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둘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잠을 자도 체리, 꿈을 꿔도 체리.”
지난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하반기 교역자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이번 워크숍 주제는 ‘체인 리액션(chain reaction, 연쇄 반응)’이었습니다.
체인 리액션은 원료가 되는 화합물에서 생성물이 얻어지는 과정이 몇 가지 소반응의 조합으로 성립하고, 하나의 반응(연쇄 개시반응)이 시작되면 그 생성물(라디칼, 이온 등)이 다음 반응을 일으켜서 연쇄적으로 진행되는 반응을 말합니다.
저는 이걸 이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하나의 눈덩이가 다른 눈덩이와 뭉쳐서 큰 눈덩이가 되고, 그 큰 눈덩이들이 구르고 뭉쳐서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으로 말입니다. 즉 엔트로피(entropy, 높은 에너지, 높은 확률) 법칙으로 설명을 했습니다.
워크숍 주제를 체인 리액션으로 정한 이유는, 지금의 새에덴교회에 머물고 싶지 않고, 오늘의 새에덴교회라는 성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교역자들에게 강의를 통해 “어떻게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하반기에 거룩한 눈사태를 일으키고 거룩한 생명과 부흥의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조별로 발표를 하게 하였습니다. 토의와 발표는 첫날 밤부터 시작해 다음 날 밤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사실 부교역자도 힘들었겠지만, 전체를 총괄하고 지휘하는 담임목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어떤 분들은 저녁에 워크숍이 끝나고 주전골 계곡을 걷기도 하고 온천 사우나를 하기도 했으며 스크린 야구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강원도에 가서 계곡 길을 걷고 온천도 즐기고 스크린 골프나 야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저도 이런 낭만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누구보다 산을 좋아하고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점심 먹고 한 15분 정도 걷고 오긴 했어요. 그런데 옆에 함께 걷던 선 목사님이 “저녁 워크숍이 끝나고 주전골 계곡 끝까지 걸어가 볼 수 없습니까?”라고 했지만, 저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제가 늦게 잠들면 다음 날 워크숍을 인도할 능력이 떨어질 것 같아서 일찌감치 약을 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사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앉아서 워크숍을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그것도 체리(체인 리액션의 줄임말)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잠을 청했지만, 이따금씩 꿈을 꾸고 또 잠에서 깨어날 때는 계속 ‘체리’ 생각만 나는 것입니다. 잠을 자도 ‘체리’, 꿈을 꿔도 ‘체리’ 생각만 났습니다. 그렇게 잠을 청했기 때문에 제가 마지막 통성기도 시간까지 잘 끝맺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끝나고 나서라도 주전골 계곡을 걷고 싶었지만, 춘천에 들러야 하는 일정 때문에 그마저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색에서 춘천으로 가는 길, 또 춘천에서 교회로 오는 길에 마지막 수련회 7강과 8강 설교를 준비했습니다.
교회에 돌아와서도 ‘체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교역자 워크숍을 다시 한 번 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주중에 하룻저녁이라도 다시 모여서 더 토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기보다는 놀기를 좋아했고, 사춘기 시절에는 문학소년 내지는 낭만 가객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이번 워크숍 전후로 저는 이 ‘체리’가 주는 부담감과 설렘이 가득가득 밀려오는 것입니다. 마치 가슴 속에 밀물이 밀려오는 것처럼 '체리'의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어떨 때는 부담감으로, 어떨 때는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얼마든지 강원도에 가서 낭만적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는데 그럴 환경이 못 될 뿐만 아니라 제 스스로가 자제를 한 거죠. ‘체리’가 주는 부담감과 설렘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담임목사의 자리는 낭만보다 부담감이 더 크고, 현재의 즐거움보다 미래의 설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체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제가 오색을 떠나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습니다. “장년 여름수련회를 마치고 나서는 반드시 오색을 한 번 찾아오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과 그 기나긴 주전골 계곡을 걸어보겠다고 말입니다.
그 다짐이 지켜질지, 안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저는 반드시 여름수련회를 마치고 주전골에 12폭포까지 걷고 오리라고 다짐해 봤습니다. 물론 ‘체리’가 주는 부담감과 설렘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을 전제로 하고 말입니다.
부디 후반기 사역에는 우리 새에덴교회에 ‘체리’의 바람, ‘체리’의 파도가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 ‘체리’의 바람과 파도가 불어올수록 담임목사의 자리는 더 고독하고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더 무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