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한국 장로교회의 정체성과 비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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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제41회기 출범 비전 세미나 강연 원고

이 글은 지난 2023년 11월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던 (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제41회기 출범 비전 세미나에서 김재성 박사(전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가 발표한 강연 원고입니다. 본지는 이 글을 김 박사의 허락을 얻어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김재성 박사. ⓒ크투 DB

▲김재성 박사. ⓒ크투 DB

먼저 한국 장로교회 제41회기 대표회장님과 여러 임원진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린다. 지난 사십 년을 토대로 하여, 앞으로 큰 역사를 이룩하기를 기대한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사십 년을 방황했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서 민족국가를 든든히 세웠듯이, 하나님의 나라를 견고히 확장하는 일에 쓰임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1. 축복에의 감사

지금 한국에 있는 교회들 가운데 절반은 장로교회에 속해 있다. 한국의 장로교회는 그동안 한반도에서 크고 작은 많은 업적과 사명을 성취해 왔다. 지난날 장로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야 할 일이 많다. 앞으로도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의 비전은 이 땅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로교회를 통해서 분명하게 제시될 것이다. 주님의 재림을 바라보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소망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할 것이다.

조선 땅에서 가장 먼저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선 선교사들로 인해서 장로교회가 세워졌다. 세계 역사를 비교해보면, 조선 땅에 처음 복음을 증거한 장로교회 선교사가 들어오던 시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강대국들의 식민지 쟁탈전으로 혼란스러웠던 19세기 말에 조선은 그야말로 위태하기 그지없었다. 약 1천만 명이 살고 있었던 조선 땅에는 세계열강이 쇄도해 들어와서 외교관계를 강요하고 있었다. 그토록 암울한 시기에 장로교회가 소망의 복음을 전파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장로교회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처음으로 외국 선교사가 들어와 상주하게 된 것은 1884년 9월 20일이다. 이미 만주 지방에 거주하던 선교사들을 통해서 서상륜 등이 기독교를 받아들였고, 토마스 선교사가 대동강변에서 순교했었지만, 최초 내한하여 거주한 선교사는 미국 북장로교회 소속으로 온 의사 알렌이다. 스물 다섯 살이던 그는 이미 중국 산동 지역에서 한 해 동안 활동했었다. 선교사를 거부하던 조선 땅을 위해 기도하며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마침 조선과 미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자, 주한 미국 공사관의 의사로 들어와 복음을 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해 12월 4일 갑신정변이 일어나서, 개화당이 표적으로 삼은 민영익 대감이 칼을 맞고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에 외과 수술로 살려내었다. 고종은 알렌에게 의술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고, 그로 인해서 많은 선교사들이 내한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게 되었다. 1885년 4월 5일, 일본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국 북장로교회 언더우드 선교사와 감리교회 아펜셀러 선교사가 입국하였다. 언더우드는 뉴브런즈윅 신학원 졸업생이었고, 그의 가족들이 많은 후원을 보냈다. 1890년에는 시카고 맥코믹 신학원을 졸업한 새뮤얼 모펫 선교가 들어왔고, 그가 1901년 평양신학교를 세우면서 장로교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그 이후로 1970년대까지 약 천 육백여명의 선교사들이 내한하였다.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만이 아니라, 카나다 장로교회, 미국 남장로교회, 호주장로교회의 파송 선교사들이 내한하여 복음을 전파했다.

지난 백오십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한반도에서 활발하게 복음을 전한 장로교회는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다. 한국 내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은 대부분 장로교회가 주도적으로 발휘한 것들이다. 한반도에 교회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장로교회에 소속해 있다는 것은 양적으로 가장 큰 진영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서 한국 장로교회는 수많은 해외선교사를 파송하여, 받은 은혜를 이웃들과 나누는 교회로 발돋움 하였다. 하나님이 한국 장로교회를 사용하시고자, 엄청난 물질적 축복과 산업의 발전을 통해서 도약할 수 있도록 축복하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지금 직면한 문제는 참으로 엄중하다. 영적으로 암흑기에 처한 오늘의 시대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이 땅에 복음의 빛을 비춰 주었던 장로교회로부터 제시되어야 할 때에 이르렀다. 이 시대는 코로나 전염병에서 겨우 빠져 나오는 듯 싶었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터진 중동 전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전쟁으로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없다. 그야말로 암울한 일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인구소멸의 위기가 몰려온 한국 땅에서 복음을 전파해야 할 장로교회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에 처해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세상이 암흑기로 변질되어가고 있는가? 이 땅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외면하고, 점점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모든 지식과 이론들은 참된 진리가 아닌데도, 인기 명예 쾌락 권세를 누리려는 자들의 미혹에 넘어가고 있다. 오직 하나님께서 위로부터 주시는 계시의 말씀 속에만 영원한 진리가 담겨 있다. 엄중한 말씀을 통해서 자신들을 돌아 보아야만 한다; “내가 깨달은 것은 오직 이것이라 곧 하나님은 사람을 정직하게 지으셨으나 사람이 많은 꾀들을 낸 것이니라”(전도서 7장 29절). 예수님의 교훈으로 다시금 반복해서 설명된 교훈이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다”(막 7:19-20).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영적인 타락과 마음의 부패성으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내고자 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비춰보는 하나님의 음성에 주목해야만 한다. 장로교회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로 몇 가지를 공유하고 있다. 첫째는 성경은 특별계시로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그리고 이 계시의 말씀 안에는 하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는 역사가 담겨 있다. 구속역사로서의 말씀을 들어야만 하나님의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장로교회는 유럽의 종교개혁을 통해서 성경적인 교회를 회복할 때에 구체적으로 등장하였다. 엄청난 박해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참된 성경적 교회를 회복하고자 매진했던 오 백여년 전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솔직히 비교하건데, 현대 장로교회를 지난 시기 순교자들의 희생 위에 건설된 장로교회와 비교해 본다면, 많은 차이점이 있다. 물론 오늘날 우리의 삶이나 교회의 모습은 오백년 전에 살던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단적으로 두 시대만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는 16세기의 옷을 입고 살지는 않는다. 정치, 사회, 과학 등 모든 분양에서 다르다. 우리는 무조건 지난 날 종교개혁자들과 장로교회의 인물들과 역사적 사건들을 미화한다거나, 칭송하려는 입장에 설 수는 없다. 다만,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나, 교회를 섬겨나가는 일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야 함을 강조하려는 것 뿐이다. 더 좋은 것들인데도 지난 역사 속에 뭍혀버린 것들이 많음을 비춰보고 싶을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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