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칼럼] 오늘 아침도 동네 산을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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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비 온 후라,
땅이 촉촉이 젖었습니다.
흙냄새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이삼일 사이에,
살고 있는 동리의 온 세상이 꽃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어쩌다 산길 진달래 한 꽃 피어 있으면 그것이 신기했고,
피지 못해 삐어져 나온 꽃 봉우리 끝 자주색이 가슴에 남았었습니다.

이제는 흰, 노란, 자주, 꽃보다 새 순의 연초록까지,
색은 빛의 고통이라는 괴테의 어휘를 생각합니다.

그저 매일 걸을 뿐입니다.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생각하느라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이루려고,
그리움의 시간으로 마음을 쉬려고.

매일, 나뭇가지 사이의 해 뜨는 모습 한 장씩 전화기에 남기며,
삶의 하루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임을 내게 설득하고 호흡하려고.

이 앞 산 다닌지도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각 나무와 돌들의 위치조차 파악된 익숙함이지만,
언제나 느낌과 감흥은 새롭고,
그것이 주는 생각과 아이디어도 신비합니다.

오르내리며 그렇게 많은 메모를 했는데도,
끝없이 이야기를 주고, 사고를 넓혀주고, 사랑과 마음을 키워줍니다.
별것 아닌 동네 산이라도,
자연에 포함된 작음이기에 위대한 힘을 가졌을 것입니다.

살아 있으니 가고, 가니까 생각하고,
생각하니 이루고, 이루니 완성하고, 그 완성하면 주님께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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