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우 칼럼] 르네상스(2)-코시모 데 메디치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 가정이 일어나는 것은 구성원 중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가능하게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 국가가 흥하는 길로 가느냐, 망하는 길로 가느냐의 변곡점은 훌륭한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존재하느냐다. 로마제국의 황금기를 이뤘던 5현제 시대의 통치자들은 놀랍게도 훌륭한 황제들이었다. 그 다섯 황제들의 특징은 모두 뛰어난 부하를 양자로 삼아 대권을 물려 줬다는 점이다. 나라가 평안하고 국력의 신장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훌륭한 리더의 출현이다.
350년 동안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던 메디치가의 종언도 뛰어난 후계자의 실종 때문이었다. 뛰어난 지도자, 그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은 기존의 막강한 가문들을 제치고 일어선 무명 인사 같은 존재였다. 전혀 알려지지 않던 평범한 가문이 어떻게 강한 가문들의 틈에 고개를 들고 서서히 권력을 휘어잡는 자리로 세력을 뻗어갈 수 있었을까?
메디치 가문은 단어에서 주는 의미처럼 의사 혹은 약사로부터 출발했는지 모른다. 당시에는 의사가 머리도 깎아 줬기에 이발사 출신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사업 수완이 좋았던지 양모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양모는 잉글랜드가 본산이었기에 거기서 양모를 수입해 플랑드르(벨기)에서 실을 만들어 무역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런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고, 메디치 가문은 은행업에까지 손을 뻗치게 됐다. 그런 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런데 궁핍했던 사람이 큰돈을 벌게 되면 보통은 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비싼 외제 차를 굴리며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행동은 어쩌면 성공한 자의 당연한 길일 수 있다. 그런데 메디치가의 코시모(Cosimo De Medici, 1389-1464)는 보통 부자들이 취하는 삶의 패턴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 시대도 부요한 사람이 1400년경의 코시모가 취했던 길을 걷는다면 경외감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싶다.
그는 부유한 사람들이 즐겨 타는 럭셔리한 마차나 고급스러운 말 대신 서민들이 이용하는 나귀를 탔고, 시내에서는 항상 걸어다녔다. 그의 개인 교회당 벽에 그려진 가족들의 그림을 보면 그가 나귀를 탄 모습이 그려져 있다.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부를 통해 시민들과 예술가들을 아낌없이 후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향해서는 절제하는 모습은,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갖게 된다. 지도자가 이런 면을 주목하고 실천한다면, 이 시대에도 군중들의 존중을 받게 된다 싶다.
그는 특히 르네상스의 뛰어난 조각가 도나텔로를 크게 후원했고, 일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문제가 생기게 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하곤 했다. 더 나아가서 그는 피렌체 시민들에게 항상 소통하는 통로를 열어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탁하는 것을 기록해 놓았다가 그 바쁜 일정 중에도 꼭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키려는 야심을 품고 백성들을 유혹했다. 즉 송사를 위해 성문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친절하게 “무슨 일로 들어왔느냐”고 묻고는, 하소연을 들은 후 “네가 옳다”고 하면서 그 문제로 송사해도 해결될 수 없음을 완곡하게 말하고, 그 이유를 왕의 무관심과 무능 때문으로 돌렸다. 은근히 부왕 다윗은 이제 너무 늙어 총기를 잃어버렸고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지시키는 수법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저의가 있는 간교함의 태도이다. 메디치가의 코시모는 다른 어떤 야심을 숨기고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발적으로 행동했다. 이런 행동이 시민의 환호와 절대적 지지를 받는 동기가 됐다.
그에 비해 당시 피렌체의 유력한 알비치나 스트로치, 또한 피치 가문 사람들은 달랐다. 자신들은 귀족이기 때문에 서민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성탄절을 맞이해 산타 마리아노벨라 성당에서 행하는 축하 행사는 항상 세 가문만 참석하도록 제한했다. 일반 시민들은 참가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고, 이런 식으로 시민들과 괴리가 생기게 했다. 그러나 코시모는 산마르코 수도원을 막대한 돈을 들여 수리한 후, 피렌체 시민은 누구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이런 행동으로 시민들의 절대적 후원을 받게 됐고, 이는 공화정을 추구하는 피렌체의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지름길이 됐다. 그는 무려 30여 년 동안이나 피렌체를 훌륭하게 통치함으로 르네상스의 찬란한 꽃을 피우도록 인도한 리더다. 당신도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런 일을 묵묵히 수행할 때 머지않아 존경받는 자리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로마한인교회 한평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