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뜻 아닌 주님 뜻대로
“한 나병환자가 예수께 와서 꿇어 엎드려 간구하여 이르되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예수께서 불쌍히 여기사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시니 곧 나병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고 깨끗하여진지라(마가복음 1:40-42)”.
설 명절이 지나갑니다. 어린 시절 명절 풍경은 고향을 떠났던 자녀들이 돌아와 며느리와 함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부엌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전(지짐)’을 부치고, 귀했던 고기도 굽고 전날에는 밤늦도록 떡집에서 새벽까지 줄을 서곤 했습니다. 추워서 손을 비비며 호호 불던 그 시절 추억이 피어오릅니다. 아침에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며 세뱃돈을 받으며 즐거워했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유명한 전통시장인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명절 전 장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발디딜 틈 없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입니다. 구포시장 근처에 사는지라, 구포의 역사를 잠시 소개할까 합니다.
학자들은 구포시장 역사를 400여 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1871년 영남읍지 기록에 의하면 1809년(순조 9년), 구포시장(당시 감동장)을 산성 입구인 대천천 일대 마을로 옮겨달라고 건의했다고 합니다.
구포시장은 5일장이었는데, 1972년 상설시장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끝자리 3일과 8일이 장날이라, 이 날들에는 시장 규모가 평소의 두 배가 됩니다.
무엇보다 1919년 3월 29일, 이곳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것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래서 근처 길에 ‘구포 만세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예전부터 낙동강 하구 구포 나루터는 교통 중심지로 시장이 발달했고, 일제강점기 경부선 구포역이 생기면서 더욱더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날마다 기차를 타고 부산시를 넘어 남부 지역 상인들까지 모이는 숫자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상권이 구포역까지 이어져 거리에 물건을 깔아놓고 팔던 상인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규모가 줄어든 편이지만, 장날에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의 만세운동, 피란민 마을, 구포국수 등은 부산의 대표적 먹거리와 자랑거리로 ‘부산의 미래 유산’에 올랐습니다. 구포국수 뿐 아니라 곰장어구이 역시 부산 대표 먹거리가 됐습니다. 첫 민족 지방은행인 ‘구포은행’이 탄생했을 정도로 구포 나루터를 통해 상업이 활발했습니다.
구포에는 개시장과 보신탕집도 성행했지만, 반려용 개를 옹호하는 이들의 강력한 요구로 오랜 전통의 개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제 말씀으로 돌아갑니다. 말씀 속 문둥병자(한센병자)는 모든 것을 겸손히 주님 뜻에 맡기고, 주님의 능력을 신뢰하고 믿었습니다. 성경에서는 한센병에 한해 ‘고침 받았다’가 아니라, ‘깨끗하게 되었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불쌍히 여기사’는, 긍휼히 여기신 그리스도의 사랑이 불치병을 고쳐주신 동기라는 의미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한센병자는 사람들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한센병자를 만지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은 율법을 초월해, 그들을 만질 뿐 아니라 고쳐 주셨습니다.
한센병자는 우연히 주님을 만나 깨끗하게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철저히 고백하고 온 마음으로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 있었기에 깨끗해질 수 있었습니다.
지인이 보내온 ‘물병과 주전자’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떠오릅니다. 주전자는 자기 것을 주면서도 몸을 숙이고, 물병은 가진 것을 다 줄 때까지 몸을 숙이고 또 숙인다는 것입니다. 한 세상 살다 보면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도 삶의 교훈을 얻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시인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주전자와 물병에서 귀한 작품을 얻었습니다. 시인은 자기 것을 남에게 주기 위해 몸을 숙여야 하는 주전자와 물병을 노래합니다. 이는 곧 낮은 자세입니다. 꼿꼿한 자세로는 줄 수 없고, 숙여야만 줄 수 있습니다. 이는 ‘겸손’의 의미를 손쉽게 풀어놓은 작품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사회생활과 교회생활 중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제합니다. 그런데 하찮아 보이는 사람에게는 아무렇게나 대하고, 잘 생기고 똑똑하고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아첨합니다.
