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저는 지난주 목요일 황순원문학촌을 방문했습니다. 김종회 황순원문학촌 촌장님께서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시는데, 제가 이런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교수님, 제가 국문과나 문창과를 전공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랬더니 김종회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어쩌면 목사님께서 그런 전공을 하셨으면 그 틀에 갇혀 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더 폭넓은 문학적 잠재력과 가능성, 암시의 진폭이 커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지리산 자락 아래 한 학년에 두 반밖에 없는 시골학교에서 자랐습니다. 대부분 담임선생님이 교대 출신이 아니라 양성소 출신이어서, 글쓰기나 웅변을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글쓰기 대회를 나가거나 웅변대회를 나가면 상을 받았습니다. 제 안에는 천부적으로 마음 속의 연필이 있고, 마이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도 꾸준하게 시를 썼습니다.
그러다가 1994년 월간 문예사조로 시인 등단을 하였고, 윤동주문학상, 천상병문학대상을 수상하면서 중견 시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쓴 시를 보면 그것도 나름 제 시의 순수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너저분하고 불필요한 서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시집을 불태워버리고 싶지만, 그러나 그것도 제 시의 역사고 발전 과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번에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라는 13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가 얼마나 전문성이 있냐의 차이일 뿐이지, 사랑하는 사람은 다 시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시는 사랑이고 사랑은 시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시를 쓰는 순간만큼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든 사랑의 계절을 걷고 있음을 느낍니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소나기가 내리고 낙엽이 지고 하얀 폭설이 내리는 날이라도, 그 모든 계절은 사랑으로 물듭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의 제목을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라고 정하였습니다.
어렵고 난해한 시 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시들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한 줄 한 줄 사람과 자연,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순수한 고백의 언어를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독자들의 마음에 봄날의 꽃이 되고 여름날의 소나기가 되고 가을날의 낙엽이 되고 겨울의 눈송이가 되어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꽃이 필 때도 있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도 있습니다. 아니, 언젠가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폭설에 갇혀 길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다면 그 모든 날들이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되어 감싸주리라 믿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시집을 읽고 슬픔과 절망, 상처를 딛고 다시 사랑과 희망의 마음을 찾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듯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추운 바람이 분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으로 감싸준다면 우리의 계절은 언제나 찬란한 빛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시대 최고의 평론가인 김종희 교수님께서 성도들 앞에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님은 윤동주, 정호승, 나태주, 이해인 계열의 감성 시인이십니다.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한국교회 목회자의 시의 계보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여시는 시집을 쓰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 목사님은 대중적 호소력과 전파력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정말 과분한 시 해설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황순원 선생님이 6.25 전쟁 중 ‘소나기’라는 소설을 쓴 것은 전쟁 중에도 없어서는 안 될 순수한 인간의 서정과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던 것처럼, 저의 시집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라는 시집도 겨울왕국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계절을 선물로 주고 또 사랑의 계절을 가슴 속에 전달해 주면 좋겠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