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학계의 거성 위르겐 몰트만 교수님 소천하시다!

|  

[기고]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 김균진 박사님의 위르겐 몰트만 교수님 추모 메시지를 게재합니다. 본 기고는 한국신학아카데미에서 제공했습니다. -편집자 주

파멸과 고난과 죽음 속에도
새로운 하늘과 땅 희망하는
성서 말씀 발견, 초석 삼아

한국 유학생 유일하게 받아
한국 돌아올 때 난방비 건네
그분의 정신 이어 정의 추구

▲위르겐 몰트만 박사. ⓒWCC
▲위르겐 몰트만 박사. ⓒWCC

20세기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 신학계의 거성이셨던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교수님이 2024년 6월 3일 튀빙언(Tübingen)에서 소천하셨다. 한때 독일 개신교회의 총회장이었던 하인리히 벧포르드-슈트롬(Heinrich Bedford-Strohm) 목사님에 의하면, 몰트만 교수님은 “세계 교회의 위대한 스승”이셨다. 마음속 깊은 슬픔과 함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앞으로도 세계 신학계에 그분을 능가하는 학자가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1926년 4월 8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신 몰트만 교수님은 1943년 17세 때 독일 공군에 강제 징집되어 복무하다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영국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포로수용소에서 성서를 접하고 신학 공부를 시작한 그는, 석방 후에 부퍼탈(Wuppertal) 신학대학에서 신학 공부를 계속하여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독일 북부 브레먼(Bremen) 지역에서 목회를 하시다 부퍼탈 신학대학의 교리사 교수로 초빙되었다.

1963년 본(Bonn) 대학 교수로 초빙되어 봉직하시다 1967년 튀빙언(Tübingen) 대학 조직신학 교수로 초빙되었다. 미국 여러 대학으로부터 교수 초빙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시고 계속 튀빙언 대학에 계시다가 1994년에 은퇴하셨다.

몰트만 교수님의 신학은 한 마디로 “희망의 신학”이라 말할 수 있다. 함부르크 도시 전체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고, 자기 곁에 있던 친구가 파편에 맞아 온몸이 찢기는 참화를 보았던 그는, 파멸과 고난과 죽음 속에서도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기다리고 희망하는 성서의 말씀을 발견하고, 이를 그의 신학의 초석으로 삼았다.

어떤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 대한 기다림과 희망 속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있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세계 신학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카를 바르트(Karl Barth)의 문헌을 넘어서는 그의 수많은 저서들이 한국을 위시한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다. 어떤 저서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번역, 출판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학자들이 그의 신학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였다.

▲몰트만 박사(가운데)가 한신대 연규홍 총장(왼쪽)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신대
▲몰트만 박사(가운데)가 한신대 연규홍 총장(왼쪽)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신대

몰트만 교수님의 기본 사상은 나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어떤 난관과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 대한 기다림과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하며, 이 희망의 빛 속에서 성서를 읽고 해석해야 한다.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 곧 “하나님 나라”가 먼저 우리 자신의 인격과 생활 속에서 체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 대한 우리의 말은 거짓말이 된다는 것을 나는 몰트만 교수님에게서 배웠다.

내가 체험한 몰트만 교수님은 참으로 인간적인 분이었다. 1971년 본인이 튀빙언 대학에 공부하러 갔던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 속했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독일 교수는 거의 없었다. 유명한 판넨베르크(W. Pannenberg), 윙얼(E. Jüngel) 교수는 세상 떠나기까지 한국 유학생 중 한 명도 박사학위 후보자로 받아주지 않았다.

몰트만 교수님은 예외였다. 그는 나를 박사학위 후보자로 받아주심은 물론, 내 자녀들에게 세례를 베풀기도 하고, 딸 마리아(Maria Wildermuth)의 결혼 주례를 맡아 주셨다. 1977년 본인이 연세대학교 교수로 초빙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는 “난방비(Heizkosten)” 보태 쓰라고 두 번에 걸쳐 수십만 원의 돈을 보내주시기도 하였다. 내가 실수하는 일이 있어도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끝까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이어가셨다.

나의 뒤를 이어 김명용, 이신건, 유석성, 곽혜원, 이성희, 김도훈 등 여러 한국 학생들이 박사학위를 얻도록 지도하셨다. 2021년부터 본인이 원장으로 있는 한국신학아카데미(전 혜암신학연구소)의 명예자문교수가 되어 주시기도 하셨다.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몰트만 교수님의 소천을 맞이하여 이런 생각을 해본다. 몰트만 교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분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위기와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새로운 하늘과 새 땅”을 바라고 희망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일이다. 먼저 우리 자신의 인격이 “새로운 피조물” 곧 “하나님의 모습(형상)”으로 변화되어야 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일이다! 몰트만 교수님의 이같은 가르침이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소천을 애도하는 몰트만 교수님의 모든 자녀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김균진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크투 DB
▲김균진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크투 DB

2024. 6. 5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 김균진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