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절반 지난 7월, ‘후반기 새출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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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7월에 읽는 시

2024년도 전반부 6개월을 지나, 이제 후반부 6개월을 새출발 하게 되었다.

굳이 7월에 대해 ‘새출발’이란 말을 쓰는 것은 축구 경기에서 전반전의 부진을 후반전에서 반전시켜 역전승을 이루는 예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작심삼일 같은 조그만 실패들에 대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한 번 더 새출발 하고 우일신(又日新)해 보자는 뜻에서다.

많은 학생들은 7월에 여름방학을 맞이한다. 1학기 성적을 받아들고 다시 한 번 2학기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이 좋겠다. 잘했으면 계속 잘하거나 더 잘하기로, 부족했으면 2학기에 다시 노력하여 1학기의 부진을 만회하기로 결심하는 달이 되길 바란다.

금년 여름은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예년보다 많이 더울 거라는 기상예보가 있다. 날씨는 더워도 마음과 생활을 시원하게(cool하게) 조정해 나가자. 그런 뜻에서 7월의 시심(詩心)을 찾아본다.

①“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육사/청포도).

이 시는 육사의 대표적 서정시다. 황토색 짙은 시어로 순수성과 시적 인식이 뛰어나면서도, 민족의 수난을 채색하여 끈질긴 민족의 희망을 시화한 시로서 ‘신선한 동경과 기다림’이 주제다. 기다리는 손님이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믿는 그 마음은 반드시 민족 해방의 그 날이 올 것이라는 어떤 확신과 희망적인 관측이 이 시 자체의 성공에도 큰도움을 주었다.

이육사(1904-1944)의 본명은 원록이다. 경북 안동 출신이며 베이징 대학에서 공부했다. 일제 때 의열단에 가입했다가 투옥되어 붙여진 수인번호 ‘264’가 그의 필명 ‘이육사’가 되었다. 날씨는 더워도 말은 시원하게 하자.

②“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이해인/ 따뜻한 말 한 마디).

③“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글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박목월/나그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나그네로 왔다 가는 존재다. 외국 여행 가서 호텔 방에 묵을 때 칫솔과 치약을 쓰다 다시 가방에 챙겨 고향으로 돌아와 “그래도 우리집이 좋아” 하듯, 우리 또한 이 세상에서 쓰던 물건과 가진 재산을 다 놓고 천국 본향에 가서 “그래도 역시 천국이 좋아!”라고 말할 존재들이다. 더운 여름은 더운 맛으로 살아보자. 이 더위가 풋과일들을 달고 새콤하게 만드는 에너지 아니던가? 태양처럼 뜨겁게 살아보자.

④“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 뿌리가 있고/ 이름 모를 들꽃에도/ 꽃대와 꽃술이 있지요/ 아무리 작은 존재라 해도/ 갖출 것을 다 갖춰야 비로소 생명인 걸요// 뜨거운 태양 아래/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소박하게 겸허하게 살아가는/ 저 여린 풀과 들꽃을 보노라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견딜 것을 다 견뎌야 비로소 삶인 걸요// 대의만이 명분인가요?/ 장엄해야 위대한가요?/ 힘만 세다고 이길 수 있나요?/ 저마다의 하늘을 열고/ 저마다의 의미를 갖는/ 그 어떤 삶도 나름의 철학이 있는 걸요// 어울려 세상을 이루는 그대들이여!/ 저 풀처럼 들꽃처럼/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무엇 하나 넉넉하지 않아도/ 이 하루 살아 있음이 행복하고/더불어 자연의 한 조각임이 축복입니다”(이채/ 7월에 꿈꾸는 사랑).

⑤“배를 만들기 위해 숲으로 갔다/ 곧은 나무는 돛/ 휜 나무는 배 밑창/ 굵고 낮은 나무는 널빤지, 그러나/ 낮고 휜 나무는 쓸모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일하다가 쉬려고 보니/ 그 못난 나무의 그늘이 필요했다.”(연합해서 선을 이룬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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