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자살은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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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생명윤리 31 - 사람을 죽이는 법 대신 사람을 돌보는 지원법이 필요하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자살은 전염된다

전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으로 영혼을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한 행위 중의 하나가 자살이다. 자살은 전염성이 매우 높다. 특히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자살은 사회 전반에 생명 경시 풍조를 촉발시킨다. 가족 중에 자살을 한 사람이 있거나 가까운 지인 중에서 자살을 한 사람이 있는 경우, 가족이나 지인 중에서 자살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고 한다. 급기야 언론에서도 모방 자살을 막기 위해 자살자의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기사 작성을 금지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는 13,195명으로 10만 명당 25.7명을 기록했다. 하루에 36명이 목숨을 끊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자살은 고귀한 생명을 끊는 일이기에 자신뿐만 아니라 남은 자들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남긴다. 자살은 전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고 방지해야 한다.모든 죽음은 흔적을 남긴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관계의 삶을 살기에 남은 자들에게는 죽은 자의 흔적이 남게 된다. 나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형수의 죽음은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전쟁과 테러로 인한 무죄한 생명의 죽음은 큰 상처와 고통을 남긴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숭고하다. 자신의 삶에 감사하며 이웃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하며 떠나는 죽음은 아름답다. 남은 자들에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희망과 도전을 준다. 반면 자살과 안락사는 남은 자들에게 깊은 상처와 높은 전염성을 남긴다. 어떤 흔적을 남기는 죽음을 택할 것인지 물어보아야 한다.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 지금도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병실과 응급 현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삶은 태어날 때나 죽을 때 고통의 시간을 경험한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따뜻함과 안정감을 누리며 지내다가 출생의 순간 극심한 추위의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첫 호흡과 함께 어머니의 가슴에 안겨 젖을 무는 순간 곧 안정감을 찾는다.

인간이 죽음을 맞을 때도 여러 가지 육체적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거나 홀로 죽음을 맞을 때 극심한 고독과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지 평소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아야 한다. 고독한 죽음을 맞지 않도록 따듯한 이웃을 많이 만들어 가야 한다. 남은 자들은 죽음을 맞는 자들을 보살피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준비해야 한다. 설사 치매에 걸려 가족과 이웃을 몰라보고 정상인의 삶이 무너지더라도 가족과 이웃들이 나를 돌보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의사조력자살 논의는 자제되어야 한다

21대 국회 때 의사조력자살(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법을 발의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모 의원이 22대에 들어서자마자 의사조력자살법을 재발의했다고 한다. 해당 의원은 조력 존엄사라는 대체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조력자살을 포장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존엄과 조력이라는 언어 이면에는 자살과 자살을 돕는 위험한 행위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살을 전혀 존엄한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자살을 존엄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조력은 누구를 돕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조력자살은 의사에게 살인을 도와주라는 무서운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자살을 예방하자고 전심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데, 참 어울리지 않는 주장이다. 바라기는 해당 의원은 교묘한 언어로 포장하고 들어오는 생명 경시 입법을 포기하고 생명을 살리고 존중하는 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지금도 생의 말기를 보내며 국가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사람을 죽이는 법 대신 사람을 돌보는 지원법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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