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양심과 영혼을 뒤흔들었던 설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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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칼럼] 르네상스(21)-진리의 횃불을 든 사보나롤라①

▲사보나롤라.

▲사보나롤라.

진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항거했던 거룩한 역사의 현장인 메디치궁 광장. 많은 여행객이 휩쓸려 지나가고 있다. 사보나롤라가 사형당한 자리에 표시된 표지석 위로. 러셀은 “역사는 그에 관한 책을 읽기보다 그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는데, 여행객 중 얼마나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까?

피렌체의 메디치궁 앞 시료레(Piazza della Signore) 광장. 이곳은 5백 년 전 용기 있는 개혁자 사보나롤라(Savonarola, 1452-1498) 수도사가 교황의 요구를 거절함으로 화형당한 거룩한 장소다. 루터가 종교재판을 받았던 독일의 보름스에는 개혁자 네 사람을 조각해 놓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도미니크 수도사 사보나롤라다. 하기야 개혁자 마틴 루터나 스위스의 개혁자 츠빙글리도 수도사 출신이었다.

사보나롤라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도시 페라라(Ferrara)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그가 의사가 되기를 원했으나, 그는 어려서부터 영적으로 민감했고 세상의 악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특별한 아이였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소원대로 부모의 뜻을 뒤로하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수도사가 되기 위해 학문과 경건 생활에 열심을 다했다.

수도원 생활 중에서 그는 영적 목마름을 느낄 때마다 건강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철저한 금식에 들어가곤 했다. 아마도 이런 신앙 행위는 선배 앗시시의 성 프란시스를 본받고 싶어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도미니크 수도원에서 그는 어거스틴과 토마스 아퀴나스를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또한 헬라어와 히브리어에 능했고, 성경 전체를 외울 정도로 성경에 몰입했다. 수도원에서 7년간의 신학 수업을 마친 후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자, 비로소 여러 곳을 방문하여 대중들에게 설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설교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제를 통하여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의 민낯이 불법과 죄악이 난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세상과 단절된 수도원의 삶은 이상적인 면만 볼 수 있었지만, 막상 밖으로 나와 현실을 접하게 되었을 때 거칠고 삭막하고 악이 횡행하는 광야라는 사실을 체험해야 했다. 그런 상황을 직시할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곤 했다.

그런데 그를 눈여겨보고 데려온 사람이 있었는데, 피렌체를 다스리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조 메디치였다. 그는 로렌조의 초청으로 피렌체의 성 마르코 수도원으로 오게 되었고, 후에 그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다. 당시 피렌체는 르네상스 문화가 펼쳐지고 있었고, 옛 로마의 정치를 계승하고자 공화주의 정치를 구현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사보나롤라는 기도 중에 하늘이 열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음성을 들었는데, 세상으로 나가 회개의 메시지를 전하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사보나롤라는 마치 세례 요한처럼 이곳저곳을 다니며 회개의 설교를 전했다.

그의 메시지는 이전에 들어 보지 못한 감동적이었고 강력한 것이었다. 메시지의 주제는 “주님의 재림이 임박하였으니 회개하라”는 것이었다. 하나님 심판의 칼이 피렌체에 임한다는 도전적인 설교를 통해, 당시 피렌체 사람들의 양심과 영혼을 뒤흔들어 버렸다. 마치 이탈리아에 빈번한 지진의 충격처럼 군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가 설교할 때는 피렌체 시민의 절반 가까이가 운집하는 강력한 집회였다. 요즈음 BTS가 군중을 모이게 하는 것처럼. 매번 설교를 듣기 위해 3~4만 명이 모였으니, 당시 피렌체 인구가 7만여 명이었음을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었다.

그의 설교는 청중을 휘어잡는 놀라운 역사가 있었다. 얼마나 뜨거운 가슴으로 외쳤던지, 피렌체 시민들은 하나같이 그의 설교에 열광했다. 그의 설교는 당시 일반 성직자들의 설교와는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가슴을 치고 회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성령께서 그의 설교에 강력하게 역사하셨다 싶다.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놀라운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보나롤라는 하나님의 두려운 심판을 예고하며, 구체적으로 회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광장에서 <허영의 소각>을 주선하였다. 즉 각종 음란서적이나 그림, 또한 여인들의 모든 사치스러운 장식품을 소각하여 없애라고 했다. 사람들은 소지하던 장식물을 소각하기 위해 모은 것이 산더미를 이뤘다.

그 당시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 보티첼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자신의 그림을 불에 던지기도 했다. 보티첼리는 그리스의 신화를 주제로 상징적인 그림을 그렸던 화가였다. 일설에 의하면 피렌체에 거주하던 미켈란젤로도 그의 설교를 들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의 조각품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는 보티첼리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당시 사보나롤라의 설교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도 성경을 읽느라 서로 부딪히기 일쑤였다고 한다. 술집이나 사창가가 모두 문을 닫았고, 도박과 경마, 춤이 금지되었고, 그가 육식을 멀리하라고 강요함으로 정육점들은 폐업에 동참했다. 이런 모든 일들은 거룩한 변혁을 이루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18세기에 일어났던 영국의 대각성 운동의 전조가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의 설교에 은혜받은 시민들의 지원을 받아 피렌체를 거룩한 도시로 바꾸려고 했다. 17세기 청교도들이 미국의 보스톤에 믿음의 이상적인 “언덕 위의 도시”를 세웠던 것처럼.

그때 마침 피렌체를 통치하던 메디치 가문의 통치자는, 프랑스가 피렌체를 침략하려고 알프스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자 두려워 도망을 쳐버렸다. <다음 화에 계속>

로마한인교회 한평우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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