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래 칼럼] 1원짜리도 안 되는 자존심(自尊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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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래 목사(한국재난구호 이사장).

▲조성래 목사(한국재난구호 이사장).

‘자존심(自尊心)’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영어의 ‘프라이드(pride)’는 자신의 존재 가치, 소유물, 행위에 대한 만족에서 오는 자존심을 뜻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특히 “교만하여 자존심이 강하다”라는 말이 있으며, ‘남산골샌님’은 가난하면서도 자존심만 강한 선비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입니다.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일도 있으며, “내가 먼저 사과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존심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 자존심이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목회자로서 중요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 목사님이 섬기시는 교회의 청년회 수련회 문제로 큰 실수를 하셨습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고, 목사님이 실수를 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도 목사님은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교회에서 비판하는 사람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로 인해 다섯 가정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저는 한 스승이자 목회자로서 그분에게 권면했습니다. 시험에 든 집사님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그 권유로 목사님과 사모님은 집사님들을 찾아가 사과했습니다.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저에게 보내 왔습니다. 진위를 파악한 결과, 가슴 아픈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권위와 자존심 때문에 진심 없는 사과를 했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촬영해 한국에 보내려고 했다는 소문으로 일이 더 커졌습니다. “무지가 사람 잡는다”란 말처럼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목사님과 사모님은 1원짜리도 안 되는 그 자존심과 목사란 권위 때문에 많은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한 동문 목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교회에 문제가 많은 집사님이 계셨다고 합니다. 목사님은 그 집사님에게 맛있는 저녁을 대접한 후, 교회 옥상으로 올라가 “집사님, 주변에 십자가가 많이 보이지 않습니까?” “예, 그렇군요.” “집사님, 다음 주부터는 우리 교회에 출석하지 말고 저 많은 교회 중 하나를 선택해 신앙생활을 하세요”라고 말씀했다고 합니다. 삼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목사님의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권위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교인들을 함부로 대하는 지도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전도사 시절, 담임목사님께서 교인들에게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를 떠난 사람 중에 잘 된 사람은 없다.” 예전에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목회자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이는 이기적인 발상이며,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전형입니다.

자신의 죄와 실수를 덮기 위해 권위와 자존심을 지키려 남을 속이고, 위선으로 포장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구약의 사울입니다. “사울이 이르되 그것은 백성이 아말렉 사람에게서 끌어 온 것인데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드리기 위해 양과 소의 가장 좋은 것을 남긴 것이요 그 외의 것은 우리가 진멸하였나이다”(삼상 15:15). 그 결과 그의 가문은 멸망을 당했고, 자신은 전쟁터에서 자살을 했습니다.

또한 다윗도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 편지에 써서 이르기를 너희가 우리아를 맹렬한 싸움에 앞세워 두고 너희는 뒤로 물러가서 그를 맞아 죽게 하라 하였더라”(삼하 11:15). 그 결과 평생 눈물과 칼이 떠나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정치와 권력, 권위를 이용해 힘없는 사람들의 진실이 외면당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이는 모두 1원짜리도 안 되는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결론

필자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를 개척한 후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목사의 권위와 위치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 환경적 배경 때문에 저 역시 목사가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했습니다. 몇 주 전, 35년 전 교회에서 열심히 헌신했던 제자를 만났습니다. 함께 식사한 후 차 한 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남편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나이에 결혼해 아내와 자녀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고, 그 당시 목사라는 직분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목회를 했다. 그래서 실수를 거듭하며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필자가 늘 생각하던 마음을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자존심과 권위가 진리보다 앞서고, 권위와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인정(회개)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잠 18:12). “젊은 자들아,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복하고 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벧전 5:5).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겸손은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게 하며, 존귀한 대우를 받습니다. 반면 자존심과 권위는 그 누구에게도 존경받지 못하며, 멸망의 선봉입니다.

신앙인에게 꼭 필요한 단어가 있습니다. ‘외유내강(外柔內剛)’. 겉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해 보이지만, 속은 굳세고 강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단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겸손하고, 말씀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성령의 지배를 받는 하나님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국제국호개발기구 한국재난구호
이사장 조성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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