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세수하러 왔다가 물도 먹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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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깔의 버섯들은 대개 독버섯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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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옹달샘에는 산토끼들이 찾아온다. 세수하러 왔으면 물도 먹게 해주고, 물 먹으러 왔으면 세수도 하게 해주자. 이름하여 다목적 샘물이 되어야겠다. 여러 동기로 교회를 찾아왔을 때 그들의 세상적 욕구(need)도 채워주며 영적 갈급함도 충족시켜주면 좋겠다.

교회를 ‘방주’로 비유하기도 한다. 생명선이요 구원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교인)들이 교회에 나와서 경제적인 처우(돈이나 물건)를 원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좋은 말씀(설교)과 사람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공급해주어야 교회가 유지될 수 있다.

한문 속담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란 말이 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기뻐해야 밖에 있는 자(교회 밖의 사람들)들이 올 수 있다는 뜻이리라. 세수만 하려고 찾아온 산토끼에게 시원하고 맛있는 샘물도 공급하면 좋겠다. 가령 이런 말씀들은 어떻겠는가?

①하늘이 내는 사람 따로 없다. 그러나 하늘이 감동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하늘이 감동하기 전에 먼저 내가 나의 삶에 대하여 감동해야 한다. 나도 나에 대하여 감동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감동할 수 있겠나? 오늘 하루 내가 나 자신을 감동시켜 보자.

만약 어떤 음식점 주인(사장)이 자기 음식점 음식을 먹지 않고 다른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사 먹고 온다면, 누가 그 집으로 음식을 사 먹으러 오겠는가? 나도 안 먹는 음식을 누구보고 먹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②세상을 푸르게 하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다. 빈 들판을 뒤덮고 있는 이름 모를 들풀과 들꽃들도 푸르게 하는 공로자들이다. 그 끈질긴 생명력이 놀랍지 않은가?

아스팔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한 줄기 들풀의 경이로움에 눈길 한번 쭉 주어보자. 보일 듯 말 듯 한 미물들이 지구를 섬기고 있는 것이다.

③감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용서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다. 목숨 걸고 사랑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내발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은 외발적 조치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순교자나 순국하는 위인들은 세상 어느 사람이나 어느 것으로도 어쩌지 못한다.

④이 세상에 좋게 하는 것만으로 기쁘다 하면 진정한 기쁨이다.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 진정한 감사이다.

(~이기 때문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 기뻐하거나 감사하면 그것은 진짜 기쁨이며 감사인 것이다. 온도계가 아니라 에어컨 같이 능동적이며 주도적이기 때문이다.

⑤감사할 일이 많아서 감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 감사 하는 게 진짜 감사다.

가장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 감사하는 게 아니라. 가장 많이 감사하는 삶이 가장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⑥내 자격을 생각하면 섭섭함이 생기고, 내 자격 없음을 깨달으면 고마움이 생긴다. 사실 우리 모두는 고개를 들고 살 자격이 없지만, 내 실제 상태를 잘 모르기에 살아가는 것이다. 나를 잘 모르는 것이 나를 가려주고 덮어주기에 걸어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이 좀 더 남루하고 하나님이 보시는 내 모습은 정말로 용납할 수 없는 죄인인 것이다. 그것을 다 공개한다면 내가 어떻게 걸어 다닐 수 있겠는가?

용서받은 죄인이니까 공손히 큰 소리 내지 말고 살아야 한다. 대개 쭉정이(가라지/잡초)들이 먼저 웃크거나 흔들거리는 법이다. 알곡이면 고개를 숙인다.

진짜 실력자는 겉멋을 부리지 않는다. 진짜 금(金)은 금이라고 선전하지 않는다. 선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나치게 자가발전하는 사람을 조심하고 경계하자. 화려한 색깔의 버섯들은 대개 독버섯이기 때문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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