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굿모닝을 당하는 일
학교에서 학생들과 나눔의 시간이 있었다. 한 학생이 자신이 우울증과 무기력함으로 힘이 들었는데, 호주에 와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해 주는 것을 통해 어제의 삶이 아닌, 그리고 내일의 삶이 아닌 오늘의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굿모닝을 ‘당하다’ 보니, 자신의 삶이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고 괜찮아졌다는 이야기였다.
영어를 배우면서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굿모닝”이라는 인사말이다. 단순한 인사말로만 받을 것인지 아니면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그래, 오늘 아침은 정말 좋은 아침이야”라고 받아들일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침을 맞이하는 한 사람의 마음은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아침에 만나는 늘 같은 사람들이 형식적으로 인사하는 굿모닝은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입니다. 오늘도 특별한 것을 없겠지요! 오늘도 기대가 되지 않지만 살아야 하니 억지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런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굿모닝’”이다. 이런 굿모닝은 우리에게 생명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그것은 지치고 식상한 의미 없는 한마디일 뿐이다.
그에 비해 하루의 삶을 신이 주신 놀라운 선물이라 기억하며 누군가에게 새롭고 가치 있는 아침을 선사하는 의미로서 ‘굿모닝’을 표현한다면 어떨까. ‘오늘은 어제 없었던 새롭고 좋은 날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우리 기대해 봅시다. 당신에게도 멋지고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를 축복하고 바랍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굿모닝’을 당한 학생은 아마 누군가로부터 ‘굿모닝’ 인사를 통해 축복을 경험하고 마음이 녹아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것임이 틀림없다.
살다 보면 과거를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지인 중 한 분이 늘 과거를 후회하는 말을 많이 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그 분이 너무 많은 세월을 과거를 후회하며 보냈다면서, 이제 바꿀 수 없는 과거 때문에 후회하면서 살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잘 했다고 격려해 주었는데,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딸이 자신처럼 과거의 후회로 너무 고통스러워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불안해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부정적 사고 패턴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된 것이다.
현재 삶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과거를 돌아보면서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돌이키지 못하는 과거로 인해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그 감정을 현재 삶에서 고스란히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무기력과 죄책감, 자기 연민과 피해의식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생각 외로 많다.
그런 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굿모닝’이다. 그 분들에게 “어제의 다른 선택이 오늘의 다른 삶을 만들었을지 모르나, 당신이 살아내야 하는 현실의 삶은 오늘입니다. 그러므로 힘이 들든 좋든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굿모닝’을 찾아가고 만들어 가세요”라는 격려의 ‘굿모닝’이다.
아프리카에서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얼룩말은 아주 짧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서 사자가 지켜 보고 달려올 수도 있지만 아주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10분 전에 도망가고 힘들었던 것을 잊어버리고 지금 여기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으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얼룩말과 같은 동물들이다.
그에 비해 인간들은 어떠한가? 10년 전, 어쩌면 수십 년 전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 기억과 관련된 감정을 바로 재경험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기억을 너무 잘 하다 보니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보면 경멸감을 느끼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또 트라우마와 같은 기억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때 불쑥 불쑥 파편의 기억으로 다가와 괴롭게 하기도 한다. 그런 기억으로 오늘을 괴롭게 살아가는 증상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왜곡된 사람의 기억이 현재의 삶에도 고통을 주고, 현재에 가능해야 하는 사회적 기능을 잘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보면서, 현재를 ‘굿모닝’으로 살기 위해 심리치료 일환인 기억치료를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억으로 대체되지 못한 나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뿌리의 역할을 해서 연관된 다른 나쁜 기억들을 생성해 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아 권위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의 기억은 과거 기억임에도, 지금의 직장 상사 같은 또 다른 권위자와의 관계에서 그 신뢰 없음이 적용될 수 있다. 그것이 정정되지 않으면 더 강화되어 ‘역시 권위자들은 다 문제가 있어. 신뢰하면 안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쁜 기억 위에 또 다른 나쁜 기억이 합쳐져, 자신의 왜곡된 신념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마음의 상처도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 얼룩말처럼 바로 지금 평안하게 풀을 뜯으며 살아갈 수 있을 때, 오늘의 ‘굿모닝’을 최대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큰 상처가 없다면 작은 일상의 훈련들을 통해 매일 삶에서 ‘굿모닝’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매일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사는 부정적 기억도 긍정적이게 도와준다. 그 외에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복식호흡을 하며 오감을 느끼면서 자신을 격려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하나님께 하루를 위탁하며 그 하루를 ‘굿모닝’으로 시작하는 것 등을 통해 오늘 하루를 살아갈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염려와 걱정이 많은 사람은 아침마다 노트에 염려 거리를 기록하면서, 염려는 일기에게 맡기고 나는 염려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롭게 되었도다”. 어제의 나, 어제의 상처, 어제의 일들은 오늘을 살게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눈부신 오늘 하루를 ‘굿모닝’으로 맞이하며 충만한 하루를 살아가자.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