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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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혼인 잔치의 초청(招請)과 초대(招待)

▲프랑수와가 이탈리아에서 강탈한 Véronèse의 ‘가나 혼인 잔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 중 크기로는 제일 압도적이다.

▲프랑수와가 이탈리아에서 강탈한 Véronèse의 ‘가나 혼인 잔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 중 크기로는 제일 압도적이다.

“이에 종들에게 이르되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으나 청한 사람들은 합당하지 아니하니 네거리 길에 가서 사람을 만나는 대로 혼인 잔치에 청하여 오라 한대(마태복음 22:8-9)”.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단풍의 아름다움 속에 파아란 하늘 가운데 빙하 같은 구름들이 연합하여 하얀 색채를 띠며 광채를 발합니다. 그 가을의 모습은 탄성과 더불어 더욱 깊은 찬송으로 우리 몸과 마음을 정화해 주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 계절을 느끼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에덴의 낙원을 상상하면서 그 속으로 들어가 기도하며 찬양하고 싶어집니다.

특히 가을의 밤하늘은 무수한 별들과 함께 은하수의 포근한 물결과 더불어 큰 별, 작은 별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머금고 노래하는 밤바다에 살포시 젖어드는 그리움으로, 옛 이야기와 함께 어린 시절 함께 웃고 울던 동무들이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다가오는 겨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구슬픈 울음이 심란한 세상으로 이끄는 짙은 고요의 가을 밤입니다.

더구나 인간의 탐심으로 파괴된 창조질서의 대가는 혹독한 비극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병든 지구에서 예측할 수 없는 재난과 파괴라는 손님이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참혹한 재난으로, 두렵고 떨리는 공포 가운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초청(招請)’이란, 국어사전에서 ‘다른 사람을 청하여 부름’이라고 말합니다. ‘초대(招待)’란 ‘어떤 모임에 참석해 줄 것을 청함’입니다. 초청은 교회에서 비신앙인들을 전도할 때 ‘초청 잔치’ 등으로 쓰이고, 초대는 보통 혼인, 칠순잔치나 자녀 백일이나 돌잔치, 송년모임, 음악회나 전시회, 스포츠 대회나 강연 등에 사용됩니다.

혼인잔치 비유는 지속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거부해 온 유대 민족의 역사와 유대인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는 잔치라는 개념이 매우 적은데, 신약에 와서 메시아에 대한 기대와 새 시대의 시작, 메시아의 즉위를 축하하는 자리를 가리킵니다. 앞서 22장 2절에 보면 “천국은 마치 자기 아들을 위하여 혼인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과 같으니”라고 했고, 비유에서 왕은 하나님, 아들은 메시아를 가리킵니다.

마태복음 22장 1-14절 혼인잔치 비유에서는 유대인들이 복음을 거절함으로, 그 복음이 이방인에게 돌아갔음을 보여줍니다. 4절에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란, 하나님께서 계속 자기를 거역한 죄인들에게 은혜와 관심을 보이신다는 말씀입니다. 당시에는 보통 저녁 때 결혼식이 있었으므로, 여기서 오찬은 아마도 저녁 식사였을 것입니다.

9절의 ‘사거리’는 여러 사람이 모여드는 곳을 말합니다. 이곳에서 손님을 청한 것은 조건이나 자격 없이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로 초청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여러 교회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해마다 총동원 전도주일을 비롯해 알곡 초청 잔치, 잃은 양 찾기 등에 전력을 다합니다. 또 체육대회나 음악회 등에 많은 사람을 초청해, 교회에 나오는 계기가 되도록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기도 합니다.

그 초청 잔치를 형식적으로 연례행사처럼 때가 왔으니 진행하거나, 깊은 관심과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빈 마음으로 하게 되면, 열매 없는 수고가 되어 빈 껍데기 행사로 끝나기도 합니다.

