간에 서로 사랑에 대한 의무를 지니게 된다.

맺는말

성령은 믿음으로 우리를 그리스도에게 연합시키시며, 지속적으로 포도나무에 연결된 가지로서 살아갈 수 있게 역사하신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지체이며, 그 연합됨으로 인해서, 열매를 맺고, 영적인 축복들을 누리며, 은사들을 발휘하며 살아간다. 성령은 그리스도와 그의 몸된 성도들 사이에 접착체가 되어서 역동적인 결합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성도에게 주어지는 은혜에 기인한 것이다. 믿음으로 이뤄지는 이 유기적 연합은 성도에게는 놀랍고도, 신기하며, 비밀스럽다. 성령이 하시는 일이라서, 이성적인 본성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말씀과 성례들, 특히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성만찬과 기도의 응답을 통해서 은혜를 공급해 주신다. 성령의 임재하심 가운데서 성도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지속해 나가면서 얻는 은혜와 혜택들을 더욱 풍성하게 누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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