이는 세상에서나 통할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반대로 낮고 천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을 품으시며 위로해 주십니다. 억압당하는 이들, 신음하는 이들의 친구 되어 친히 그들을 찾으시고 아픈 곳을 어루만지시며 치유해 주십니다. 심지어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주님께서는 한센병자를 고치시는 기적의 치유를 보여 주십니다. 한센병자는 무릎을 꿇고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며 철저하고 간절하게 청했습니다. 이를 불쌍히 여기신 주님께서는 손을 대시며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하셨습니다. 이후 정해진 규정에 따라 제사장에게 확인을 받게 하고 마음의 치유까지 이끄시는 등 완벽하게 그를 낫게 하셨습니다.
병 고침을 얻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온 한센병자의 자세를 보며, 우리 기도와 청원은 어떠한지 돌아봅니다. 얼마나 간절하고 전적으로 의탁하는 기도를 했는지, 나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춘 바람은 아니었는지, 인내를 가지고 끈기 있게 갈망했는지…. 한센병자의 태도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주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주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고 주님의 뜻에 맞추는 전적 신뢰가 필요합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그 마음을 아시고, 우리 기도를 곧바로 들어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복음의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본받고 모든 것을 하나님 영광을 위해 한다면 주님께서 모두 이루어 주실 줄 믿습니다.
우리는 한센병자처럼 전적으로 주님께 달려가는 용기와 실천을 이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물병과 주전자처럼 철저히 나를 낮추는 겸손한 자세가 동반돼야 합니다. ‘감히 나에게 누가 엎드리고 낮추라는 거야?’ 하는 고질적인 교만의 자세라면, 치유는 불가능합니다.
어린 시절 교회 안 분위기는 참으로 진실했습니다. 아름다웠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고 양보하는 정과 믿음이 넘쳤습니다. 절대로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랑함 없이, 거만함과 교만함 없이 믿음의 교제들이 꽃피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광야 같은 시대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거짓말과 욕설, 의심과 교만이 극치를 이루니, 초대교회가 사뭇 그리워집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까요. 정이 넘치고 사랑이 춤추는 어린 시절 신앙으로 다시 불 지피는 시대를 기다립니다. 그러려면 신앙인들부터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배려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자세와 마음을 먼저 가슴으로 받아들입시다. 신앙생활에서도 내 뜻이 아닌 주님의 마음을 먼저 읽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실천하는 믿음과 이웃을 불쌍히 여기는 깊은 사랑의 온기가 내 몸에서 생산돼야 합니다.
끝으로, 지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수백만 명이 죽고 국토가 초토화된 6,25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였다”며 “북풍 사건처럼 정략적 이익을 위해 국민 생명을 담보로 전쟁 게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서슴없이 발언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이 군사 충돌 누적 결과’라는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당원들은 이런 말을 해도 잘못이라 말하는 이들이 없으니,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25 전쟁은 대한민국 5천 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동족끼리 총칼로 살육하며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 비운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에서 국민 세금으로 연수받은 이들이 이런 발언을 하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6.25 전쟁으로 학살된 사람이 무려 12만 8천 명, 사망자 24만 4천 명, 행방불명 및 실종자 30만 3천 명, 부상이 22만 9천 명, 납치 8만 4천 명 등 인명피해를 다 합하면 99만 1천여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전쟁임에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국가보안법은 어디로 실종되었는지요?
이름도 모르는 나라를 지켜주기 위해, 그때 수많은 외국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였습니까?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대표와 같은 당 의원들은 어찌 이 발언에 대해 침묵하는지요? 국민을 위하겠다는 말은 모두 허구임이 드러났으니, 이런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이번 총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성도들은 내가 아닌 주님 뜻대로,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주님께서 짊어지셨던 십자가의 멍에와 교훈으로 살아야 합니다. 미치광이처럼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뜻과 안위를 위해, 그리고 많은 죄를 짓고도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 권력을 휘두르는 국회의원들은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하겠습니다.
적극 실천하는 한센병자의 자세는 우리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해줍니다. 이처럼 광야 같은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십자가를 기쁨으로 질 수 있는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명절을 맞아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서로 신뢰하고, 성도들은 예수님처럼 헐벗고 굶주린 자, 억압받는 자, 질병으로 고통받는 자와 약한 자 등의 편에서 그들을 어루만지며 그들을 배려하는 이들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