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문제 ‘불안’, 공동체와 함께 이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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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불안감

▲미국 내 동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의 각박한 삶과 불안감을 소재로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

▲미국 내 동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의 각박한 삶과 불안감을 소재로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

여기저기서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 소식을 접하게 된다.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한 불안감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들어 생기는 연약함으로 인한 불안감도 있고, 환경적인 부분에서 만족이 되지 못하는 상황들로 불안감을 경험하는 등 다양한 불안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현대인의 현주소에 ‘불안’이 있고, 이 불안을 잘 극복하는 것이 삶의 질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게 된다.

불안을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사람들은 다양한 노력들을 하는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모으려 한다. 돈이 있으면 불안한 상황에서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쉬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돈이 많다고 그 불안이 없어지지 않는다. 돈이 많으면, 돈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한다.

지인이 말하기를 자신에게 금이 한 주머니 있었는데, 어느 날 도둑이 집에 와서 그것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전에는 금 때문에 매일 불안했는데, 금이 없어지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어쩌면 바라는 것이 있는데 원하는 만큼 되지 않고 안 좋은 상황에 이르게 될까 불안해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기대를 내려 놓으면 오히려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데, 어쩌면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기대와 욕심으로 살아가기에 불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없지만 감사하고 나누면서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무소유가 오히려 불안과 염려를 가져가고 평안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위 예에서 보듯 불안은 재정이 아주 많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재정이 너무 없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어느 한 분은 늘 불안했다. 그 불안은 어릴 적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게 살다 보니, 걱정이 생활 습관처럼 된 것이었다. 지금은 그리 어려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일 불안하고 염려하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분에게 불안은 그냥 하나의 습관이다. 불안해하고 염려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감사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자원들을 자꾸 기억하는 것이 불안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늘 집이 없어서 불안했던 사람이 집을 구입한 후에는 집을 구입하면서 생긴 빚(loan)을 걱정한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내가 집이 없었는데, 집을 갖게 되었으니 너무 감사하구나’라고 옛날보다 나아진 조건을 감사해야 한다. 지금까지 재정적으로 책임 있게 살아온 능력이 있으니,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의 자원을 찾아 불안을 이겨내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재정과 같은 환경 요인으로 불안이 다스려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 됐다. 물론 코로나19 같은 큰 외부 사건들이 불안을 가져오지만, 결국 시대적 불안에 대처하는 정부나 기관들의 노력과 함께 개인이 당면한 불안을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나의 불안을 잘 이해하고, 내가 나를 잘 돌보는 전략들을 통해 불안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배우자가 언제 화를 낼 지 몰라 늘 불안해한다. 누구나 폭력 앞에서 사람은 두려워하고 공포를 느끼는 것이 정상이고, 그것을 몇 번 겪으면 폭력 앞에 있는 사람은 무기력함을 경험하고, 폭력적 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는 자로 여기며 우울해진다.

이런 불안감을 늘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폭력을 행하는 가족이 있으면 “당장 신고하고 안정한 상황 가운데 사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때로 폭력을 행하는 사람도 상처가 있고 피해자로 살아왔던 적이 있던 사람이기에 그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가는 배우자를 볼 때 최대한의 안전 대책만 돕게 될 때가 있다.

이렇게 환경이 변화하지 않아 늘 불안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불안과 폭력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필요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작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힘을 키워 나갈 수 있음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무기력 가운데 잃어버린 가치와 소중함을 찾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그 불안감을 진정으로 이겨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떤 경우 불안이 불면증으로 다가온다. 불안한 사람은 잠을 자거나 깜깜한 밤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이는 잠을 자다 깨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잠을 자다 깨고 나면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을까 불안해하고, 어떤 이는 잠들지 못해 불안해하고, 어떤 이는 잠을 자다 악몽에 시달려 잠 자체를 두려워한다. 또 깜깜한 것 자체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빛 없는 환경에서 불안감을 많이 경험하고, 불을 켜 놓고 잠을 청하다 보니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불안감은 불면증을 일으키는데, 나중에 불면증이 점점 심해지면 불면증 자체가 불안감을 더 일으켜 악순환을 거듭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잠의 경우 불안함으로 생기는 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못 자면 어쩌지?’라는 불안을 ‘잠이 안 오면 안 자면 되지!’로, 불안한 생각을 편안하게 바꿔주는 것이 잠을 자는데 도움을 준다.

어떤 분이 잠을 자고 깨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한다길래, 크리스천인 그 분에게 “그러면 잠을 자고 못 깨면 어때~ 나는 더 좋은 천국에 가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라고 했더니,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응답하셨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생기면 나는 이런 대처를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불안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낮추는 일을 하고 있다. 불안감은 누군가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누군가에게 더 기도를 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적극적이게 하는 좋은 면도 있지만, 만성적·반복적인 불안은 대부분의 경우 무기력하게 하고 짜증을 내게 하고 불안을 없애주는 행동이나 물건들에 집착을 보이게 한다.

그러므로 불안할 때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불안감을 없앨 적극적 전략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운동, 복식호흡,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나의 모습 그리기, 감사, 나의 자원 기억하기, 극단적 생각을 객관화하기, 기도하기, 걱정 인형 사용하기 등이 있다.

무엇보다 불안을 나의 문제만으로 생각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 생각하며, 불안한 나를 나무라기보다 공감해 주고 격려로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자기 긍휼 (self-compassion)’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 문제인 ‘불안’을 함께 공동체가 이겨나갈 수 있길 바란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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