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희망을 노래하자
신년 축하 시로서는 문정희의 <희망가>를 빼놓을 수 없다. ①“얼음 땅밑에서도 물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도/ 멀리서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마라// 인생행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밀려와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속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곧 찾아든다.”(문정희/ 희망가).
②“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 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있었다.”(반칠환/ 새해 첫 기적).
③“빛과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 새해에도 온누리의 마음 속에 평화를 내려주옵소서/ 아아, 전능하신 하나님/ 새해에는 우리 겨레의 숙원인/ 남북통일의 길이/ 훤히 트이도록 해주옵소서/ 이 넓은 하늘과 땅 사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안 될 일이 없사옵니다// 새해에도/ 하나님의 신비의 깊이를/ 한두 치쯤 더 터득할 수 있게 해주시고/ 하나님을 기리는/ 들꽃처럼 싱싱하고 화사한 말이/ 제게 떠오르게 해주옵소서/ 새해에는 하늘의 불로/ 제 마음속에 우글거리는/ 지옥의 짐승들을 불태워 주옵소서/ 응달에서 몰래 노는 오관의 쾌락에는/ 계속 무서운 함정을 마련해주시고/ 골수에 밴 제 게으름은/ 그 뿌리를 뽑을 수 있게 해주옵소서/ 그리해서 다식 박아내듯 하늘/ 저의 고해의 한두 조항을 줄이려는/ 제 의지에 하늘의 침(針)을 놓아주소서/ 거룩하시면서도/ 이 땅에 내려오시기까지 몸을 굽히신/ 겸손하신 하나님/ 저도 하나님처럼/ 겸손하고 가난한 마음이 되게 해주옵소서/ 저는 이제까지/ 제 피와 살과 영혼에 하나님을 모시면서도/ 하나님 욕되게 하길/ 떡 먹듯 해왔사옵니다/ 새해에는 오직 저만을 위한/ 제 마음의 창(窓)을 넓혀주사/ 제 이웃이 내 자신이게 해주옵소서// 새해에는/ 뭍을 가든, 바다를 건너게 되든/ 그것이 다 하나님의 뜻이게 해주옵소서/ 저의 말과 행위가/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기쁨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아아, 무한히 인자하신 하나님/ 새해에도 딱한 저의 영혼과 육신을 불쌍히 여기시어/ 자나 깨나 제가 하나님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은총을 내려주옵소서// 그리하여 제가/ 하나님의 영광 속에서 기뻐노니는/ 하나의 티끌일 수 있게 하옵소서.”(성찬경/ 새해의 노래).
④“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도/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 만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근망과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⑤“자연이 가는 길은/ 휘돌아가는 길이 있을 뿐/ 곧은 길이란 없다//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 있다/ 가기 싫은 길이 있고/ 기어이 가야 하는 길이 있다// 길은 왜 그리 많은지/ 세상을 따라가다 넘어지기도 하지만/ 되돌아갈 길은 없었다/ 처음 가는 길도 함께 걸으면 의지가 된다// 굽은 길 펴고자 애쓰는 사람들/ 저 깊은 고요를 깨우기 위해/ 얼마나 두드렸나/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왔나/ 어디에도 쉬운 길이란 없었다/ 배고픔을 밀고 다니던 고난의 길/ 어느덧 동맥경화는 뚫리고/ 저 멀리 들려오는 환희의 북소리”(윤평현/ 길).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