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기도 후 앞산을 올랐습니다.
늘 가는 길이라 발이 기계적으로 움직여, 생각의 흐름을 자유롭게 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고의 자유란 그 자유를 누릴 시공간이 확보되었을 때 날개를 답니다.
평안한 상태, 평안한 마음, 평안한 여건.
혹은 그 모든 것을 현재적 상황과 분리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의 소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그저 습관처럼 해 사진을 한 장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리저리 살펴도 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빈 가지 사이에 걸려 있기도 하고,
그 가지 위에 솟아 있기도 하고,
또는 능선 위에 일부의 모습으로 전부를 조명하는 광활한 힘의 모습.
어느 날은 동그란 모습이 아니라,
그저 가지나 잎 사이에 존재해 퍼지는 강한 빛의 광채로, 존재를 확인케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전혀 해가, 또는 그 해의 광채나 빛의 파장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전혀 모습이나 잔재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을 압니다.
해는 그 시간에도 나뭇잎과 가지의 빈 공간에 있습니다.
아니면 그 위 허공에 떠 올라 세상을 향해 휘황한 광채를 뻗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흐린 날씨로 가리워져,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또 단 며칠 사이에 커져서 이미 하늘 시야를 덮은 나뭇잎이, 그 앞을 막아서 있을 뿐입니다.
다시 날씨 맑아지면 나뭇잎과 가지 위로 솟아 있는 그의 위용을 보여줄 것입니다.
나뭇잎과 가지로 인해 막혀져 있는 위치일지라도, 그 빛의 힘은 주변을 압도하는 눈부심입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날씨 흐려 내 삶이 가리워진 날도, 나뭇잎 커져서 앞 다 막혀진 날도,
조금 더 서 있으면 밝아지고, 내가 볼 수 있는 해는 생성이 아닌 기존임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