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인간에게 인간을 죽이는 것은 권리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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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생명윤리 16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인간이 인간을 죽일 권리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인간을 죽일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영국은 1968년에 임신 24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천만 명의 생명이 낙태로 죽었고,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임신 3분기 이전까지 낙태를 허용한 후 50년간 6천 3백만 명의 생명이 죽어갔다.

“살인하지 말지니라”(출 20:13, 신 5:17)

1차 대전으로 인해 1,900만 명 이상, 2차대전으로 6,6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2023년 10월까지 700만 명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비극이었던 세계대전과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생명이 낙태로 죽어가고 있다.

2024년 3월 4일 프랑스에서는 임신 14주 이내의 그 어떤 낙태도 허용하는 ‘낙태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헌법에 넣었다는 기가 막히는 소식을 들었다. 14주 이내의 태아를 인간의 편의와 쾌락을 위해 죽이는 것이 권리로 인정받는 것이다. 생명을 죽일 권리를 실정법이 정한 것이다. 하나님이 정하신 생명의 법을 떠나 인간이 생명을 죽일 기준을 정하는 교만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낙태뿐 아니라 성적 타락으로 혼외 출산율이 65%를 넘어선 프랑스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신학적 입장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는 1973년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판결 이후 지금까지 낙태를 허용해 왔다. 최근에는 50개 주 중에서 11개 주에서 수백 개의 낙태 반대 법안이 올라오고 있다. 주로 기독교의 영향력이 강한 주에서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남침례교단의 신학적 기조가 성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결과로 판단된다. 신학교에서 선포되는 신학이 복음에 입각한 보수주의 입장을 취하느냐 아니면 세상을 따르는 자유주의 신학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기준이 많이 달라진다.

자유주의 신학을 따르는 설교를 들은 성도들은 자유주의 기준을 받아들이고, 복음주의 신학에 기초한 청교도적 개혁주의 교리가 탑재된 설교를 들은 성도들은 복음주의적 입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신학교와 교회에서 어떤 교리를 택하느냐에 따라 국가정책과 사회적 기준설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법과 사회제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치가들과 법관들 역시 목사들의 설교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1973년 미국에서 임신 2분기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 역시 교회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청교도적 신앙을 바탕으로 건국한 미국에서 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인지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남침례교가 미국 기독교 교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도 남침례교의 입장은 미국의 크고 작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60년대부터 70년대 말까지 남침례교 신학교와 교단총회에는 자유주의 신학에 물든 신학자와 교계지도자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낙태에 대하여 상당히 유화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의 설교를 들은 정치인들과 법관들 역시 낙태 허용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에 서게 된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오자 남침례교 총회장이 바로 낙태 허용 판결에 대해 환영 성명을 발표한 것을 보면 당시 교단의 분위기를 잘 읽을 수 있다.

1979년 미국 남침례교단은 복음주의 입장에 확고한 아드리안 로저(Adrian Rogers) 목사가 총회장이 되면서 보수주의 신학 그룹이 힘을 받게 된다. 이 시기부터 성경적 낙태 반대 운동인 ‘Pro-life 운동’이 남침례교단의 의견으로 다시 정착하기 시작한다. 남침례교단은 신학교와 교단 지도자 중에서 자유주의 신학을 주장하는 그룹을 내보내고 복음주의 그룹으로 대체해 간다. 현재 미국에서 많은 낙태 반대 법안이 나오는 현상은 이러한 흐름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학적 입장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신학이 바로 서야 신앙인이 바로 선다.

대한민국에 생명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가장 먼저 목사님들이 설교를 통해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죄라는 것을 분명하게 선포하고, 우리가 주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말씀을 통해 깨달아져야 한다. 좋은 소식,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 전해져야 한다.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롬 10:13, 14)

최근 대한민국 여러 교단에서 프로라이프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낙태방지와 생명존중을 위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한국 로잔 운동에서도 생명주간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생명운동 확산에 나서고 있다. 합동신학교에서는 기독교계에서 처음으로 생명윤리 석사과정이 개설되었다. 신학자들이 중심이 된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도 설립되어 기독교 윤리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프로라이프 교육 프로그램(Stand Up For Life, 러브라이프 생명학교, 프로라이프 생명학교.. )들이 만들어져 진행되고 있으며 거리 계몽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복음은 생명력이 있기에 반생명의 문화를 생명 문화로 바꾸는 생명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확신한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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