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생명윤리 17
프란시스 쉐퍼(Francis A. Schaeffer)는 일찍이 생명윤리 타락 현상을 예측했다. 그는 인간을 물질로 보는 세속적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될 때 나타날 미끄러운 경사길 현상을 경고했다. 처음에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며 피임과 낙태허용을 얻어내고, 그 후 이를 기반으로 기형이나 질병을 가진 영아살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안락사를 통해 요양 병상에 누워 있는 병든 노인들이나 치매 노인을 없애버리자는 패악한 윤리적 타락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낙태 허용이 무분별한 배아 복제나 배아 조작, 유전자 조작, 장기 매매 등 그동안 인간을 지켜온 금기의 영역을 넘어서는 물꼬를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시 미끄러운 경사길에 들어서 있다. 미끄러운 경사길에서 되돌아오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미끄러운 경사길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향후 생명 운동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나는 교회 안에서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죄라는 것을 분명히 선포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권을 통해 생명 보호 법률을 만드는 입법 활동이다.
목회자의 설교 한마디가 사람을 바꾸고 생명을 살린다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관과 신앙관 확립 운동이 신학교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생명존중 교육을 강조해야 한다. 신학교 입학 전에 세상 사조로 교육받아 온 목사 후보생들에게 인간 중심의 신학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
신학교가 바로 서야 바른 목사가 나오고, 바른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성도들이 바른 신앙인이 된다. 바른 신앙인들이 가정과 사회 각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생명사랑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신학교와 교회 강단에서 생명존중 신앙관 확립을 위한 강의와 말씀 선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계신 의사분께서 “평생 낙태가 죄라는 설교를 들어 본 적이 없었고, 낙태를 한 돈으로 헌금을 하고 살아왔다”라는 고백을 들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 수술한 돈을 아내에게 전했더니, 아내가 이거 혹시 낙태해서 번 돈 아니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생명을 죽인 피 묻은 돈으로 먹고살고 싶지 않다고 돈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 순간 충격을 받은 이 의사는 그날 이후로 낙태 수술을 하지 않는 의사로 살고 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한마디가 사람을 바꾸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낙태 찬성 흐름이 낙태반대(생명존중) 흐름으로 바뀐 저변에는 신학교와 교회 강단에서 바른 설교가 선포되면서 부터다. 미국의 바이블 벨트로 알려진 11개 주에서 낙태금지 법안 수백 개가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국내 한 신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교회 내에서 낙태를 경험한 가정이 절반에 가깝다고 한다. 혹 이들 중에 낙태죄 헌법 불합치로 법적으로 합법화되면 도덕적 죄책감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낙태에 암묵적 동의를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회복이 필요하다.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을 살리자는 운동과 함께 교회 안에서 낙태가 죄라는 것을 모르고 낙태를 한 가정들이 말씀으로 회복되고 치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 운동의 힘이 생긴다. 생명을 주제로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분명한 설교가 있었으면 한다. 부활절이나 성탄절 아니면 가정의 달에 한 번이라도 설교를 해 주셨으면 한다. 목회자의 설교 한마디가 사람을 바꾸고 생명을 살린다.
국회 내 여야 기독교인에게 전해야 한다
22대 국회가 6월부터 시작된다. 여야에 속한 크리스천 국회의원을 아는 분들은 이들을 찾아가 하나님이 국회로 보내신 귀한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축복하며 기도해 주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일은 하지 마라. 축복하지 않으신다.’ 국회의원을 직접 모르면 국회의원의 부모나 아내, 그것도 아니면 국회의원을 아는 지인을 찾아 부탁해야 한다.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성령께서 임재하시는 작은 목소리가 여야 크리스천 국회의원의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게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태아는 비록 형태는 작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예수님께서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는 것이 내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갓난아기도 아프면 울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만 아무런 저항도 못 하는 약자 중의 약자인 태아를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 파송된 청지기로서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대적 사명이 주어졌다. 성경적 세계관과 신학적 교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진리의 빛으로 죄를 물리치고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함을 지켜야 한다. 청지기의 사명은 신학교로부터 시작된다. 신학교가 바로 서야 바른 목회자가 나오고, 바른 목사의 설교를 통해 변화된 성도가 세상에 나가 세상을 바꾸고 생명을 살린다. 신앙의 회복만이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