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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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칼럼] 르네상스(9)-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
성 프란시스가 오상(예수 그리스도의 다섯 가지 상처)을 받았다는 수도원을 찾아가다가 우연히 사잇길에서 푯말을 봤다. 그것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의 생가라는 표지였다. 그는 르네상스의 3대 천재로 불리는 거장이요, 조각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가 아닌가! 물론 이 방면에 조예가 있는 분을 통해 알아볼 수 있겠지만, 이처럼 노력 없이 평소 존경하던 분의 탄생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싶다.

그곳은 카센티노(Casentino)의 카프레세(Caprese)라는 작은 시골인데, 마을을 휘돌아 가는 큰 시내는 로마까지 이어지는 테베레강으로, 수량이 많은 것을 보니 밤사이 비가 내렸나 보다. 깊은 골짜기에 높은 지대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그가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니 언덕 위에 수수한 2층 독채가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니 응접실이 있는데, 한쪽에는 난방을 위한 페치카를 사용했던 흔적이 거무튀튀하게 벽을 그을린 채로 세월을 삭이고 있었다. 바로 이 방에서 그 대단한 천재 미켈란젤로가 태어났다고 한다. 울창한 숲이 마을의 전경을 가림으로 신비로움이 있어 보이는 집이었다.

맞은편 공방에는 미켈란젤로가 습작했던 조각품들이 미완성으로 남아 있었다. 그의 병약했던 어머니는 그가 6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고, 유모가 그를 길렀는데, 그녀의 남편이 석수장이었기에 그가 어릴 때 놀이기구가 끌과 망치였다고 한다.

소문으로 그의 재능을 안 메디치 가문이 그의 아버지를 설득함으로, 그는 공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의 실력자 로렌초 메디치는 아버지 코시모 메디치의 꿈을 좇아 예술과 문화, 그리고 인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그래서 피렌체를 유럽의 1등 국가로 만들기를 꿈꿨다. 그 일에 투자할 수 있는 돈도 넉넉했다. 당시 메디치 가문은 6천억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당시 영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액수였다고 한다. 그 작은 피렌체 도시국가에서 말이다.

로렌초 메디치는 미켈란젤로를 양아들로 삼아 메디치 가문이 운영하는 모든 기관의 혜택을 누리게 했다. 가문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인문학에 관한 공부도 하게 했다. 철학적 소양 없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가 했다는 “나는 돌을 볼 때, 그 안에 갇혀있는 형상을 본다. 고로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내는 것이 바로 조각가가 하는 일이다”라는 말은 신 플라톤 철학자 풀로티노스의 사상에서 배웠다 싶다. “만물에는 신의 이데아가 있다”는.

그런데 그는 3년 동안 공방에서 일하다가 나왔다.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을 집중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고대 조각가들의 비법을 터득하기 위해 그는 해부학을 공부했고, 모델을 보고 직접 소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어떤 형태도 부담 없이 그릴 수 있는 수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약관 24세에 ‘피에타’ 조각상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26세에 피렌체 시청의 요구로 5m에 이르는 거대한 다윗 상을 제작해 한마디로 유명 인사가 됐다. 그 후 메디치 가문의 교황(클레멘트 7세)의 부름을 받고 시스티나 천장화를 그려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 요구를 받고 미켈란젤로는 구시렁거렸다. 자신은 조각가인데,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는 이유로. 당시는 조각가가 화가보다 우위에 있었던 시대였다. 그뿐인가? 만 4년 동안 천장만 바라봐야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황은 그림을 보겠다고 밀고 들어왔다. 의전 담당관 체세나 추기경과 함께. 그런데 그림을 본 체세나 추기경은 모든 사람을 알몸으로 그린 것(미켈란젤로는 남자의 벗은 몸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었는데, 그것은 르네상스가 자연주의를 추구했고 인간의 벗은 몸이야말로 자연 본래의 형상이기 때문)을 보고 혹평했다. “성하, 이 그림은 술집에나 어울리겠습니다.”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미켈란젤로는 그 추기경을 지옥 수문장의 얼굴로 그려 넣었다. 그 사실을 안 추기경은 사색이 되어 “성하, 제 얼굴을 바꾸도록 하여 주소서” 그러자 교황은 “추기경이 연옥에 있다면 내가 전대사를 통해 구원할 수 있겠으나, 지옥에 있는 사람은 나도 손을 쓸 수 없습니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목사의 시각으로 볼 때, 천지창조에서 하나님을 사람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은 엇나간 시도였다고 본다. 하나님은 형상을 갖지 않으신 거룩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고로 16세기 바로크 시대의 거장 카라바죠가 빛을 기막히게 사용했던 것처럼, 하나님을 빛으로 처리했더라면 성경적이고 감동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이야기는 비밀이다. 성질 괴팍한 미켈란젤로가 알면 가만 있지 않을 테니.

그는 만년에 브라만테가 포기한 바티칸의 돔을 완성하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선배가 도모했던 설계를 최대한 존중하여 돔을 완성하려고 했다. 이제 세상을 떠날 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상대를 이기려는 치열한 경쟁은 무의미하고 헛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거대하고 거룩한 일에 보수를 받지 않았다. 기독교 세계의 총본산인 모태 교회의 지붕을 완성하는 일을 세속적인 이윤으로 더럽힐 수 없다는 양심 때문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졌던 비범한 예술가에게 죽기 전 가장 보람된 작품이었겠다 싶다. 대단한 천재도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 때가 온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

로마한인교회 한평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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