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음모론자 내치려면 당내 마르크스주의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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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칼럼] 민경욱·도태우 후보에 대하여

▲서울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트루스포럼이 30일 “4‧15 부정선거 의혹,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과거 서울대 학내에 게재한 모습(위 사진은 본 기고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음). ⓒ페이스북

▲서울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트루스포럼이 30일 “4‧15 부정선거 의혹,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과거 서울대 학내에 게재한 모습(위 사진은 본 기고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음). ⓒ페이스북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최근 22대 총선 공천 결과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20대 국회 원내에서 수많은 직위를 수행하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간판으로 활약했던 민경욱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지역구인 인천 연수을 주민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지 못했다. 21대 총선 결과에 불복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쳤다는 죄목이었다.

도태우 변호사는 대구 중·남구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았으나, 과거 5.18과 관련해 북한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유튜브 영상이 문제가 되자, 공천위원회에서 공천을 취소하였다. 본인이 이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였으나 소용 없었다.

말로 국민을 설득하고 상대 정당에 대응해야 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든다. 과거의 말 한마디가 당원이 선출한 후보를 끌어내릴 이유가 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심지어 의정활동 중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면책이 되는데, 이에 상반되는 조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배경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을 들으니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그래도 이런 의문들은 접어두기로 한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2. 음모론(conspiracy theory)은 기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회현상을 전혀 다른 논리로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음모’, 즉 누군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대중을 지배하기 위하여 세운 못된 계획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주장을 의미한다. 음모론에서 음모는 ‘몰래’ 계획된 것이므로, 용어의 의미상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을 말한다. 음모론자라는 표현이 경멸적 의미를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증거도 없이 소설을 쓰는 피해망상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거가 드러나는 순간 음모론은 과학적으로 타당한 이론이 될 수 있다. 20대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은 이미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에 음모론이 아니다. 누군가 여전히 부정선거 주장이 음모론이라 생각한다면, 배춧잎 투표지가 어떻게 재검표 현장에서 발견될 수 있는지 설명해 주기 바란다.

이 투표지가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 믿는 나에게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을 심어준다면, 언제든지 생각을 바꿀 의향이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허접한 변명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소위 ‘배춧잎 투표용지’. ⓒ이형우 교수 제공

▲소위 ‘배춧잎 투표용지’. ⓒ이형우 교수 제공

직관적으로도 부정선거임을 알 수 있지만, 하도 우기는 사람이 많으니 배춧잎 투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보자(배울 만큼 배웠다는 판사들마저 우겨대니 통탄할 노릇이다).

저런 이상한 투표지가 재검표 현장에서 나온 것이 부정선거의 증거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투표소 선거관리인이 ‘이거 인쇄가 잘못되었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에잇 아몰랑~’ 하면서 확인 도장을 찍은 후 투표자에게 배부하였다는 이야기이고, 그 투표지를 받은 유권자 역시 동일한 생각을 하면서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기표하여 투표함에 넣었다는 이야기이며, 개표소의 개표원 역시 동일한 생각을 하면서도 유효 처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각각의 사건이 발생할 확률도 0에 가깝지만, 이 세 가지 사건이 동시에 발생할 확률은 곱셈으로 계산되므로 더이상 말할 것도 없다. 결국 누군가 선거 종료 후 악한 의도를 가지고 이상한 투표지를 쑤셔 넣었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3. 마르크스주의는 세계 최초의 음모론이다.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유물사관은 여러 주장이 인과관계로 연계돼 하나의 논리 체계를 이룬다. 그중 핵심 전제인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유명한 주장은 그 자체로 음모론이다.

당시 사람들은 사회의 도덕 등 상부구조가 신이 창조한 인간의 양심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주장은 사회의 도덕이, 지배계층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 주장한 것이다. 피지배 계급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지배 계층이 도덕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하고 있어 깨닫지 못할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것이 음모론이 아니면, 무엇이 음모론인가? 마르크스 이론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일화적(anecdotal) 사례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화적 사례연구 방법은 이론을 실증하는 사회과학의 주류가 될 수 없다. 주로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를 얻는 사례연구보다는 계량화된 방법론이 관찰의 객관성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우수하며, 표본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외적 타당성 역시 훨씬 우수해진다.

혹자는 마르크스주의가 이념이라서 증명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증명할 수 없다는 말은 마르크스주의의 내용적 특성상 음모론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4. 현재 국민의힘에는 전향하지 않은 마르크스주의자가 가득하다. 1980년대 운동권에 몸담았던 인사 중 상당수가 공공연한 마르크스주의자였음을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민경욱 전 의원이 주장한 4.15 부정 선거론은 증거가 이미 발견되었으니 더이상 음모론이 아니며, 도태우 전 후보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음모론적 발언에 대하여 사과하였다. 설사 음모론자였다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전향(?)을 공표한 것이다.

한동훈이 음모론자라는 이유로 민경욱 전 의원과 도태우 전 후보를 내치려면, 전향을 공표한 적 없는 현 국민의힘 내 마르크스주의자들부터 먼저 내쳐야 할 것이다.

이형우 교수(한남대학교)
hwleetrojan@gmail.com
한양대학교 행정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1년 한남대학교 행정학과에 부임하여 행정철학과 윤리, 공무원의 동기부여와 인사관리를 위한 심리학을 교육·연구하였다. SSCI(국제저명학술지)와 KCI(국내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 2019년 한남대학교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 교정넷(교육정상화를바라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 First Korea 시민연대 부대표 등을 맡아 교육 정상화와 악법개정 등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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