비신앙인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 그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고, 심도 있는 연구와 기도 속에 추진할 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며, 교회가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주제인 ‘혼인잔치 초청’ 비유의 주인공인 왕은 자신의 초청을 손님들이 거절하자 종들에게 이렇게 명령합니다. “고을 어귀로 가서 누구든지 만나는 대로 잔치에 참여시키라!” 여기서는 어떤 대가도 없이 그저 주기 위해서 잔치를 벌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 핵심 구절을 감동으로 받아들여 하나님의 참 뜻에 순종하며 선교적 사명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왕이 종들에게 내린 명령에서, 우리는 선교 사명의 핵심을 표현하는 두 단어를 말합니다. 왕은 종들에게 ‘가라’고 명령할 뿐 아니라, ‘초대하라’고 명령합니다. 종들이 왕의 초대를 시급하게 실천하면서도 깊은 존중과 큰 친절을 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명은 반드시 그 분의 방식대로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압박이나 강요가 아니라, 친밀감과 연민과 온유, 그리고 하나님의 고유한 존재 및 행동 방식으로 비신앙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가며 은혜로운 만남으로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특히 왕께서는 아들의 혼인잔치에 초대한다는 소식을 전하라고 종들에게 충분히 알렸습니다. 이 잔치는 종말론적입니다. 종말론적 잔치로의 초대는, 예수님 말씀과 생명의 양식으로 우리를 살찌우시는 교회 식탁으로의 초대와 본질적으로 연결됩니다.

우리는 거룩하신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삶을 향하여, 하나님께서 당신의 모든 자녀를 위해 마련하신 그 혼인잔치를 향해 걸어가는 희망의 순례자이자 선교사입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의 자리에 모든 이웃들을 초대하는 장을 한시바삐 열어야 할 것입니다.

이 선교적 사명은 왕의 초대를 받는 이들, 곧 모든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이것이 선교의 핵심입니다. 모든 이를 위한 선교 사명은 모든 이의 헌신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복음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선교하는 교회를 향한 여정을 계속해서 십자가, 즉 골고다 언덕으로 걸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 시대 그리스도 제자들의 복음화 사명을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서 전해야 합니다. 신앙인들의 기쁨과 애정 어린 염려, 온유와 사랑의 힘으로 모든 이들에게 왕이신 구세주의 초대를 널리 알립시다. 복음화의 빛이신 예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혼인잔치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눈물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하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무엇에 홀려서 사는 것도 아닌데, 늘 무엇인가를 채워야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날 현대인들의 공통된 분모(分母)가 아닐까요.

오늘 주님의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복음 28:20)”는 약속을 통해, 주님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평화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는 주님의 굳은 약속을 믿고 신뢰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늘 자신의 불행 속에서 또 깨어지고 망가진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그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참 모습임을 깨닫고,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음에도 삶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 신앙인들은 철부지 신앙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갇혀 어제도 오늘도 그 상태에 머물러 살아간다면,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냄새 나는 세상에 취해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늘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의 초청이 삶의 희망이요 진리이며 생명임을 깨달아, 널리 주님의 초대에 기꺼이 화답하는 모든 신앙인들 되시면 좋겠습니다.

간혹 신앙인들 중에서는 무엇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분도 있고, 이참에 교회를 떠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그만하겠다는 말이나 떠나겠다는 분들은 이참에 하나님의 통치하심에서 벗어나겠다는 말인가요? 달리 표현하자면 신앙생활이 자신의 삶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삶이 너무나 빡빡하다고 말하지만, 하나님을 따르는 것보다 현실적 필요를 더 중히 여기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러한 경솔한 선택은 거대한 고통이라는 소용돌이에 또 다시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 뿐입니다.

오늘도 탐심의 빌딩숲에 사느라 아름다운 자연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위해 주님께서 “가까이 오라”고 초청하시는 그 손길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믿음으로 “내 집을 채우라”는 주님의 초청에 만선을 기대하는 신앙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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