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내 입장보다 상대방 입장이 더 먼저죠”

|  

6월 첫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소강석 목사가 필리핀 선교 50주년 희년성회를 인도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필리핀 선교 50주년 희년성회를 인도하고 있다.

“내 입장보다 상대방 입장이 더 먼저죠.”

저는 지난주에 필리핀 선교 50주년 희년성회 강사로 다녀왔습니다. 필리핀 선교 50년째를 맞아 열린 주빌리 성회였습니다. 몇 달 전부터 필리핀 선교사 회장 되신 이영석 선교사님이 저를 찾아와서 주강사로 섬겨달라는 것입니다.

말이 주강사지 거기에 걸맞은 후원금을 담당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입니다. 처음엔 주저주저했는데, 제 신학교 입학 동기인 임종웅 선교사님이 또 찾아와서 통사정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의반 자의반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바빴던지, 사실 그 집회를 위해서 설교 준비할 시간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기본 틀만 정해 놓고 비행기나 차로 이동 중 세세하게 원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비행기여서 새벽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일찍 잔다고 했지만 시간에 맞게 깨어나야 되는데, 새벽 2시 이전에 깨버리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 시간에 설교 준비를 하고 또 특강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집회 장소가 마닐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클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클락은 마닐라에서 2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소강석 목사가 필리핀 선교 50주년 희년성회를 인도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필리핀 선교 50주년 희년성회를 인도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선교사님들에게 “저는 차로 이동하는 중간에 좀 누워야 됩니다. 그러니까 옆자리로 누워 갈 수 있는 차를 좀 준비해 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가는 중에 좀 쉬겠다 싶었는데, 차에 타고 가는 사람 숫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누울 공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마닐라에 들려서 또 점심식사를 하고 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미 기내식을 했거든요. 그래서 “제발 밥 먹지 말고 저 좀 쉬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선교사님들이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대접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아니 선교사님들 입장보다 제 입장이 더 중요한 거지, 그게 겉치레이고 불필요한 예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이미 예약을 해서 돈을 물어줘야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돈 내가 물어줄 테니까 그냥 가자”고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참 기가 막혔습니다. 지금 주강사 입장이 중요하지 밥이 중요합니까? 그런데 또 일행 중에서 “기왕 준비했으니까 밥 먹고 가시죠”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정에 약한 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밥을 먹으러 가야 했습니다.

순간 진짜 짜증이 났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밥 먹는 게 중요하단 말인가….” 결국 강제로 식당에 가서 1시간 반이나 허비하고, 다시 2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아찔한 것입니다. 저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였습니다.

▲소강석 목사가 필리핀 선교 50주년 희년성회를 인도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필리핀 선교 50주년 희년성회를 인도하고 있다.

물론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유익했습니다. 여러 가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총회와 교계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유익했습니다. 그러나 가면서 눕지도 못하고, 펴지지도 않는 의자에 앉아 두 시간 반을 간다는 게 보통 피곤한 게 아니었습니다. 두 시간 반이 4시간 이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곧바로 가서 저녁 식사하고 양치하고 바로 집회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설교를 하기 전 개회예배와 특강 시간이 하나 있었습니다. 친구이자 이 시대 한 동역자인 고광석 목사님이 개회 설교를 하시고, 그 유명하신 손현보 목사님께서 전도 특강을 하시는데, 피곤하다고 저 혼자 누워 있다가 갈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또 두 시간 이상을 앉아 있다가 그 다음에 이어서 제가 저녁 메인 집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정말 까무러칠 것 같았습니다. 머리는 띵하고 눈은 쓰리고 어깨는 무겁고요. 그래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보다 짧게 끝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지방에서 온 선교사님들도 다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을 거 아닙니까? 선교사님들도 다들 피곤한 기색이 보이고 저도 피곤했구요.

집회가 끝나고도 제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정말 설교를 잘할 수 있었는데, 오늘 점심 때문에 버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차에서 이동하는 도중에 누워서 가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왜 그랬습니까? 제가 어떻게 온 줄 아세요? 주일 날 예배를 여섯 번이나 인도하고 쪽잠 자고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이런 사람에게 맞춰서 해줘야지 주최측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되나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그분들은 그분들 입장에서 강사로 오시는 분을 잘 대접해야 되겠죠. 그러나 정말 저에게 필요한 것은 ‘쉼’이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 기내식을 이미 해서 밥도 먹을 필요가 없는데, 끝까지 자기들의 입장과 예의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내 입장보다 중요한 게 상대방 입장이라고 말입니다. 또한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목사의 입장보다 교인의 입장을 먼저 배려해 줘야 되겠다. 그리고 우리 교회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내 입장보다는 그분들의 입장을 존중해 줘야 되겠구나.”

참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날 그런대로 잘 자서, 다음날 특강과 저녁집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마는. 어쨌든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교훈을 얻었습니다. 내 입장보다 상대방 입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견미단X프로라이프

‘견미단X프로라이프’, 미국 투어로 청소년 생명운동 새 장

청소년과 청년들로 구성된 ‘견미단X프로라이프’ 프로젝트가 지난 1월 16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켄터키주와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이번 투어는 험블미니스트리(대표 서윤화 목사)가 주최하고, 1776연구소(조평세 박사)가 공동 주관했으며, 사단법인 티움과 유튜브 채…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

“청년들 열정·질서에 깜짝… 훈련·조직화하고파”

전국 각지의 애국 단체들 플랫폼 역할 할 것 현 사태 궁극적 책임은 선관위에… 해체해야 선관위 규탄하자 민주당이 발끈? 뭔가 있어 친분 없던 대통령에 성경 전해 준 계기는…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국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한 ‘자유민…

트럼프

美 트럼프, 트랜스젠더 군인 복무 및 입대 금지

생물학적 성 다른 허위의 ‘성 정체성’ 군 복무 필요한 엄격 기준 충족 못해 현재·미래 모든 DEI 프로그램도 종료 ‘그(he)·그녀(she)’ 외 대명사도 금지 여권 내 제3의 성 ‘X’ 선택 섹션 삭제 ‘젠더(Gender)’ 대신 ‘섹스(Sex)’ 사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생명을 위한 행진 2025

‘친생명’ 트럼프 대통령 “무제한 낙태 권리, 중단시킬 것”

밴스 부통령 직접 집회 참석 낙태 지원단체 자금 제한 및 연방 자금 낙태에 사용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년 1월 열리는 낙태 반대 집회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 영상 축사를 통해, ‘낙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

림택권

“지금의 체제 전쟁, 해방 직후부터 시작된 것”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대로 달이 가고 해가 가면 이 육신은 수한을 다 채워 이 땅을 떠나 하늘나라 본향으로 향하겠지만 성경 말씀에 기록된 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사 40:8)’는 말씀을 명심해 승리의 길을 가도록 우리…

정주호

“크리스천이라면, 영혼뿐 아니라 육체도 건강해야죠”

“운동을 통해 우리가 실패의 맷집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면 인생의 어떤 어려움의 장벽을 만났을 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며 뚫고 나갈 힘이 생깁니다. 만약 실패가 두려워 닥친 현실을 피하기만 한다면 다음번에는 더 작은 실패의 상황에도 도망칠 수 있습…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