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사는 것, 과연 현대 사회의 미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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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자기 돌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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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바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TV 드라마에서 보면 주인공은 늘 일 중독에 빠진 사람이다. 최선을 다해 늦게까지 일을 하고 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좋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적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많이 바쁘다고 하면 “바쁜 게 좋지요“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바쁜 것이 미덕이고 좋은 것일까?

한자로 바쁘다는 뜻의 ‘바쁠 망(忙)’은 ‘마음 심(心)’자와 ‘망할·죽을 망(亡)’이 합쳐진 단어인데, 해석을 하자면 바쁘다는 것은 마음이 망하게, 죽게 되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한자의 뜻이 이해가 된다. 너무 바쁘면 마음을 돌아보는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되고, 바쁘면 마음 속 어떤 부분의 회복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달려가다 나중에 탈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 우리 세대나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살기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바쁘게 사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면서 건강한 쉼과 자기 돌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어린 시절 경험 때문에 잘 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찍 이혼했거나 부모님이 너무 바빠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서 또는 부모의 학대로 어릴 때 마음 기댈 곳이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인생을 나 혼자 책임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느끼기에, 어릴 때부터 생존력이 강하고 생활력이 강해진다.

그 덕분에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고 주위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마음 편히 쉬지 못할 뿐 아니라 육신도 쉬지 못한 채 일을 열심히 한다.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의 깊은 내면에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있고,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신념이 들어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칫 일중독이 될 수 있고, 나중에 많은 것을 가지게 됐음에도 이를 누리지 못하거나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사회에서 성공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사회적 불안’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 부와 성공, 능력이기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간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유와 성취로 인한 행복이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행복은 일시적일 뿐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부요함이 주는 소유의 안정감과 성공과 능력이 주는 성취를 여전히 기대하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가만 있으면 도태될 것 같고,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잣대로 인해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세 번째로 잘 쉬지 못하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들인 경우가 많다. 주어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잘 쉬질 못한다.

한 지인은 가족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짐을 바로 정리하고 집도 완벽히 정리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어떤 날은 정리한답시고 밤을 꼬박 샐 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아이가 과자를 먹으면 부스러기가 떨어질까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닦는다고 한다.

비단 집안일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직장에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소비해 버려, 집으로 돌아오면 정작 사랑하는 가족들과 편안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채 짜증과 불친절로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필자의 학교에 들어오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눈에 확 들고 리더에게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초기에 열심히 하다 오래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넷째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잘 쉬지 못한다. 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과각성 상태에 있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이어가는 경우를 본다. 사람은 자율신경계가 있어서 과하게 각성을 하다가도 다시 편안한 상태에 들어올 수 있도록 호르몬을 통해 조절하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뇌가 활성화돼 쉬지 못하고 긴장한다.

주로 밤에 하는 생각들이 편안하고 좋은 것이면 잠을 잘 자겠지만, 깊은 고민, 부정적 생각과 기억들을 반추하고 있다면 몸은 긴장하고 잠이 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쉬지 못하는 사람들은 탈진과 같은 기력이 쇠하는 경험을 할 뿐 아니라 각종 신체 질병과 정신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특히 자기 돌봄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친구는 전화만 하면 온 몸이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이 친구는 엄청난 재력을 가지고 있어 지금 일을 그만둬도 충분히 편안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비단 이 친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쉬어야 하고 자신을 돌보야 하는데도, 그것을 적절히 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돌봄은 내가 아픈 다음에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있고 아직 일을 잘 하고 있을 때 삶의 한 부분으로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자기를 돌보는 일을 할 때, 그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원하는 삶을 좀 더 잘 살 수 있다.

자기 돌봄은 꾸준히 해야 하고, 다양한 영역을 고려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사람에게는 육체도 있지만 영혼이 있기에, 육체와 영혼을 함께 균형 있게 돌보아야 한다. 그리고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사회적 관계에서의 자기 돌봄도 고려해야 한다.

자기 돌봄이라고 할 때 신체적 부분, 영적 부분, 생각 부분, 정서적 부분, 관계적 부분, 일의 부분 등 다양한 영역을 점검하고 그 부분에서 나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 지를 잘 살펴야 한다.

성경에서 모든 사람이 한 가지로 치우쳐 있다고 했던 것처럼, 모든 영역을 균형 있게 잘 돌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균형 있게 자신을 돌보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점검하며 계획을 세워서, 쉬어야 할 때 쉴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잠시 쉬어 가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늦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잘 돌보는 것이고 결국 더 멀리 가게 한다.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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