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어서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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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다

▲법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TV
▲법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TV

12세기 남부 유럽에서부터 대학의 역사가 시작된다. 볼노냐 대학의 법학교육, 샤를레노 대학의 의학교육, 파리대학의 신학교육 등이 시작되면서 유럽 대학의 역사가 시작됐고, 대개의 나라에서 4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의학과 법학과 신학 과정은 6-7년 정도 긴 교육 기간을 갖게 됐다. 이 세 학문 분야의 공통점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의학이 인간의 육신 생명을, 법학이 인간의 인권을, 신학이 인간의 영적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학문과 비교 우위(?)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인간(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든 목적 가치로 다뤄야지 수단 가치일 수 없다는 인권 존중과 인본주의의 표현이었다. 따라서 병원에서의 환자는 특별한 의미의 고객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의 거래 대상과는 확연히 다른 고객인 것이다.

레베카 모르간(Rebeca L. Morgan)은 시적 문구로 고객을 설명했는데, 병원에서 환자 고객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병원 환경에서 고객이란?

“어떤 형태로 방문을 하든지 윤리 조직(병원, 학교,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결국 나에게서 필요한 것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 한 사람이다. 나는 그를 위해서 일한다. 고객은 내가 말싸움을 할 대상이 아니다.

데일 카네기는 말했다. ‘말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바로 싸움을 피해 가는 것이다.’

특히 고객들과는 더욱 그렇다. 비록 고객이 나에게 인내심을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고객에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고객으로 인하여 나의 하루가 즐거워지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은 내가 고객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각 상황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을 잘 조절하면 그것은 곧 나의 인생을 잘 조절하는 것이 된다.

고객도 때로는 나와 마찬가지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는 나의 머리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그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는 특별한 사람이며 나의 고객이다.

고객은 내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해야 할 사람이다. 설사 고객이 잘못했더라도 나는 그것을 우회적으로 예의 바르게 지적해 주어야 한다.

때로 고객은 도전의 대상이다. 나는 그 도전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고객의 찌뿌린 얼굴을 미소로 바꿀 수 있을 때 나도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고객은 나에게 특별한 존재이다. 내가 고객과 접하는 시간은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고객을 도와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나는 그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객은 내가 최선을 다해 서비스해야 할 사람이다. 평범한 응대와 특별한 서비스의 차이는 아주 근소한 것이다. 물론 고객은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고객(환자)은 하나님의 모형이며, 그리스도가 현존하시는 소중한 인격체이다.” (대전성모병원에서 환자 고객을 이해하는 자료임.)

아랍인 중에서 우리 한국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마 레바논계 미국인인 칼릴 지브란(K. Gibran)일 것이다. 그는 <예언자>라는 저서에서 고통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고통이란 당신의 예지를 싸고 있는 껍질이 깨지는 것이다. 과일의 씨도 햇볕을 쬐려면 부서져야 하듯이 여러분도 고통을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 여러분이 날마다 주어지는 삶의 기억들을 마음 속에 경이로움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고통도 기쁨 못지않게 경의로운 것이다.

위기는 바닷가재의 성장 과정에 비교되기도 한다. 바닷가재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껍질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 껍질을 벗는 일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바닷가재는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출의 위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이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그에게 이 위기는 고독과 절망의 위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의료인(의사, 간호사)들과 치유 협조자들의 역할은 환자들에게 위기가 성장의 기회가 되도록, 은혜의 시간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어서 빨리 의료인들이 병원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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