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상담소’ 출연 서정희 씨 사례로 보는… 가정 폭력 피해자들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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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가정 폭력

▲서정희 씨의 금쪽상담소 출연 장면. ⓒ채널A 캡쳐

▲서정희 씨의 금쪽상담소 출연 장면. ⓒ채널A 캡쳐

1980년대 ‘서정희’ 씨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나도 고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아름답고 청순하였으며, 유명 개그맨인 서세원과 결혼해서 현모양처로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종종 여성 잡지에 등장해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가 32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이혼을 하면서 밝혀진 완전히 다른 진실은, 성폭력을 당해 임신한 채로 남편과 결혼했으며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남편 서세원 사망 후 서정희 씨는 최근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어려움을 상담하게 됐다. 필자는 서정희 씨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말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첫째로 결혼 후 서정희는 남편 말만 들을 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지인들과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관계를 차단했고, 원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으며, 오직 남편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한다.

대부분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피해를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려고, 철저하게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함으로 피해자가 자신만 의지하게 하며, 다른 곳에 도움을 얻지 못하도록 고립시키는 행동을 한다.

친구를 만난다고 하면 누구를 만나는지 자세히 캐묻고, 서정희가 나가서 누구를 만날 때도 자주 연락해서, 만난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어 자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일을 했다.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외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외로움을 호소하거나 협박하거나 가정에서 다른 요구들을 많이 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차단시킨다.

둘째로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은 폭력적 관계에서 상대에게 거짓말을 진리로 믿게 하는 정서적 폭력으로 상대방을 철저하게 속이고 조정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서정희는 자신이 남편보다 잘난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에게 한 일들은 자신을 사랑해서 한 일이라 믿고 있었다. 남편의 폭력 행사도 철저하게 사회생활을 차단한 것도 사랑에서 나온 행동이며, 자신은 아직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혼 후에도 다시 돌아가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이혼 후 건강이 나빠진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도 얼핏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통해 철저하게 서정희는 남편의 모든 나쁜 행동들조차 사랑 때문이라고 믿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것을 보면, 철저히 가스라이팅을 당했음을 알 수 있다.

셋째로 무기력이다. 서정희는 이혼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대부분 오랫동안 가정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독립성과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의존돼 있고, 가해자 없이 자신이 무엇인가 독립적으로 잘 해낼 수 있음도 믿지 못하게 된다. 조금 잘못했을 때마다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고, 잘못이나 실수를 커버하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줄 사람은 가해자뿐이라고 철저히 느끼는 경험을 끊임없이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오랫동안 가정 폭력 희생자로 살아왔기에 그것을 고발하고 이혼 소송까지 했음에도, 결혼 생활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사실 이혼을 안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가정 폭력으로 인해 혼자 독립적으로 살지 못하는 학습된 무기력이 그녀의 삶을 붙잡았음을 볼 수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생각 외로 가정 폭력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시달린 사람의 경우 학습된 무기력으로 인해, 이제 자신이 나이 많은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그 앞에 서면 다시 무기력을 느끼며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해야 이런 가정 폭력의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구해낼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정 폭력 가해자는 피해자의 모든 구체적인 사생활을 다 점검하고 감시하는 사람일 수 있기에, 그 두려움의 크기로 인해 감히 그 생활에서 나올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많다.

그런 부분을 알기에 가정 폭력 신고 기관들에서는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기록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오랫동안 사회적 관계를 차단당했기에, 막상 도움을 줄 대상들이 주위에 그리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가정 폭력 문제는 생명과 관련돼 있고, 사람의 가장 소중한 핵심 가치인 자아존중감을 망가뜨리며, 독립적 한 인간으로 건강하게 서지 못하게 하고, 모든 관계를 깨뜨리게 하는 주범이기에 반드시 다뤄서 빛 가운데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는 가정 폭력 피해자임을 세상에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정 폭력 피해자는 폭력이 있을 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고, 관련 복지기관을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공식 기관에 도움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가까운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 폭력 행사에는 힘의 원리가 많이 작용하기에, 더 큰 힘 앞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어 주위 사람들이 알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둘째로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잃어버린 자기존중감을 되찾고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예전 호주 정부에서 시행하던 가정 폭력 복지 서비스는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최근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하고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 폭력 문제로 연락한 사람에게 독립성을 갖게 하며, 자신을 사랑하게 하고 가정 폭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안전대책을 마련하게 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셋째로 가정 폭력 피해자들은 언제 위기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에, 위기 정도를 평가하고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혹시나 있을 위험한 상황을 위해 대비를 하는 것은 피해자와 자녀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이다.

대비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력 사건이 생긴다면 도망을 가도 있을 곳이 없게 될 때 난감한 상황이 된다. 게다가 어린 아이까지 있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상황을 미리 대비해서 안전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로 가해자도 어쩌면 예전에는 폭력의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는 분노조절 훈련을 받거나 개인상담 또는 집단 상담을 통해 가정 폭력이 얼마나 큰 피해와 아픔을 주는지 훈련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 가정 폭력 문제로 지속적 상담을 해야 하는 분이 계셨다. 그 시간이 본인에게는 귀찮은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고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일부 사람들은 어떻게 가족을 신고해서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하느냐고 하고, 가족은 어떤 행동이든 서로 덮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가족이기에 더 변화가 어렵고, 가족이기에 더 건강한 관계를 세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므로, 반복되거나 심각한 가정 폭력은 꼭 신고를 해야 하며, 가해자의 분노 조절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장 경제적 손실과 관계의 서먹함이 경험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치료를 받을 때 변화는 더 빨리 경험될 수 있다.

가정 폭력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데, 오랫동안 가정 폭력에 노출된 사람은 자기 됨을 잃어버리고 독립된 힘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정 폭력 문제는 꼭 다뤄야 한다. 가정 폭력에 대해 무관심하고 눈을 감는 사람이 아니라, 가정 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모두가 되어, 좀 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자.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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