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생명윤리 30 - 세속주의 성경관과 생명윤리 (5)
미국으로 건너온 진화론과 자유주의 신학
19세기 말 다윈의 진화론과 계몽주의에 매몰된 자유주의 신학 사상이 미국에 전해지자 미국의 기독교 세계관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제일 먼저 신학교가 변질되는 현상을 보인다. 결국 신학의 타락이 사회 각 영역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특히 진화에 대한 많은 책들이 출판되면서 우생학의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미국에서의 우생학 운동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19세기 후반 미국 사회는 남북전쟁 이후 전후 혼란 시기를 겪게 된다.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문제(각종 범죄, 매춘, 전염병…)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혼란은 20세기에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사회 문제들(경제적 불평등, 사회악)을 제거할 수 있는 과학적 대안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에게 우생학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교만과 탐욕의 산물, 우생학
유물론을 기반하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은 사회 다윈주의(Social Darwinism)와 우생학(Eugenics)을 낳게 된다. 다윈의 사촌이 프란시스 골튼은 우생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며 우생학의 장을 열었다.
우생학은 유전적 ‘우수성’을 증진시키고, 유전적 ‘결함’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인종적, 경제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게 된다. 인류를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우생학은 생명윤리 영역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을 훼손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우생학은 인간의 교만과 탐욕이 현대판 바벨탑을 쌓는 것이다.
우생학은 포지티스 우생학(Positive Eugenics)과 네거티브 우생학(Negative Eugenics)의 모습으로 활동한다. 네거티브 우생학은 강제 불임법, 혼인금지법, 이민제한법 등의 모습으로 부적자(non-fit)를 제어함으로 적자(fit)만 남겨 인종적 질을 유지하고 국가적 효율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포지티스 우생학은 우수한 인종끼리의 결혼과 자녀 생산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방식이 별도로 작용하기도 하고 함께 작용하기도 한다.
우생학적 인종 편견은 대중 매체와 교육을 통해 널리 퍼졌다. 예를 들어, 영화 ‘생명의 씨앗’(The Black Stork, 1917)은 우생학적 이론을 홍보하며 인종적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학교와 대학에서도 우생학을 교육하며 인종적 순수성과 열등 인종의 위험성에 대해 가르쳤다. 이는 인종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미국 우생학 운동의 시작
미국의 첫 우생학 연구소를 설립한 찰스 다벤포트(Charles Davenport)는 우생학 기록 사무소(ERO)를 통해 얻은 자료를 통해 1910년에 설립된 ERO는 가족 계보와 유전적 특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유전적으로 열등한 사람들의 재생산을 막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정신지체자와 정신이상자, 범죄자, 간질환자,알콜 중독자, 성병환자,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기형아, 노인, 병사, 선원, 가난한 사람을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유전 형질을 얻기 위해 생식을 통제할 필요가 있으며, 우생학이 이런 역할을 해 줄것이라고 믿었다. 그 결과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 정책과 법으로 정해지고 실행되는 비극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의 우생학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우생학 정책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쇠퇴하기까지 반인류적인 악행을 저질렀다.
1. 강제 단종법
미국의 여러 주에서 우생학적 이유로 강제 단종법이 통과되었다. 1907년 인디애나 주가 처음으로 강제 단종법을 제정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시아인, 히스패닉계 등을 열등한 인종으로 간주하고 이들의 재생산을 제한하려 했다. 다른 28여 개 주가 이와 유사한 법을 채택했다. 1935년까지약 16,000명 이상 강제 불임당하고, 1974년 폐지될 때까지 수십만 명이 불임들 당했다.
2. 인종 차별적 혼인금지법
우생학 운동은 인종차별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정 인종,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시아인, 히스패닉계가 열등하다고 간주되었다. 이는 인종차별 정책과 법률로 이어졌다. 1924년 버지니아 주는 ‘인종 인테그리티법’(Racial Integrity Act)을 제정하여, 백인과 비백인 간의 결혼을 금지했다. 이 법은 우생학적 이론을 근거로 인종 간 결혼이 ‘열등한’ 유전적 특성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은 1967년 러빙 대 버지니아(Loving v. Virginia) 사건에서 미 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3. 이민 제한:
1924년 제정된 이민법 (Johnson-Reed Act)은 우생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을 구분하고, 동유럽, 남유럽, 아시아 등지에서의 이민을 제한했다. 법을 제정한 이들은 특정 인종이 유전적으로 열등하다고 믿었고, 이들이 미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교도 정신을 저버린 미국의 정체성 만들기
미국적인 것과 비미국적인 것을 나누는 방식으로 미국의 정체성을 만들어 갔다. 우성과 열성,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적합한 것과 부적합한 것, 경제적인 것과 낭비적인 것으로 나누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성경적 가치관과 다른 방식이다.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는 인간을 위하는 일인 것 같지만 필연적으로 인간의 박해하고 인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청교도 정신으로 세워졌던 미국이 초심을 잃어 버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따라갔다. 유물론에 근거한 우생학을 받아들이면서 생명을 경시하고 차별했으며, 성윤리가 무너지면서 가정이 무너졌다. 그 결과 없는 자, 부족한 자, 가난한 이웃을 멸시하고 천대했다.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지 못하고 엄격함과 우수함만을 강요하고 요구했다.
바른 성경관을 가진 성도들의 역할
성경비평이라는 여우가 작은 틈을 타고 들어와 기독교 세계관을 무너뜨리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황폐화시켰다. 지금도 배금주의의 유혹이 의과학의 발달과 함께 현대판 우생학을 부추키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더 나은 유전자를 가진 자을 만들려고 하고, 약물을 통해 더 빠르고 강한 기록을 얻으려고 한다. 인류는 우생학의 무서운 결과를 체험하고도 또 다시 우생학의 올무에 걸어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이들을 같은 죄를 범하지 않도록 각성시키는 방법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바른 성경관을 가르치는 신학교가 많아져야 하고, 바른 성경관을 가진 목회자들이 바른 설교를 통해 바른 성경관을 가진 성도들을 주의 군사로 양육해야 한다. 사도신경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고 우리 자손들의 고백이 되길 기도한다. 신앙의 기업을 지키는 일은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것뿐이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 사흘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거기로부터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 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