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시비지심(是非之心)
유교의 오상(五常)에 인(仁·측은지심), 의(義·수오지심), 예(禮·사양지심), 지(智·시비지심), 신(信·광명지심)이 있다. 여기서 지식이나 지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덕목을 가리킨다.
오늘은 옳고 그름을 생각해 보기 위해 우리 조상들 즉 선배 시민들이 전해주는 명언과 격문들을 들어 보기로 하자. 22대 국회가 개원하여 새로운 4년 임기를 시작한 때라, 제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잘 분별하여 파사현정(破邪顯正) 해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①나는 존재한다. 나는 존재 이유를 알고 싶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다(앙드레 지드).
②사람이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아주 적으며, 사는 시간은 살지 않는 시간에 비해 아주 짧다. 이 지극히 작은 존재가 지극히 크고 넓은 범위의 것을 모두 알려고 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고 도(道)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莊子).
③진리란 무엇인가? 우리는 끝없이 넓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작은 배와 같다. 이런 인간이 부서지는 물결에 반사되는 빛을 가리켜 ‘진리’라고 말한다(가소로운 일이다/ 생트뵈브).
④내가 아는 모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소크라테스).
⑤아는 것이 아는 것이 되고, 모르는 것이 모르는 것이 되면 이때 비로소 아는 것이 된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공자).
⑥사물을 잘 탐구하여 앎을 끝까지 하고, 의지를 가짐에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바르게 한다(格物致知/ 誠意正心, 大學).
⑦사물의 본성을 구명하여 바로 알고, 상호 작용의 이치를 좇아 인격을 완성한다(格致窮理/ 人格完成, 朱子).
⑧옳은 것을 옳다 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 하면 이것이 지(智)가 되고, 아닌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아니라 하면 이것이 어리석음(愚)이 된다(孟子).
⑨그대 자신을 알라. 마치 신(神)처럼 다 알겠다고 나서지 말라. 사람에게 합당한 연구대상은 사람이다(Know then thyself, presume not God to scan; The proper study of mankind is man, A. 포우프).
⑩많은 사람들이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당할 때 어떠한 태도를 취했는가? 또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했을 때 갈릴레오는 마치 짐승처럼 끌려다녔다. 이것을 사실로 인정하는데 무려 50년의 시간이 걸렸다. 결국 다수가 옳은 것이 아니라 진리가 옳았던 것이다(입센): 이 사실은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계(특히 국회운영)에도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다수의 횡포에 국민들은 질식할 정도다. 투표한 손을 찍어내고 싶다는 절망의 소리도 들린다.
⑪모든 진리는 아무 때나 말하는 것이 아니다(All truth is not to be told all the times, 서양 격언). 결국 어떤 명제(주장)든 때(time)와 곳(place)이 맞아야 역사적 타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⑫지혜는 진리 속에만 존재한다(괴테).
⑬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 소크라테스 격언). 사람은 자기의 눈으로 자기의 눈썹을 보지 못한다. 자기의 결점을 자기만 모른다.
⑭어떤 사람의 지식이든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없다(로크, 인간오성론). 따라서 어떤 사람의 말을 제대로 알아차리려면 그의 생애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 발언은 순간적으로 꾸며낼 수 있지만, 그의 이력은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등)들도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이력서를 잘 봐야 한다. 우리나라 정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양두구육(羊頭狗肉, 양고기라고 선전하면서 개고기를 파는 일)이 흔히 있기 때문이다.
⑮자연은 선한 안내자다. 현명하고 공정하고 선하다(몽테뉴).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은 변함이 없고, 속이는 일도 없다. 그래서 하나님의 시계는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개(狗)를 양(羊)이라고도 하고 사슴(鹿)을 말(馬)이라고도 한다(指鹿爲馬). 그래서 사람은 섬길 대상이지 믿을 대상이 못 되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