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성찰 1] 산상수훈 말씀 3가지 진정한 의미
마스터스 개혁파총회 임시 의장이자 마스터스 세미너리 책임연구원이신 최더함 목사님(바로善개혁교회)의 ‘그리스도인의 성찰’ 중 요즘 시국에 맞는 내용을 일부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1. 비판하지 말라
①쉽게 유죄 판단하지 말라
②자기 자신을 먼저 살피라
③형제끼리, 비판하지 말라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라.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 7:1-5).
예수님에 의하면 비판은 금물이다. 그러나 이 가르침을 액면 그대로 받기엔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비판은 필요한 것이고, 우리는 상호 비판을 통해 발전한다. 자기 비판이 없는 사람은 정체하거나 퇴보한다. 비판이 없는 학문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판이 없는 권력은 부패하고 독재화된다. 그런 점에서 비판을 금지한 것은 뭔가 이상한 일이다.
살펴보면 예수님은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이 점을 언급하신 것이다. 문제는 한글 성경이 ‘Μη κρινετε’(메 크리네테)를 ‘비판하지 말라’고 번역한 데 있다. 영어 성경은 이것을 ‘Don’t judge’라고 번역했다. ‘judge’는 우선 법정 용어로 명사로는 재판관 혹은 심판을 뜻하며, 동사일 때 ‘재판하다, 판단하다, 판정하다’는 뜻을 가진다. 이는 ‘비판하다’는 의미를 가진 ‘criticize’와는 사뭇 다르다.
이것은 긍정적 의미에서 ‘논평하다’(comment)와 같은 의미이고, 부정적 의미에서는 ‘경고하다’(warn)는 의미와 같다. 그럼에도 이 책자에서는 부득이 비판이라는 단어가 이미 독자들에게 언어로 형상화되었기에, 계속 이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자 그대로 다른 사람을 유죄로 쉽게 판단하거나 판정을 내리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유죄로 판단하거나 판결을 내리려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증거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아무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을 혹평하거나 깎아 내리는 행위에 대해 경고를 하신 것이다.
본문에서 예수님은 비판이라는 단어를 2절 ‘헤아리다’(Μετρω, measure)까지 합하여 총 일곱 차례나 언급하셨다. 그만큼 비판하는 일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함을 우리에게 강력하게 주의시키고 교훈하신다.
둘째, 예수님은 다른 사람을 먼저 판단하고 다른 사람의 단점을 바라보기 전에, 자기 자신을 살피라고 하신 것이다.
심리적으로 사람은 자신보다는 타인이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을 찾아내고 지적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반면, 자신의 잘못이나 단점을 찾아 발견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일에는 매우 서툴고 게으르며 부정적이다.
이것을 예수님은 ‘티’와 ‘들보’를 예로 비유하셨다. ‘티’는 헬라어로 ‘καρφος’(카르포스)인데, 영어성경은 이를 ‘톱밥’이라는 뜻의 ‘sawdust’로 번역했다. ‘들보’는 헬라어로 ‘δοκογ’(도코이)인데, 영어성경은 ‘판자’라는 뜻의 ‘plank’로 번역했다.
영어 단어를 통해 비교해 보면, 톱밥과 널빤지의 크기 차이는 비교조차 허용치 않는다. 널빤지의 크기를 사전에서는 두께 2-4인치, 너비 8인치의 판자로 말하는데, 이를 환산하면 대략 10×20cm 크기가 된다. 예수님은 그만큼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 자신의 단점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을 신중히 해야 하고 함부로 판단하거나 잘못을 지적하거나 근거 없이 비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예수님은 비판의 대상에서 형제를 제외시키고 있다. 형제끼리 비판을 금하신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형제는 같은 성도를 가리킨다. 이 언급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성도는 교회 안에서 성도들끼리 상호 비난이나 흠집 내는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회 안에서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오직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말이어야 한다. 아름답고 자발적인 순종과 섬김으로 다른 지체를 존중하고 흠모하며 사랑해야 한다. 예수님은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을 통해 형제 사랑을 더욱 강조하신 것이다.
형제는 천국 가족이다. 우리는 천국의 가족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천국의 가족은 하나님이 택하시고 부르시고 자격을 부여하신 운명 공동체이다. 하나님의 주권으로 선포된 영원한 나라이며 영원한 사랑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그분의 사랑을 받은 자도 사랑이다. 사랑은 하나다.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은 하나를 이룬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형제는 내 몸의 다른 지체다. 나와 형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맺어진 영원한 가족이다.
이 가족의 개념에는 비판이라는 단어가 없다. 육신의 가족들은 서로 비판하지만, 하늘의 가족 사이엔 비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을 찬송하고 서로 사랑하는 일만 있을 뿐이다.
다만 이 일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땅에서 함께 부름을 받은 형제라 해도, 육신을 가진 형제이므로 우리의 사랑에는 한계가 따른다. 비록 성화의 길을 서로 걷고 있다 해도, 땅에서의 형제 사랑은 온전한 사랑이 아니다. 무슨 수로 우리가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단지 온전하기 위해 하나님께 의존할 뿐이다.
하나님을 절대 의존하며 성령님께 내 입으로 형제에 대한 비판을 막아 달라고 간구할 뿐이다. 성령님께 의지하지 않으면 나에겐 비판하지 않을 능력이 없음을 기억하라.
“그의 형제를 사랑하는 자는 빛 가운데 거하여 자기 속에 거리낌이 없으나, 그의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에 있고 또 어둠에 행하면 갈 곳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그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음이라”(요일 2:10-11).
최더함
Th. D., 바로善개혁교회
마스터스 세미너리 책임교수
마스터스 개혁파총회 임시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