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대인관계, ‘아니오’ 건강하게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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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왜 생기는가?

권위자들에 대한 불편감 심해지면
사람 대한 공포증으로 발전될 수도
생리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
심리적: 주 양육자 관심·사랑 부족
사회적: 사회적 관계 속 기술 부족
도움 잘 주고받고 소통 잘 하면 돼

어린 시절 필자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은 모두 권위자들이었다. 부모님부터 학교 선생님 그리고 교회 사역자들이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나에게 관심이 있고 나에 대한 기대가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권위자와의 관계는 아직도 필자에게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은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지금도 교회에서 점심을 먹을 때 보면 장로님이나 목사님들이 있는 테이블에는 성도들이 쉽게 다가가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권위자들에 대한 불편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권위자들에 대한 불편감이 정도가 심해지면, 사람에 대한 공포증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권위자들 또는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자꾸 예민해지고,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왠지 긴장이 돼 편안해지질 않는 것이다.

이렇게 권위자든 특정인이든 사람에 대해 가진 사회적 불편감을 ‘사회공포증’이라고 한다.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늘 긴장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런 사회 공포증은 불안의 일종인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꾸 회피하게 만들고 긴장하다 보니 사회적 고립감 또는 사람들과 점점 관계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경험하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의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생리적 이유와 심리적 이유, 사회적 이유를 들 수 있다.

생리적 이유는 유전적 소인으로 스트레스에 아주 취약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이나 표정에도 예민한 것이 사람에 대해 부정적 해석을 하게 되면 대인관계를 피하는 요인이 되고,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않으면 대인관계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기질적으로도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관계의 폭이 좁고 타인에게 관심이 적다 보니 대인관계 기술을 잘 배우지 못할 수 있다. 예민한 기질이라면 모든 부분에서 늘 조심하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도 조심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한 것이 있다면 피하게 되는데, 관계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다 보니 친밀한 관계를 잘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렇게 생리적 이유가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

한 여성이 생리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다. 생리 직전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사람도 아무도 만나기 싫고 작은 일에도 짜증만 난다고 한다. 이 분의 경우 생리적 이유가 대인관계에 손상을 줄 수도 있고 관계를 피하는 요인이 되는 경우다.

이런 어려움이 주위 사람들과 잘 소통되어 이해를 받을 경우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 수 있으나, 증상이 나타날 때 짜증이나 화로 주위 사람에게 폭발적으로 상처를 준다면 관계를 해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심리적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경험이 따뜻하지 않고 무섭고 아픈 경험일 때,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고 그것은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 요인이자 관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는 어릴 때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자랐다. 술을 안 마실 때는 너무 좋은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악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A씨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늘 조용히 사람들에게 눈에 띄지 않고 많은 사람과 관계를 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독립적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 경험이 대인관계에 영향을 준다.

심리적 이유로는 애착 이슈를 생각할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 관계에서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이 되거나 관계에 무관심한 사람이 되거나 관계하는 것이 일관성 없이 늘 힘든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해 따뜻한 시각과 안전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관계를 맺는 것이 쉽지 않은 법이다.

마지막으로 관계를 잘 하지 못하는 요인은 현재의 사회적 관계 속 갈등이나 사회적 기술 부족일 수 있다.

먼저 현재 사회적 관계 갈등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나와 맞지 않은 남편을 만나 늘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관계에서의 갈등 경험이 그 외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남편과 싸움을 한 후 그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풀면서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다. 이렇게 현재의 어려운 갈등 관계가 또 다른 관계의 갈등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재의 갈등뿐 아니라 과거 해소되지 않은 갈등은 현재의 갈등을 더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지금의 갈등은 또 미래 관계의 어려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많은 이혼자들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자신감을 잃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현재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갈등을 극복하는 해소 기술과 효과적 의사소통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더 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은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어, 공동체에서 왕따가 되는 상처의 경험도 갖게 될 수 있는데, 그것이 또 대인관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기술이란 나의 감정과 생각을 상대에게 잘 전달할 수 있고, 상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거절이 필요할 때 ‘아니오’를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일 뿐 아니라, 도움을 잘 주고 받고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선천적으로 이런 기술을 잘 타고난 사람이 정서지능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사회적 기술은 환경을 통해 바뀔 수 있고 훈련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나는 대인관계 기술이 없어’라면서 쉽게 관계를 포기하지 말고,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배워서 대인관계의 폭을 넓히고 지속시키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다.

대인관계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필요한 것이기에, 노력하고 변화를 시도하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회피와 도망을 선택하기보다, 나의 안전한 곳을 벗어나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대인관계 기술을 배우는 용기를 내야 한다. 그래서 더 나은 관계를 맺어가자.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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