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내면의 ‘상처’… 반드시 치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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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핵심 신념(Core belief) 찾기

▲상처는 반드시 치유해야 한다. ⓒ픽사베이

▲상처는 반드시 치유해야 한다. ⓒ픽사베이

오빠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여성이 있었다. 오빠가 오래 전 자신에게,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여성은 가족에게 들었던 자신에 대한 평가로 인해, 자신은 문제가 있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여성에게 오빠와 그 이후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지, 아니면 그때가 서로 갈등이 있었던 특수 상황이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때가 특수 상황이었고, 그 말은 단 한 번 들었던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바른말 고운말을 하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상처입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이 내뱉는 말들이 거칠고 상처가 되는 경우, 사람들은 그 말에 영향을 많이 받고 그들의 말을 진리처럼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경우 학대하는 부모라도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원망을 돌리기보다 자신에게 원망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위 여성은 자신과 이야기하기 싫다는 오빠의 말을 일회성 표현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그 말을 영구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며 자신을 문제 있는 부족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받아들인 결과는 ‘낮은 자존감’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 결국 내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 여성이 오빠와의 관계뿐 아니라 주위 친한 사람들과 이런 경험을 몇 번 더 하게 되면 자신을 미워하게 되고, 나아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살게 된다.

상처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상처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상처만 받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상처 속에서 잘못된 거짓말을 믿게 된다.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뿐더러, 주위 사람들과도 관계를 잘 맺지 못하면서 성격적 결함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상처로 인해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상처로 인해 나를 너무 무가치하고 못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은 지, 반대로 상처로 인해 주위 모든 사람들을 가해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 대한 가장 흔한 거짓말들 중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야 ‘, ‘나는 충분치 않아’, ‘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등 자신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말들이다.

물론 이런 거짓말을 그냥 믿게 된 것은 아니다. 권위자로부터 반복해서 가치 평가절하의 말을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심한 신체적 학대나 방임으로 그렇게 믿기도 한다. 그것은 몸으로 정서적으로 경험한 나쁜 경험이기에, 자연스럽게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모두는 인간이라는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이고, 누구나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가치 있는 존재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시고, 그 인간이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참 좋았더라“고 하셨다. 인간을 행위로 평가한다면, 불의의 사고로 온몸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장애인은 가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능력으로만 인간을 평가한다면, 인간은 누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등수를 매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비인간적이라고 여긴다. 이는 사람의 가치가 능력이나 행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처들과 불우한 배경 속에서 자라난 사람이라도,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가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가슴 깊이 뿌리박힌 나 자신에 대한 거짓말은 생각보다 바꾸기가 쉽지 않다. 어린 시절 상처가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만 일시적으로 바꾼다고 할 때 또 다른 상처가 다가오면, 옛날에 깊이 뿌리박혀 있던 거짓말을 다시 깨우기 때문이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그렇게 가슴 깊이 뿌리박힌 생각을 ‘핵심 신념(Core belief)’이라 부른다. 가장 원 뿌리가 되는 핵심적 생각이 크고 작은 일상의 상처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내적 신념들을 만들게 하는데 부정적 신념들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슴 깊이 뿌리박힌 자신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진 않지만, 꼭 바꿔내야 잘 살 수 있게 된다.

가슴 깊이 뿌리박힌 핵심 신념을 어떻게 찾아서 바꿀 수 있을까?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경험할 때 지금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서 그 생각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생각해 보면서, 생각의 뿌리를 한 단계씩 찾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나의 핵심 신념을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위 여성이 오빠와의 관계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자신의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먼저 다 기록하고, 그 생각이 어떤 믿음에서 왔는지 찾아보고, 그 믿음이 사실인지 아니면 반대되는 증거는 없는지 점검해 보고 나서, 내 안에 있는 다양한 자동적 사고, 그리고 그 밑에 나 자신에 대한 생각과 믿음을 찾다 보면, 자신에 대해 믿고 있는 신념을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믿고 있는 거짓말이 무엇인지, 알게 해달라고 기도할 필요도 있다. 그래서 발견한 잘못된 핵심 신념이 있다면, 건강한 반대 신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건강한 사고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부정적 핵심 신념을 새로운 신념으로 바꿔야 한다.

상처는 부정적 감정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왜곡된 사고를 갖게 만들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살면서 경험한 상처가 있다면 반드시 치유의 과정을 통해,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왜곡된 사고를 건강한 사고로 바꾸어 나 자신을 사랑할 뿐 아니라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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