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의사(醫師)의 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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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났다. 한마디로 의사가 아니다. 등 따습고 배부른,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그들은, 그동안 국민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의사의 품격과 사뭇 다른 집단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의사라는 직무 뒤에 특별한 권위의식으로 집단화된 몹쓸 특정 의식이 존재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하여 비평 수준을 넘어 의사 집단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힘을 과시하는 방법은 지독한 범죄자들의 의식과 다를 바 없는, 환자 곁을 서슴없이 떠나는 비정함을 전제한다.

못된 자들이다. 국가 정책에 왜 시시비비를 벌이는지 모를 일이다. 의사면 의사답게 질병 치료와 환자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면 그만이다. 의과대학생, 수련의, 전공의, 의대 교수까지 순차적으로 의사 집단의 물리적 힘을 과시해 보려는 시도 자체가 불순하다. 의학 교육 이전에 기본적인 윤리·도덕 교육을 시급히 받아야 할 대상자들이다.

의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보통 사람과 똑같은 직업군 중 하나에 종사하는 근로자다. 그러나 의사는 개인의 편리보다 사회적 봉사의 의무를 선제할 때 특별한 존재이고 존경받아야 할 대상이 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존경받아 마땅한 의사 또한 적지 않음이다. 여러 봉사단체를 통해 낙후된 지구촌 오지에서 의술을 펼치고 있는 의사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존경스러움이 절로 솟구친다.

안정된 환경과 고소득이 보장된 지위를 마다하고 봉사의 의술을 펼치고 있는 의사들의 실천적 의술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길을 비추는 등대와 같은 발자취다.

또 환자 곁을 떠난 비도덕적 의사들의 빈자리까지 불철주야 지키고 있는 응급학회 의사들의 희생적 의술은 사회의 마지막 희망을 대변한다.

민주화가 고착되면서 여러 계통의 직업군들이 집단행동을 벌인다. 물론 표현의 자유와 불평등 해소, 열악한 환경 척결 등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그러나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 집단 목소리를 토해놓는 행위는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행동이다.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는, 가증스럽고 혐오스러운 언동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입술로만 지껄이고 사회적 기득권만 누리고 유지하려는 비굴한 전인격을 집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못돼먹은 권위 의식이 몸에 밴 관행의 세월이 적지 않음이 느껴진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문 제네바 선언(1948)을 접하고 보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울분이 솟구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제네바 선언(1948)의 일부를 발췌해 보면 아래와 같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중략>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관계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개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석(朝夕)으로 찬바람은 여전하다. 우환(憂患) 삼 년 없으면 가정, 사회, 국가가 평안하다는 선조들의 경험적 예고가 심중을 울린다.

대부분 서민들은 이런 일 저런 일, 원치 않는 환경이 도래할 때마다 그저 근심 걱정 다반사가 나그네 인생길이려니 희생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살아간다.

이번에 발생한 근심 걱정의 원인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철없는 자식이 속을 썩이는 것도 아니고, 고령 노부모의 병환도 아니고, 결혼한 자녀들의 이혼도, 사업 부도도 아니다. 북한이 도발한 것도, 일본이 침략한 것도 아니다.

멀쩡하게 잘 먹고 살던, 의사들이 떼를 지어 가정, 사회, 국가의 속을 썩이고 있다. 거리로 뛰쳐나온 의사들은 저마다 큰 밥통을 끌어안고 있다. 빈 밥통뿐인 서민들은 기가 막혀 헛웃음을 토해놓고, 개도 웃고 고양이도 웃는 듯싶다.

웨민총회 신학장 하민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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