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넷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꽃소리 들리는 밤”.
지난 목요일 저녁, 잠시 교회 뒷산을 다녀왔습니다. 뒷산 원두막에 앉아 있으니 봄꽃들이 피어나는 소리가 향기롭게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특히 진달래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려왔습니다.
순간 저 멀리 갈담 저수지 방갈로 앞에 벚꽃 꽃망울 피어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저는 일찍 피어 있는 몇 송이의 진달래를 바라보며 “저리도 일찍 피면 일찍 지게 될 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그러자 꽃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낙화하기 위해 피어난 것이 아니죠. 꽃잎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비록 낙화하더라도 낙화를 통해 우리의 존재와 완결성을 들어낸답니다.”
이런 꽃 소리가 들려오는데 난데없이 공중에서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습니다. 순간 헬기 소리가 꽃 소리를 눌러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헬기 소리는 금세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꽃 소리가 들려옵니다. “일찍 피는 꽃이 일찍 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꽃들을 피어나게 하는 봄의 전령사랍니다. 오만하고 부지런해서 일찍 피어나는 것이 아니죠. 그리움이 가득할수록 꽃잎 하나하나가 그리움의 연서로 피어난답니다. 산과 들녘에서만 봄꽃이 피어나지 말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시와 예술과 음악의 꽃들이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다시 헬기 소리가 크게 들려왔지만, 오히려 마음 속에는 꽃 소리가 들려올 뿐만 아니라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는 고난주간 특별 밤 기도회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경험하고 부활을 감사하는 꽃을 피우기 위한 밤 기도회죠. 그리고 4월 21일 주일 저녁찬양예배 때는 ‘꽃소리 들리는 밤’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1부 예배를 아주 간단히 드리고, 제가 쓴 시 중에서 주로 꽃과 관계된 시를 낭독하고 노래하며 연주를 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문학평론가이신 김종회 교수님과 제가 시 콘서트를 진행하게 되죠. 이런 특별한 시간을 만든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주님의 동산이 되어 마음속에서 영혼의 꽃들을 많이 피우고 흐드러지고 흩날리기 위함입니다.
인생은 마치 시와 같습니다. 아니, 꽃과 같습니다. 때로는 쓰여지고 기록되며 순간순간 꽃향기가 마음속에 진동하고 그 향기로운 꽃잎에 연서를 써서 누구에겐가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죠.
이 글을 쓰는 동안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창문을 바라보니 창밖에 벌써 하얀 매화꽃이 피어 있네요. 진달래와 벚꽃을 생각하며 글을 썼더니 매화가 시샘을 하는 듯, 꽃 소리를 외친 것입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매화의 향기가 금세 서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러분, 주변에서 매화 꽃피는 소리가 들리지 않던가요? 매화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던가요?
그런데 사실은 그런 꽃잎들도 때로는 상처가 있고 외로움도 있고 낙화라는 이별이 있지요. 그런 꽃들을 위로해 주고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도록 하기 위해 ‘꽃 소리 들리는 밤’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매화꽃들이 만개할 것이며, 그다음으로 진달래와 벚꽃들이 피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4월 21일 ‘꽃 소리 들리는 밤’을 진행할 때에는 철쭉과 개나리들이 만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봄에는 꽃을 피우는 모습만 보고 꽃향기만 맡은 것이 아니라 꽃 소리도 들리는 아주 특별한 봄이 되면 좋겠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